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을 쏟아 부으며 개발하던 서비스가 망했다

6개월 회고

by bumbi

(2023년 5월 13일에 작성했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서비스에 정이 들기 시작하면 한없이 정이 드는 것 같다. 우리는 서비스 사용자 수와 공급자 수를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2주 스프린트가 끝날 때 즈음에 새벽 또는 해가 뜰 때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고, 매일 챌린징한 일들이 주어졌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기능을 붙여 나갔고,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자를 분석해보기도 했다. 이때 새로 오신 디자이너 분과 기획-디자인 피드백을 많이 주고받으면서 좋은 ui/ux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덕트를 보는 눈이 상당히 성장했고, 개발 능력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서비스의 성장은 멈춰 있었다. 지표를 올리기 위해 많은 시도들과 나름대로 파격적인 실험을 해봤지만 야속하게도 사용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우리가 만들어나가던 서비스는 B2B2C 서비스였지만 그 어느 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급망도 얼어붙었고 사용자 수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이걸 타파하기 위해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비스에 카카오톡 회원가입을 붙이기로 했다. 카카오 로그인을 통해 CRM을 적극적으로 해서 문의 수를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이걸 하고 나면 문의 수가 5배 정도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 문의 수는 점점 떨어지더니 하루에 3이 찍히곤 했다.


답답해서 계속 hotjar랑 앰플리튜드를 확인해봤다. 절망적이었던 건 사람들이 PDP에서부터 그냥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내가 FE로서 이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고민을 많이 했다. UX 개선이 필요한 건지, 프로덕트에 더 붙여야 할 기능이 있을지? 버그가 있어서 사용자가 튕겨 나가는 건지… 아니면 지금 서비스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회사 분위기도 영 쉽지 않았다. 다들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안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새로운 업데이트 배포 직전, 대표님과 야근하다가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처음에는 결국 그렇게 되는 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던 것 같기도 했다. 안되는 것에 미련을 갖지 말고 빠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새로 피봇을 하고 싶었다. 다음에 피봇을 하면 정말 좋은 프로덕트를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 날 전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서비스가 끝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과 달리 갑자기 아쉬운 감정이 휘몰아쳤다. 각자 돌아가면서 짧게 회고를 진행했는데, 말하다가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왜 이렇게 서비스가 망하게 되었는지 잘 납득이 되질 않았다. 단순히 pmf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스모크 테스트 등을 거치면서 해당 서비스에 pmf는 있다! 라고 결론을 내린 뒤였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팀원들 모두가 함께 원기옥을 발사한 서비스이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최선의 결과가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쯤 깨달았던 것 같다)


왜 우리는 이 서비스가 pmf가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어떤 점에서 이 서비스는 고객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지표는 왜이렇게 나오지 않았던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왜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혼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우리 서비스는 wow point가 없는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정말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고, 고객이 이러이러한 점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지만, 고객들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고객의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감이 정말 심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우리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고객들에겐 별로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우리 서비스는 “이러이러한 부분이 정말 요즘 문제에요!” 라고 강제로 고객들을 설득해야했고, 고객을 설득해야하는 서비스가 지표가 좋기는 힘들었다. 공급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pain point를 공급자 쪽에 이해시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이런 과정이 나오는 것 부터가 우리 서비스의 매력이 별로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한 동료 분이 내게 얘기를 했었던 것 중 하나가 “이 항해가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한다.“, “회사와 나는 독립적인 존재다.”라는 거였다.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게는 해당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우리의 항해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 만큼 상당히 과몰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질주했고, 개인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닌지 2년 반이 되어가는 시점에 이룬 성과는 없었다. 이것이 정말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이력서에 서비스의 성장 지표과 성과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떠올려보니 망하거나 사라진 서비스밖에 없었다.


심지에 촛불이 확 타오르다가 꺼지듯이 나는 조금 번아웃이 왔다. 급속도로 일이 재미가 없어졌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내 역할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한계도 느꼈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나의 삶 우선순위 1위는 점차 일(정확히는 지금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비스가 사라져버리니까 삶의 우선순위도 사라졌다. 결국 나는 길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포지션에 대한 고민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나는 왜 개발을 하려는 것인지, 내 삶에 있어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하루하루를 재미없게 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머릿속은 혼란한 상태다. 아직 정리가 안된 감정들이 남아있다. 아마 이 생각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우선 지금은 개발자에서 PM으로 포지션을 변경할 생각을 하고 있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지표)를 보는 게 너무 재밌었고, 지표를 어떻게 올릴지 고민을 하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고객 경험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지 나도 모르게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계속 방황을 하고 있지만, 얼른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뼈 아픈 실패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실패 보다는 성공하는 경험을 더 하고 싶지만...)


이제는 내 어깨를 잔뜩 누르고 있는 이 서비스를 조심스럽게 떨쳐 보려고 한다. 아디오스. 정말 치열했고 재밌었던 6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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