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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Aug 20. 2023

죽음과 후회

죽는 건 두렵다. 그런데 왜?

어제 날이 더워서인지 아니면 내가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모르겠지만, 오후 6시도 되지 않아 녹초가 되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부정맥까지 와서 도저히 밖에 돌아다닐 마음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밖에 나와 근처 카페에 왔다. 크로와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 하나가 번득였다. “난 왜 죽음을 무서워하는 걸까?” 죽음이라는 단어는 결코 유쾌한 단어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왜냐고? 죽으면 지금 내가 보고 느끼고 맛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끝이 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솔직히 쓰자면 세상에 좋은 모든 것들을 놓아두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안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데 죽음을 생각할 때면 내 마음속에선 ‘지금은 아니야!‘라고 소리친다. 마치 내가 죽는 때를 결정할 수 있듯이 말이다. 오늘은 그런 죽음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봤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왜 죽는 게 싫어(무서워)? “ 명쾌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죽는 게 싫었다. 인생에 대한 대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죽는 게 싫을까?


그렇게 억지로 머리를 짜내면서 이유를 찾아봤다. 그러다 겨우 찾아낸 이유 하나. ‘하거나 이루고 싶은 일이 남아서’였다. 그럼 실제 내가 하고 있거나 이루려고 하는 것이 있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들 뿐이었다. 어차피 살아가면서 용기를 못 내고 하지 못해서 할 후회 때문에 못 죽는다는 것이 비겁한 변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후회할 일 때문에 죽기 싫은 건가’하는 생각이 드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다. 한번 살고 가는 인생에서 후회만 하면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후회 없이 살아보자고...... 내가 해보려 했던 것들이나 시도하려 했던 버킷리스트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시기를 놓쳐서라는 핑계를 대며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다짐했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고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일을 최소한으로 만들자고. 물론 나이나 시기가 맞지 않아 못하는 일도 있다. (나를 예로 들면 이혼 없는 행복한 첫 결혼 생활 같은 것 말이다. ^^) 하지만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지 않고 생각만 하다 후회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인생.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그림도 꾸준히 그리니 실력이 느는데 시간 없다는 핑계는 그만 해야지...(23.8.19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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