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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31. 2021

상상력이 빚어낸 소리의 정체

[교행일기]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3 #57

상상력이 빚어낸 소리의 정체


'위잉이이이이~~~'


사이렌 소리가 났다. 곧이어 전화기도 울렸다. 실장님은 숙직실로 뛰어갔고, 솔이 주무관님은 전화를 받아 상황을 파악 후에 전화를 준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목보호대를 하고 있는 연이는 그저 나가보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사건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급식실 쪽에서 청소를 소방감지기를 건드려 오작동이 났다고 했다. 진짜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학교 근무를 오래해도 사이렌 소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들며 실장님이 돌아왔다. 대부분 학교에는 실장님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이 되어 있기에 사이렌 소리가 나면 실장님들은 긴장에 신경이 곤두서고 감정이 예민해진다.


"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며칠째 계속되었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소리는 일정한 시간에 났다가 그쳤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소리가 울려퍼졌다. 오후 3시 이후 살짝 오전에 업무 처리하느라 진을 빼고 점심을 먹고 살짝 기운이 달려 당이 필요한 시간, 딱 커피믹스가 당기는 그런 시간에 이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이 소리가 마치 소방 사이렌 하고 비슷하여 실장님과 김 주무관님 놀라서 나가보기도 했다. 소방 사이렌이 울리며 어김없이 학교로 전화가 와서 사이렌이 울린 연유를 물었는데, 그런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연이는 업무차 교무실을 돌아 교장실을 들러 내려오는 길에 4~5학년쯤 되는 남자 학생들이 계단을 뛰어내려 가면서 행정실 앞 중앙현관을 지나가면서 그 사이렌 소리를 입을 내는 것을 목격했다. 하나가 그 소리를 내니 자신이 더 크게 낼 수 있다며 같은 소리를 더 크게 내었다. 소리가 소리를 만나 증폭되더니 뒤를 이어 내려오던 아이들조차 그 소리를 이어받아 소리를 내었다. 아이들이 만들어 낸 소리는 학교 안과 밖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부부젤라 놀이'라며 아이들은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했던 것이었다. 한동안 그 정체를 알고 싶었는데, 알고 나니 속은 시원했지만, 그 소리는 여전히 참기 힘들 만큼 귀가 아팠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였다면 확실히 효과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합세한 소리는 그저 놀이였다. 귀를 막고 들어오는 연이를 본 실장님과 행정실 식구들은 그 정체를 알자, 한동안 멍했다. 며칠간 그 놀이는 쭉 이어졌지만, 여러 명이 내는 소리는 소음이 되어 결국 교장선생님 이하 선생님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주의를 받은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부부젤라 놀이가 점점 사라졌다.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해프닝처럼 벌어진 일이지만, 그 놀이의 시발점을 만들어낸 아이의 상상력만큼은 높이 사주고 싶다.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온 연이를 위해 마음의 기억 속에 팍팍 박히는 '팡파르'를 울려주는 것 같아서 한동안 그 시간이 되면 창문을 쳐다보게 되었다.


부부젤라 소리는 결국 없어졌다. 현관문과 가까운 행정실의 열린 창문으로 학생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 서로가 경쟁하듯 하교하며 뛰는 소리, 학생들끼리 요즘 게임에 대한 얘기,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나고 신기한 얘기들이 그시간 현관문을 지나면서 메워졌다.


'역시 학교에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연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업무에 빠져들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 전부최근까지 연이가 교행직 합격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에 초점을  시즌 3(연이의 기억)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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