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의 되새김
아침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파트 출입문 통유리 손잡이를 잡아 밀기 전에 심호흡을 한다.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다. 세상으로 나서는 한 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리며 출입문 쪽으로 쏟아지는 사람과 더불어 세상으로 나왔다.
여름이라 그런지 온도차가 실내랑 확연했다. 더욱 습도가 높은지 조금 지나자마자 손등과 팔에 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 살려고 그런다. 몸이 살려고 그런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근 6년이 된 차이지만, 5만도 타지 않은 차에 오른다. 바로 출발을 하지 못하고 손은 바쁘게 휴대폰 뮤직플레이어를 찾는다.
쇼팽의 녹턴 Op.9 No.2를 급하게 튼다. 아주 낮게 시작하는 피아노의 선율은 연이의 마음을 일정한 기분으로 맞춰준다. 실제 녹턴은 평온한 선율로 흐르지만, 표현력이 풍부한 서정적인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준다. 글에 기승전결이 있듯 녹턴은 그러한 기조를 품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안정된 마음이 되자 연이는 시동버튼을 눌렀다. 경쾌한 시동음은 연이에게 학교로의 출발을 알렸다.
눈은 사이드미러로 좌우, 전방, 룸미러로 후방을 간간이 살피며 부드럽게 도로 위를 물 흐르듯 미끄러져갔다.
붉은색 신호에 차들이 멈춰 섰다. 연이에게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주 따스한 기억.
어느 겨울이었을까? 햇살이 밝게 비추는 그런 날이었나 보다. 어느 선생님이 가져온 못 쓰는 폴라노이드 사진기, 그 사진기를 시험 삼아 작동이 되는지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 과거의 연이가 손가락 브이를 하는 순간 폴라노이드 사진기의 버튼이 눌렸다. 찰칵. 폴라노이드 사진기가 필름을 찌이익 뱉어냈다. 하얗게 된 필름은 서서히 모양을 갖춰갔다.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어 그런지 필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햇살에 밝게 웃고 있는 과거의 연이는 그곳에 서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그 모든 따스한 기억을 품은 그때가 아주 찰나의 순간에 기억이 났다. 녹턴은 기승전을 넘어 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녹턴과 과거의 기억이 동화되고 있었다. 그날을 기억하며 녹턴을 되새김하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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