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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꿈이 Oct 28. 2023

in one's own way

나름대로

머리가 희끗한 70대 여노인과 자서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대, 20대, 30대, 40대를 지나 50대를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상자의 50대는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힘들었던 시기였다. 당시 아이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가정주부였던 엄마가 갑자기 일을 하러 밖에 나가니 하교 후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공부를 해야 될 아이들을 꽉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이가 어쩔수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했던 시기였을 수도 있다. 


대상자에게 아쉬움이 느껴져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솔직히 그때 경제적으로 우리가 무너지지만 않았으면 내가 아이를 끝까지 케어하면서 아이가 좋은대학을 갔을 수 있겠죠..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 당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나갔어요.."


"그 당시에 아이도 집에 안정적으로 있던 엄마가 없으니허전하고 힘들었겠죠.. 그런데..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제가 알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살것 같아요.."


분명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엄마인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한 시간동안 선생님의 50대를 돌아보셨는데 어떠한 생각이 드셨어요?"

  

"....50대도 힘들었는데... 지나보니 그 시절도 행복했네요.."하며 살짝 웃으신다.


이 한마디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숨어있는 듯 하다. 

인생은 다 힘들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니 그 시절도 행복했다.

인생 별거 없다.

그러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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