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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20. 2022

교행, 신규에게 '융통성'이란?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12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교행 꼬꼬마 가이드북"의 저자 연이입니다.


융통성
1. 금전, 물품 따위를 돌려쓸 수 있는 성질.
2.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일을 처리하는 재주. 또는 일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하는 재주.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신규에게 '융통성'이란?


1. '그때그때'란 말이 세상 어렵다

"연 주사! 사람이 그럴 때는 융통성을 발휘해야지."

연이는 순간 당황했다. 같은 상황 다른 방법을 적용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조리실무사 한 분이 급여가 이상하다며 연이를 찾아왔다. 행정실 문이 스르륵 조심스럽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다급하고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짜증이 묻어있는 미닫이문의 레일 바퀴 소리에 본능적으로 연이는 기가 죽어버렸다. 잠시 연이도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상황 파악을 해야지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조심스레 곧 화산 폭발처럼 터질 듯한 말폭탄을 품은 근로자의 입을 바라보며 연이는 입을 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실까요?"

"차OO 입니다."

"조리실무사 선생님이시네요. 급여가 궁금하시니 앞에 테이블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급여 산출내역을 보며 설명해드릴게요."


연이는 8월 급여파일을 열어 출력을 하고, 교육감 소속 근로자 급여 변동내역을 출력을 했다. 인쇄 버튼과 함께 복사기로 시간을 넘긴 채 연이는 출력물을 받으러 몸을 움직이는 사이에 머릿속으로 방학중비근무자인 조리실무사의 급여 일할계산을 생각했다. 혹여나 일할계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복사기에서 따끈따끈하게 활자체를 유심히 바라보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조리실무사 앞에 앉았다. 


연이는 순식간에 자신이 작성한 부분의 오류검토를 마치고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급여에 의문을 품은 조리실무사는 자세히 풀어 눈높이로 설명하는 연이를 바라보며 마음의 경계를 조금씩 낮추더니 이내 자신의 궁금증이 다 풀렸는지 얼굴에 표정이 살아났다. 무표정의 그의 얼굴에서 표정 변화를 감지한 연이는 더욱 열을 올려 정성껏 설명을 했다. 최대한 알기 쉽게. 그렇게 10여분의 시간이 지났고, 행정실에서 빠져나가는 조리실무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이는 제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숨죽여 쉴 새 없이 설명했는지 큰 호흡을 몰아쉬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가 되자 아침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연 주무관님, 8월 급여가 이상하네요."

4시간 돌봄전담사가 행정실로 찾아와 연이를 대면하고 있었다. 오전에 찾아온 조리실무사처럼 연이는 출력물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의외의 부분으로 튀었다.

"왜 7.5시간 근로자는 8시간 급여를 주는데, 4시간 근로자는 4시간 급여를 주죠?"

참 설명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이미 취업규칙과 교육감 소속 근로자 보수기준이란 큰 지침에 있는 것을 연이는 정답지처럼 받아들여야 했기에 의구심보다는 2 곱하기 2는 4처럼 공식처럼 암기했고,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자의 물음에 연이도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근로자는 말을 이었다.

"4시간 근로자로 초과근무도 많이 하는데, 어차피 7.5시간 근로자 만들어주면 안 돼요?"

"계약에 관련한 사항은 학교 행정실이 아닌 교육청 소관이라 그 부분은 어렵습니다."

"그럼 저는 누구한테 얘기를 하고 보상을 받나요?"

무슨 보상을 얘기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연이는 근로자와의 핀트를 자꾸 놓쳤다.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설명 시간은 길어졌고, 알지 못하는 부분과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이 겹치면서 연이는 드문드문 멘탈이 무너졌다.

여차저차 근로자는 행정실을 나가고, 연이는 실장님에게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융통성"



2. '사정과 형편'은 남의 것인데, 내 코가 석자인 신규에게?

각기 다른 사정과 형편이 있어서 행정실을 찾은 그들을 대하는 교행 신규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급여담당자로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주 달달 꿰며 그들의 질문을 적절한 설명과 공감으로 처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급여담당자로 한 곳에서 10년 이상 했다면 근로자들의 가족사항과 복무상황, 매월 소급사항까지 모두 꿰고 있는 일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년마다 인사이동이 있는 주무관으로서, 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에게는 자신의 급여가 어떻게 산정이 되고 얼마인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 즉 교직원의 급여에 자신의 시간을 폭풍처럼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밑 빠진 독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실장님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은 안다. 하지만, 남의 사정과 형편은 남의 것이라 급여에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니면 흘려야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다. 급여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을 쪼개어 세입, 민원, 기록물, 세외, 쏟아지는 공문까지. 아직까지는 내 코가 석자인 신규에게는 모든 게 버겁다.



3. '일처리 하는 재주'가 있으면 신규가 아니지

재주라 함은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과 슬기"인데, 이걸 신규가 공무원 시험에 붙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듯 머릿속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매일매일 성장하는 신규가 되는 것이 맞다. 그걸 바로 할 수 있으면 신규가 아니다. 


갑작스레 오후에 찾아온 폭풍 같은 사건이 연이의 멘탈을 탈탈 휩쓸고 가버렸다.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멘탈로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연이에게 솔이 주무관님은 걱정스레 한마디 건넸다.

"왜 그런데요. 자신도 계약이라 다 안 되는 걸 알고, 급여도 맞게 나간 것을 아는데, 힘없는 연 주무관님에게 왜 그러는지 도통 모르겠네요."

자신의 일처럼 연이의 마음을 읽어내는 솔이 주무관님 말에 연이는 마음속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젠가는 연이도 융통성 있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으려나.

"4시간 근로자로 초과근무도 많이 하는데, 어차피 7.5시간 근로자 만들어주면 안 돼요?"

"그러게요. 그렇게 만들어주면 근로자도 좋고 저도 급여하기 참 편할 텐데요. 그렇죠? 하하하하"






ABOUT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들로 인해 마음이 다쳐 괴로워합니다. 교행직에 대한 많은 부분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어 합격 후 자신만 그러한가 생각하며 방황을 많이 합니다. 교행 꼬꼬마를 위한 멘탈트레이닝은 사례를 통해 대처방법을 제시하여 멘탈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으로 멘탈 강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행 신규분들, 교행직을 고민하는 공시생, 그리고 일반인에게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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