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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프롤로그

by 일요작가

나는 10년 전에 내 꿈을 맞닥뜨렸다. 회사에서는 번아웃이 오고, 가까이 지내던 지인도 해외로 떠나 외로움이 사무치던 때였다. 재밌는 일 하나 없는 무색무취의 내 삶에 뭐라도 돌파구를 찾고자 새로운 취미를 탐색하고 있었는데, 어릴 적에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큰 뜻 없이 화실에 들어갔다가, 어른이 되고서는 잊고 있었던 ‘꿈’을 만났다.


그 꿈을 위해 매일 퇴근 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녁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지루하고 무기력했던 날들 틈에서 반짝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소중한 순간순간을 캔버스에 담고 싶어,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던 중에 운명처럼 판다를 만났다.


...(중략)


그렇게 꾸준히 판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내 모습도 차츰차츰 판다와 닮아가고 있다. 혼자 있는 게 서툴렀던 내가 이젤 앞에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게 되었다. 항상 남들보다 느린 내가 불만이었지만, 이제는 내 속도를 인정하게 되었다.


당장 꿈을 찾아 떠나겠다며 사직서를 던질 용기는 없지만, 아침마다 지옥철을 뚫고 출근을 해낸다. 직장 동료들과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총알을 피하며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다음 전시를 준비하며 계속해서 화가의 꿈을 키워간다. 대단한 도전은 하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선뜻 시간을 내어 온 마음을 다해 즐긴다. 소소한 어른의 용기를 매일 조금씩 내면서 살고 있다.


여전히 어설프고 불안한 어른이지만,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여기 담았다. 판다처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작은 행복을 천천히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프롤로그 중에서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jpg

2019년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를 출간했습니다. 그동안 그린 유화 58점과 소심하지만 용감한(?) 제 이야기 52편을 담은 그림 에세이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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