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도쿄야!

5년 반만의 도쿄 방문기

(2025년 7월 23일 (수)의 일기. 종이 작성 2025년 8월 1일 (금). 온라인 작성 2025년 8월 15일 (금))


2020년 1월 귀국한 이후, 약 5년 반 만의 도쿄 방문이다.

세월이 흐른 탓인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살다와서 인지, 이번 여행은 다소 공무적 목적 (은행 업무 등)도 있고 하여, 어린 시절만큼의 설레임, 기대감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인천 공항에 먼저 내려주고, 운서역 인근 주차장을 총 9일간 약 4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빌려 그 곳에 주차를 한다. 인천공항 장기주차장도 1일 9천원 정도로 썩 나쁜 금액대는 아니지만 (물론 거리도 공항에 훨씬 가깝고), 약 3주 전에 알아봤는데도 이미 예약이 가득하여, 주차 대행 업체나 다른 수단 등을 알아보다가 공항에서 전철로 약 세정거장 거리의 운서에 주차를 한다.

(물론 짠돌이인 나는 공항까지 자차 이동을 선호하지 않지만, 귀국편이 늦은 밤이었으므로...)


여행을 계획하던 시점인 4~5월쯤에는 7월 말의 무지막지한 더위를 미처 생각지 못하였는데 (이런 어리석을 데가...) 막상 운서역 주차장에 도착하니, 인근 널찍한 계획부지들은 이미 지열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주차장에서 역까지의 약 5분거리 도보 이동에도 이번 여행의 뜨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할 만큼 따가운 햇볕이 온몸에 땀샘을 열어젖히고 있다.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충분히 일찍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하는데, 그 유명한 BTS의 RM이 바로 약간 앞에 우리와 같은 출국 수속을 위한 줄에 서있었다. 물론 유명인인 만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나처럼 대중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약한 사람조차 알만큼 그는 대 스타이기에, 마스크로도 숨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고, 덕분에 그가 RM임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먼저 눈치를 챈 것은 마눌이지만).


짐 검사를 위한 긴 줄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힐끔거렸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알아챘는지 궁금했지만, (나를 포함한) 선진(!) 시민들은 알아챘는지 못 알아챘는지, 출국 수속 내내 모두들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수속이 끝나고 면세구역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알아챈 일행들이 몇 있었는지,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그들의 폰으로 유명 연예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제서야 확신과 알수없는 유대감에 사진 몇장을 찍어보았으나, 뒷 모습 뿐이다.


어쨌든 여행의 시작을 유명인과 함께 하니 왠지 기운이 좋은 느낌?!


잠시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근무하던 2015년 무렵, 외국에서 온 나를 특별히 신경 써주던 현지 직원 우xx 상이 한류스타 BTS를 소재로 나에게 가벼운 대화를 건넨 적이 있다.


워낙에 유행에 둔감하고 연예인에 관심이 적은 편이어서 최신 연예인 트렌드를 잘 모르는 편인데, 우xx 상은 BTS가 일본에서 대 인기 스타라고 하였다. 물론 나는 당시 BTS를 생전 처음 들었고, 가끔 한국에 방문하여 그들에 대해 물어보고는 했지만 당시 국내에서 그들의 인기는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혹자는 BTS가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투의 반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부야같이 젊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장소에서 커다란 옥외 광고도 보았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일본에서는 분명히 인기였던 것 같은데, 동시에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BTS는 국내를 포함 전세계 어디서나 대 스타가 되었고, 지금은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리라.


이 에피소드는 나에게 대중의 인식이라는게 얼마나 취약하고 손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당시에는 확신을 갖고 아니라고 생각하였던 것들이 나중에는 얼마나 금새 변할 수 있는지 (그것도 집단적으로 한순간에) 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기억하고 있다. BTS에 대한 2015년 국내외 인식의 차이(gap)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가 큰가. 만약 당시에 일본에서의 유명세를 알아채고, 국내에서는 그들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때, 하이브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당시 상장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정말 무의미한 가정법...)


어쨌든 이와 같은 현상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을테고, 그 차이를 혼자만 알아채서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다시 여행기로 돌아와서...

하여간 공항에서 대 스타를 마주치고, 곧 우리는 나리타 공항에 도착.

일본 국내 전화번호 획득을 위해 신청한 USIM (하나셀)을 수령하고, 미리 구매해 둔 (외국인 관광객 대상) 스카이라이너 왕복 할인권을 이용해 승차권을 발권하였다. 그 사이 마눌은 공항철도 탐승구 근처의 패밀리 마트에서 생수와 (아들을 위한) 젤리를 구입.


곧바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역에 도착한다. 아메요코 골목 한가운데 (정확히는 오카치마치 추오도오리 御徒町中央通り)의 센추리온 호텔 우에노&스파에 도착하였다. 3인 숙박을 위한 작은 더블침대와 다락식 벙커침대가 있는 방에 머물게 되었다.


일본식 비지니스(?) 호텔답게 매우 비좁고 답답하긴 하지만, 일요일까지 4박 5일동안 우리의 임시 보금자리가 되어 줄 곳이다. 일요일에는 근처 다른 숙소 (미츠이가든 호텔 우에노)로 이동하여 3박을 머물 예정이다.


여행을 다녀와 글을 쓰는 동안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시타야下谷 변전소가 있었던 곳으로 호텔로 바뀐 것은 2015년의 일이라고 한다.


숙소의 TV에서는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기아 문제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휴가지에 와서도 사실 내 마음 속은 썩 편치 않았다. 지금의 이 휴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 직장에서의 수입 덕분인데, 이것은 내가 별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한 내가 퇴직하는 순간 유지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직 업무가 즐겁다면 조금은 사정이 괜찮을텐데, 그렇지않은 현 상황 때문에 심정이 복잡하다고 할까.


그러는 와중에 해외 여행지 호텔에서 제3국의 기아문제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자신의 처지를 답답하게 여기는 나의 모습 어딘가가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당장의 의식주조차 걱정하며 사는데, 내 욕심이 지나친 것인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의 상황을 현재보다 풍요롭게 하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무의미한 생각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부터 본격 도쿄 탐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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