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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Oct 02. 2022

교행, '버림'의 미학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11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교행 꼬꼬마 가이드북"의 저자 연이입니다.


버리다
1. 못된 성격이나 버릇 따위를 떼어 없애다.
2. 직접 깊은 관계가 있는 사람과의 사이를 끊고 돌보지 아니하다.
3. 본바탕을 상하게 하거나 더럽혀서 쓰지 못하게 망치다.
4. 종사하던 일정한 직업을 스스로 그만두고 다시는 손을 대지 아니하다.
5. 품었던 생각을 스스로 잊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버림'의 미학


1. '못된 성격'과 '버릇'과의 이별

일찍 공직에 입문을 했다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40년.

공직 입문 전의 햇수만큼 공직과 무관하게 지내왔을 거예요.


'사람은 변하지 않아. 변하면 죽는 거지.'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어봤을 거예요. 사람의 성격이나 버릇, 습관은 관성의 법칙이 있어서 진짜 정말 변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요. 급박하고 절박한 상황에서는 변화가 되죠.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변화죠. 상황이 변해서 조금 편해지는 상황이 오면 다시 예전 성격으로 돌아가는 타당도 저해요인 중 하나인 '회귀인공요인'이 작동하게 돼요. 본래 성격이 나오는 거죠. 그만큼 '본래'의 성격을 버리기가 엄청 힘들다는 말이에요.


연이가 이 얘기를 왜 하고 있을까요?


짧아도 수년, 길면 40년이에요. 자신만의 법칙이나 철학, 페이스가 있어요. 그런데, 공직에 입문해서 학교로 발령이 나게 되면 자신만의 것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어요.


'전자결재로 모두 완료가 된 건인데, 왜 출력을 해서 서류로 묶는 거죠? 엄청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잖아요.'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전자결재로 다 받은 건인데, 출력해서 서류화 한다는 게. 그런데, 그럴 만한 이유를 본인만의 생각으로 이것을 그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안 돼요.


'Cum Romae sequeris legem Romanam.'('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의 라틴어)

학교가 로마는 아니지만, 교육행정직에 발을 담갔으니 그쪽 일을 모두 배우기 전까지는 '왜?'를 연발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 좋아요.


교행 꼬꼬마인데, 벌써부터 뛰려고 하면 안 되죠. 외부의 자극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 스펀지처럼 받아들여서 일단 이곳의 생태를 파악하고 몸에 익숙할 정도로 만든 이후에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나아요.



2. 잠시 동안 '가족', '친구', '지인'과의 자동 거리두기

교행 꼬꼬마는 참 배울 게 많아요.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을 익히고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업무를 못하면 정말 날이 갈수록 이곳에서의 생활이 점점 힘들어져요. 새로운 업무에 대한 파악을 최대한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좋지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용어도 낯설고 어려워요. 그리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집니다.


공시생 때 공부를 어떻게 했나요? 공부량으로 생각하면 그것을 어떻게 다 했나 싶을 정도의 양이였지요?

그런데 그것에 비해 교육행정직에서 배워야 할 양은 정말 반의 반도 안 될 것 같아요. 단지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없어 보이는 거지요.


보수지침(예: 교육감소속 근로자 보수지침, 특수운영직군 보수지침, 공무원 보수지침, 지방공무원 보수지침 등)을 필두로 해서 각종 법령(예: 취업규칙, 근로기준법 등), 복무지침(교육감소속 근로자, 공무원), 인천시교육청 유,초,중등,특수학교 계약제교원 운영지침 등


위에 열거된 것들은 교행 꼬꼬마 삼석 급여담당자로서 봐야 하는 수많은 지침 중 일부라고 보면 되지만, 공시생 때 공부한 양에 비해서는 얼마 되지 않는 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공부로 알아야 할 양의 경계가 있다는 거예요. 보수지침은 웬만하면 달달 외우시면 진짜 급여작업할 때 참 도움이 됩니다. 관리자에게 설명할 때나 선생님, 근로자들에게 얘기해줄 때 정말 유용합니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둔 확신에 찬 말투는 믿음을 주죠.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다주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이 들여다보고 공부를 해야 해요. 초반에는 초과근무도 많이 해야 하고 그와 더불어 자동으로 가족, 친구, 지인과 자동 거리두기가 되죠. 아직 배우는 단계이니까 감수해야 합니다.



3. '마음'과 '마음'의 다툼

이렇게 잠을 줄여가며 노력하다 보면 일정한 궤도에 올라가요. 조금 자신감도 생기고. 하지만,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완벽하지 않아요. 급여작업은 연속성이 엄청 강한 일이라서 더욱 급여담당자의 마음의 변동폭이 크게 해요.


'이번 급여는 완벽하게 해냈어. 더 이상 검토할 때가 없는 것 같네.'

자신 있게 급여작업 서류를 모아 책상 위에서 탁탁 쳐서 흐트러진 서류를 가다듬은 후 더블클립 벌려 집어 마무리를 하는 교행 꼬꼬마. 이제 좀 알 것 같은 기분과 자신감이 조금 생기는 것 같아서 좋아요. 실장님과 교장선생님의 전자내부결재도 받고 대면 서류결재까지 다 마쳤으니 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내 그 자신감의 열기를 얼려버리고 잠재우는 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근로자나 선생님이 자신의 급여가 이상하다고 찾아온 것이지요. 또한 건강보험 공단이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전화까지 왔어요. 교직원공제회에서는 입금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세외에는 모르는 돈이 들어왔고요.


교행 꼬꼬마는 멘탈이 탈탈 털려서 며칠 전까지 자신감 있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우왕좌왕하는 천둥벌거숭이같이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만 남아 있게 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합니다. 전달 월중에 휴직에 들어간 선생님의 담임수당과 교원연구비를 일할 계산해서 환수를 하지 않았고 (사실 신규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당연히 저번달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작년 연말정산 보수총액과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한 보수총액이 다르니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려면 소득금액증명원을 서류를 갖추어 제출하라는 것이었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전월 일용근로소득 신고를 하라는 것이었으며, 교직원공제회에 입금이 되지 않은 것은 자신이 보수인건비 지급을 할 때 K-에듀파인에서 교직원공제회 입금계좌가 아닌 학교세외계좌로 입금이 되게 한 것을 인지하지 못해기에 세외통장으로 모르는 금액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당월 급여작업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급여작업의 연속성 때문에 전월과 당월이 연계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급여절차를 모두 꿰고 있어야 완벽하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당연히 교행 꼬꼬마가 알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때의 자신감과 멘탈이 털리고 난 쪼그라든 마음 간의 다툼으로 괴리가 발생하고 새로운 마음이 등장합니다.



4. 극단으로 치닫는 가슴에 품은 '의원면직'

승리의 자신감과 패배의 열등감은 수없이 반복이 되면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난 해도 안 되나? 왜 자꾸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끝은 있는 건가?'


알게 모르게 실패와 패배의 쓴맛은 자꾸 주눅이 들게 해요. 결국 새로운 마음의 싹은 그렇게 틔우게 됩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행정실 문만 열려도 깜짝깜짝 놀라고, 전화만 울려도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자신감의 달콤함은 언제 느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패배의 잔혹한 쓴맛은 입안에 가득합니다. 학교를 나서서 버스에 오르면 순간 기절을 한 것처럼 잠에 빠져들어 내릴 장소를 지나치기 일쑤지만, 집에 가서 정작 자려면 내일 업무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계속 이런 생활이 반복이 되니 몸이 지쳐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몸이 지치니 마음과 정신이 피폐해지고, 극단적인 생각을 자꾸 합니다.


연이는 이런 마음을 왜 잘 알까요?


네. 맞아요. 그런 마음들로 연이는 진짜 진짜 어렵게 들어온 이곳을 떠나려고 생각했으니까요. 두 번이나.


알아요. 저 마음이 어떤 마음이고, 얼마나 힘든지도요.


그럼 해결책도 알고 있을까요?



5. 가슴으로 품었던 마음, '버림'의 미학


해결책이라...

특별한 해결책·노하우는 사실상 없어요. '비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글을 읽었다면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연이가 아직 '여기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렇죠?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생각해 보시겠어요?


공시생 때 어땠을까요? 정말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고 점점 모든 게 익숙해지고 툭 치면 대답할 수 있고, 잠에서 바로 깨어도 자신이 암기한 것을 얘기할 정도가 되었을 때 여러분은 공직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완벽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을. 정말 생리적 욕구인 잠도 줄이고, 사회적 욕구인 친구·지인과의 만남도 줄이고. 그렇게 모든 것을 참으며 감내하는 시간을 가졌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어엿하게 공직에 입문을 했는데, 그리고 나름 학창 시절이나 공시생 시절 때 공부깨나 해서 머리 좋다는 말을 많이 듣던 '나'인데,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연발하는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실수로 누군가에게 한소리를 듣고 싫은 소리를 감내하며 자신에 대한 평판이 조금씩 깎아내려지는 것도 느꼈을 거고요.


그런데 말이죠. 어릴 때 생각해 볼래요?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를 떠올려 보세요. 연이는 참 체력적으로 약한 아이였어요. 체육시간에 줄넘기 2단뛰기가 실기시험을 치른다고 하는데, 정말 안 되는 거예요. 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점프를 뛰고 줄을 빠르게 두 번 돌리면 된다고 하는데, 자꾸 신발코에 걸려서 멈추고 또 멈추고 단 한 개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남들은 한 두 개 정도는 금세 하고 다섯 개 여섯 개도 금방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열 개를 하면 만점이라고 했는데.


연이는 애초에 열 개는 생각도 안 했어요. 단 한 개를 해보려고 진짜 매일 같이 줄넘기를 넘고 또 넘었어요. 줄넘기를 하면 점프를 뛰어야 하고 발목과 종아리가 아파왔고, 점프를 하니 속도 울렁이고 머리도 울리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딱 한 개만 하고 싶어졌어요. 시험날이 다가왔지만, 정말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2인 1조로 3명씩 앞으로 나갔어요. 1명은 줄넘기를 하고 1명은 줄넘기 개수를 세어줬지요. 1개도 못하는데 왜 가슴은 두근거리는 건지 참 알 수가 없었지요.


결과는 어땠을까?

2개를 했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만점을 받기도 하고 5~6개가 평균이었는데, 연이는 2개를 했지요. 그런데, 연이는 기뻤어요. 포기하고 있었고, 안 되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으니까요.


사람마다 공직에 입문해서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모두 달라요. 진짜 오자마자 베테랑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하는 경우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참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리고 연이가 줄넘기 2단뛰기를 평균보다 못한 것처럼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실패는 아닙니다.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 그것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조금 내려놓는다면 시행착오와 실수가 분명 여러분을 키워줄 것이라 생각해요.


온실 속의 화초는 온실 밖 세상의 풍파에는 금방 시들어요. 하지만, 비바람을 맞고 자란 잡초는 잘 견디고 어떤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냅니다. 시행착오와 수많은 실수로 괴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점차 그 빈도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교행 꼬꼬마가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ABOUT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들로 인해 마음이 다쳐 괴로워합니다. 교행직에 대한 많은 부분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어 합격 후 자신만 그러한가 생각하며 방황을 많이 합니다. 교행 꼬꼬마를 위한 멘탈트레이닝은 사례를 통해 대처방법을 제시하여 멘탈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으로 멘탈 강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행 신규분들, 교행직을 고민하는 공시생, 그리고 일반인에게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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