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그 黑濫 (2)
7.
사람은 누구나 이름이 있다.
하지만 그 만은 이름이 없었다.
지금은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국가에 소속된 공작원.
기록되지 않을 임무를 수행하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던 자.
그의 삶은 늘 어둠 속이었지만, 단 하나—
가족만큼은 빛이었다.
작은 식탁,
저녁마다 늦게 돌아온 그를 기다리던 아이의 웃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밥을 내어주던 아내.
그는 믿고 있었다.
가족이 모르는 어둠을 감당해 내면 끝은 평범하고 따뜻한 일생이 남을 거라고.
그날도 임무였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간단한 작전'이라는 말로 포장된
그러나 그날은 자신의 집이 작전지역일 줄은 몰랐다.
부서진 문과 벽에 남은 총탄 자국,
식탁에는 채 식지 못한 아내가 끓여둔 마지막 찌개와
곁에 스러져있는 그의 미래가 보였다.
그의 울부짖음이 짐승을 닮아가던 순간
여린 숨은 침대 밑 꼬꾸라진 자세로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빠른 숨을 뱉고 있었다.
유감 중 다행으로 딸이 남았다.
그날 이후, 그는 병실에서 살았다.
그는 그마저도 놓칠까 전전긍긍했다.
아이의 몸에는 튜브가 꽂혀 있었고,
기계가 대신 숨을 쉬었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공작원이 아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국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작전 중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
그 한 문장이
그의 모든 것을 지웠다.
삑—삑—삑—
그 소리는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곧 멈출 거라는 예고였다.
아이는 자주 몸을 떨었다.
눈을 뜨지 못한 채,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듯
며칠 후,
아이가 눈을 떴다.
“…아빠…”
“…연기가… 들어와…”
아이는 중얼거렸다.
“검은… 사람들이…”
그는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문이… 있어…”
아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아빠…”
아이의 손이 더 세게 그를 붙잡았다.
그 작은 힘으로, 마지막까지.
“…나… 무서워…”
그 말이 끝이었다.
삐—————————
그는 한동안
손을 놓지 않았다.
이미 식어가는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찬 기운이 더 많이 빼앗을 즈음
그도 딸을 따라갔다.
탕———
*********
서우의 아침은 늘 같은 소리로 시작됐다.
찢어질 듯 울어대는 알람 소리에 서우는 얼른 팔을 뻗어 시계를 내리쳤다.
" 꿈이랑 현실 세계를 왔다 갔다 하려니까 더 피곤하네 "
월요일 오전에 잡아놓은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에 억지로 몸을 일으킨 서우의 얼굴엔
피곤함이 잔뜩이었다.
드르륵-드르륵-
' 서우야 미안한데, 아침에 급하게 공방에 촬영이 잡히는 바람에 내가 자리를 못 비울 거 같아.
오후 알바가 자기 좋아하는 연예인 온다고 오전에 자기가 알바하겠데 미안한데 오후로 좀 옮겨줄래?'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곤 기절하듯 내리 잠을 잤다.
오전을 다 지낸 시각 등이 배겨 잠에서 깨어난 서우는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자신이 이렇게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서우의 아르바이트 장소는 향수나 비누, 향초도 만들고 파는 동네에 작은 공방이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향이 퍼졌다.
“왔어?”
사장님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네.”
딸깍.
파라핀을 녹이는 램프에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서우의 시야가 잠깐 흔들렸다.
김이 올라오는 투명한 파라핀 위로
순간 검은 균열이 스쳤다.
"....!"
딸랑-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 예약하셨을까요? 성함 알려주세요! "
"000요."
“…죄송해요. 다시 한번만—”
"이미 말했는데..."
그 손님은 잠시 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너, 아직 다 못 나왔네.”
순간—
귀가 먹먹해졌다.
“뭐라고요?”
하지만 그 손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퇴근 후.
서우는 곧장 청수원으로 향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익숙한 향이 퍼졌다.
한약 냄새, 그리고 오래된 나무의 숨.
“의원님.”
진 의원은 서우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늘 그렇듯 깊었다.
“현실이… 이상해요.”
노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좁아졌다.
“…시작된 모양이군요.”
“네?”
“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약해지고 있어요, 몽연경의 균열은 존재를 갉아먹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