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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Jan 06. 2021

엄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

- 엄마의 마음은 오늘도  앉아서 울었다.



               - 2021년 1월 정인이 진정서 작성-









오늘 아침은 일어나면서부터 마음이 불편한 하루다.

주말에 일부러 그것이 알고 싶다를 안 본 지 한 참이 지났지만 결국 한 편을 보고 만 기분이다. 임신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지 말라고 한 적 이 있었다. 그 의사 선생님은 어떤 산모 에게든 뉴스를 보지 말라고 한다고 하셨는데, 요즘 뉴스만큼 자극적이고 억지로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매체가 없다고 하셨다. 부른 배를 부여잡고 끄덕끄덕 동의했던 때가 떠올랐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사회가 돌아가는 사정은 알아야 하겠기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게 또 있을까 싶다.



나는 엄마다.


때문에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가 터져 나왔을 때는 신경이 곤두 설만큼 예민해지고 잊을 수가 없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맴 돌며 나를 바닥으로 주저앉힌다.


주말에 방영된 정인이의 이야기를 자세하게는 몰랐으나 짤막한 기사로 먼저 접한 터라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이 세세히 파헤치는 프로는 일부러 피했던 것인데, 내가 피한다고 피해지지가 않았다.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 카톡 프로필 등  매체마다 나의 선택권은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소식뿐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한번 엄마의 마음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차라리 이렇게 주섬주섬 보게 될 것이었으면 그냥 한편을 보고 속 시원히 울어버릴걸 그랬다.



16개월... 우리 아이와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아이.... 더 이상 마음만 불편해 할 수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이제 와서 뭐가 있을까 싶지만 오늘 나는 점심도 거른 체 혼자 사무실에 남아 끅끅 울어가며 진정서를 작성했다. 아무도 없는 터라 나오는 눈물을 흐르는 체 그냥 뒀다. 흐르는 눈물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서를 작성하는 순간만큼은 정인이의 엄마가 된 마음으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최근에 접한 아동학대 문제는 정인이 뿐 만 아니라 , 배고픔을 달래려 라면을 끓이다가 화상을 입은 형제 이야기, 계모의 학대 속 가방에서 세상을 등진 9살 소년 ,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옥상으로 탈출한 소녀 이야기까지 아니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상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정인 이들의 아픔까지도 소식을 접하는 이들에겐 분노와 마음 아픔을 함께 뒤집어 씌운다.


물론 쏟아지는 소식들 속에 관심사가 되고 힘이 모이면 해결되는 일이 생겨나는 순 기능의 역할을 해주십사 하고 내보내지는 소식들 이겠지만 , 너무 많은 아픔들은 이 시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고 피곤을 느끼게 만들었다.




엄마라는 사람들은 그렇다. 내 자식만 자식이 아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남의 아이도 예쁘다. 때문에 세상이 행하는 나쁜 짓이 아이를 향한다면 그것만큼 아프고 불편한 것이 없다. 마치 내가 그 아이에게 나쁜 짓을 한 것만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마음 아플 일이 많은 소식은 특히나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눈물바람을 만든다.

오늘도 나는 넘쳐나는 슬픈 소식들 속에 녹다운되었다. 분명히 알려져야 하는 일이고 , 해결해야만 다른 정인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라 동참했지만 , 참 더부룩한 세상이다. 여러 소식이 엉켜서 머릿속을 굴러다니고 가슴을 헤집어 놓는다. 결국 나는 오늘도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억지로 스트레스를 내 속으로 밀어 넣을 만큼 나쁜 일들이 발생하는 세상이 싫은 건지, 걸러보지도 못하게 밀어 넣는 매스미디어가 싫은 건지 그저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마음 아픔을 속였다.




정보의 홍수시대라 한다. 본인 찾고자 한다면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tmi (too much information) 된 정보까지 찾아지는 시대다. 한데 정보의 홍수를 넘어 이 정도면 대피를 해야 할 만큼의 정보를 맞닥드린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어딘가 , 누군가는 정보를 내 귀에 떠들어 주거나 눈에 확 펼쳐서 보여주는 것 같다.

"저는 그쪽이 주신만큼 소화 해 내지 못합니다. "

라고 말하고 싶다. 정보가 많아 도움은 분명하게 받고 있으나 잘못된 정보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까지 받아서 쳐내는 작업을 따로 해야 한다. 이마저도 내게 필요한 정보인지 구별할 수 있으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이 마저도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잘못된 세상 속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 미디어 자체는 잘못이 없어 보이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고 집에 돌아온 아줌마는 말하고 싶다.

" 이 정도로 막 저의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정보를 마구잡이로 던져 넣는 것은 폭력 아닙니까? "

나쁜 세상이 원인 이겠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친 하루다.




#매체 #정보의 홍수 #지친 아줌마 #엄마의마음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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