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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09. 2023

[교행일기] #138. 혼자라는 생각

혼자라는 생각


가을이었을까, 겨울이었을까? 

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듣도보지도 세상 처음 경험하는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을까?

사람의 입에 족쇄가 채워진 지 벌써 몇 년이 흐른 어느 날이었을까?

말이 없어지고 마스크 뒤에 숨겨진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런 날들의 이어짐으로 마음의 따스함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일까? 뭔가 빠져나간 느낌이 열정이 식어서 그런 것이리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심연 속에 잠들어 있던 자아의 울음을 들었다. 그 울음이 너무 커서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어야 했다.


일상적인 일만 일어나고 예외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매일 같이 이벤트처럼 맞닥뜨려지는 다양한 곤란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어른들이 말하는 '진이 빠진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너무 무료한 날들이 연속이어도 문제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알 수 없고 언제 처리가 끝날지도 모르는 일들이 매일 같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봐라. 한마디가 생각난다.


"아찔하다"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며 어머니에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안 한 지 오래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와 연결이 되는데, 연이는 단지 현관문을 나서며 쭈뼛거리며 마지못해 '다녀오겠습니다'를 말하고는 엘리베이터에 황급히 올라타곤 한다. '학교'라는 말이 빠진 말이지만, 연이에게는 그 '학교'가 중요했다. 모든 게 변해버린 곳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싶지만, 이 교행직에 들어와 학교에 처음 출근하던 그 첫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게 없으면 '연이'가 없으니까 말이다.


동기들이 하나둘 지원청과 시교육청으로 가고 학교에 남은 수는 극히 몇 안 되었다. 남아 있어도 휴직을 했거나 이름만 아는 정도의 사이였다. 일을 하다 보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뭔가 결정을 하는 것은 법령과 지침으로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재량이 주어진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그럴 때 타학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럴 때 물어볼 때가 있다면 좋으련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렇게 하나 둘 처리를 하다 오랜만에 있는 교육으로 지원청이나 시교육청에 갈 때면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받는다는 신선함과 해방감으로 좋기도 하지만, 교육에 가면 늘 있는 '혼자'라는 타이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차피 이곳도 '돈'이라는 속세를 살아가는 도구를 만들기 위한 곳이라고 치부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연이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뭉클뭉클 거리는 뭔가가 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니 알 것 같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첫 학교 때 느꼈던 따스함들이 그립고, 

아침 5시에 일어나도 새벽의 조용함의 '띠~~'하는 무언의 적막함도 그립고, 

공시생 때의 남아 있던 활활 타는 열정의 따끈함이 그립고, 

무엇보다 자주 웃을 수 있었던 과거의 연이가 그립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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