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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Oct 31. 2024

훅 치고 들어오는 게 있네...

어른인 척 하느라 힘들어.





곧 마흔인데, 몸뚱이만 나이를 먹나, 아니다 얼굴도 같이 나이를 먹는데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

연식이 있으니 대놓고 티는 못 내겠고, 

그렇다고 나쁜 기분 뒤로 밀어놓고 웃으려니 속으로 골병이 드는데

또 너무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 마음에 안 든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죽을 열심히 쒀서 재를 빠뜨렸다.

6개월 동안 하루 3~4시간 자고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면서 준비한 시험에 

OMR 카드를 빼앗김을 시작으로 한 주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주체가 안되는 지경이다.

뻔한 결과,,,

가채점 후 OMR 카드에 체크가 다  됐으면 합격일 결과...

더 화가 나는 감정이 주체가 안돼 널을 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 부정에 혼자서 열심히 도망 다니느라  

가라앉아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 어수선하게 떠서 뒤죽박죽 뒤섞여 버렸다.

그 탓인지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모를 자존감 하락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할 상대의 단어 하나에도 욱욱 거리는 마음으로 인다.



악의 없이 던진 상대의 말에 혹여나 삐죽이 튀어 올라온 나의 마음이 그를 할퀼 있음에 

욱신욱신 거리는 마음을 붙잡아 매고 가라앉히느라 용을 쓴다.

나는 아이가 아니므로..








그래 내 업무인 건 알겠는데

나 그날 연차였잖아?

나 대신 내 업무해준 건 고마워요.. 근데 말이죠...

내가 한 일이 아닌 거 다 알고 있잖아요 다들?

일이 잘못된 건 처리할 수 있어, 그래 그건 내가 한다고

그런데 말이지 이건 이래서 잘못됐고, 저건 저래서 잘못됐고 ... 

내가 한 일이 아닌데도 혼나고 있는데  당사자는 왜 모른 척 앉아 있는 거지?

그래 본인 민망해서 못 나선 거 알겠다 이거예요..

그럼 톡으로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실컷 모르는척하고 앉아 있다가.

커피 드실 분! 이라는 말에 손 제일먼저 번쩍 들기 있기?

하.... 

말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훅 치고 올라오네...








친정 엄마랑 할머니가 주우신 도토리 40Kg 

40Kg이 될 때까지 몇 번 허리를 구부리고 

손을 뻗고 주워 담아 모으고  또 모으고

한 소쿠리에 담아 헹구고 불리고 앙금을 내리고  

물기를 닦고,  뚝뚝 떼내서 말리고 

덩어리를 부수고 고운 가루를 만들기까지 

어른인 척 마인트 컨트롤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란 생각을 해본다.

부옇게  올라온 마음 가라앉혀 물기 닦고 

보송보송하게 말리고 그래도 딱딱히 굳힌 마음 

곱게 빻아가면서 곱디곱게  포근해지라고 

그렇게 나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부옇고 탁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어른인 척... 


앙금 내리는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난리 통에

고요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게.






#마음 #어른 #어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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