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건가?
지난 일요일에 카페에 이동하는 데, 평소와 다르게 길을 잃었다. 항상 가던 버스를 타지 않고 새로운 버스를 타고 가느라 생겨난 낭패였다. 내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목적지에서 도보로 약 30분 떨어진 정류소였다.
새로운 장소에 덩그러니 떨어진 나는 인근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서 이동했다. 그리고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봤다. “난 왜 계획과 틀어진 것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내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예상치 못한 맛있는 커피맛을 느끼며 불쾌해 한 내 감정을 다시 한번 곱씹어봤다. “내가 틀린 게 그렇게 큰 일인가?”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니다. 그냥 계획했던 곳을 가지 못한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커피 맛과 분위기가 좋은 카페를 찾아냈다.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난 내가 틀린 것에 대해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난번 협력 기업과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생각하는 연결고리가 됐다.
내가 틀린 걸 못 견디는 건, “내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럼 내 가치가 어떻게 떨어지는 걸까?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나에 대한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즉 내가 틀린 것에 대해 화가 났다기보다, 내가 틀림으로 인해 내려갈 수 있는 다른 이들의 나에 대한 가치 평가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허탈했다. 이젠 타인이나 외부의 평가로부터 제법 자유로워졌다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협력기업과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른 이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 될 행동이다. 하지만 내 분노의 근원은 그들의 잘못된 행동이 아닌 나의 업무 역량에 대한 타인의 평판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20년 가까이 직장인으로 살면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하는 일이 내 가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난 내가 하는 일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이 일을 통해 내 가치를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었고, 남의 평가에 무의식적으로 신경 쓴 것이다.
다시 한번, 단세포적인 나 자신을 발견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태어난 김에 살아가고 웰다잉을 하자고 외치지만,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나 나의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