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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Feb 01. 2024

꼰대? 입장차이?

누가 비정상인가?

며칠 전에 회사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리와 함께 업무를 하는 타 회사가 있다. 모기업에서는 우리 회사에 프로젝트 총괄을 맡기고 협력 업체에게는 자료준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고, 우리는 모기업의 요청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프로젝트 준비를 하던 중 며칠 전에 모기업과 회의를 마치고 협력 기업에게 실무회의를 요청했다. 협력기업도 흔쾌히 실무회의에 참석하겠다 하였고,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일이 터진 것이다. 상대 기업 팀장이 모기업 실무 담당자에게 프로젝트 관련하여 자신들이 조사한 정보와 함께 모기업의 조속한 결정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물론 이메일을 보내는 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메일의 내용들이 우리가 총괄로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내용을 우리와 전혀 공유나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장만 작성해서 보내버린 것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난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우선 급한 불을 끄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모기업 실무 담당자에 연락해서 상황설명을 하고 향후에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 하겠다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며칠 후 만난 미팅에서 난 협력 기업에게 왜 우리와 논의도 없이 모기업에게 이메일을 보냈냐고 물었지만, 상대 기업에서는 어떤 게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자신들은 단순히 자기들이 알아본 정보를 정리해서 모기업에게 보낸 것뿐인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되물었다. 그럼 이 프로젝트에 대해 총괄하여 이끌어가고 싶냐고...... 그들은 펄쩍 뛰면서 자신들이 총괄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난 그들의 말에서 모순을 느꼈다. 총괄로 업무를 수행하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왜 우리를 건너뛰고 모기업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말이다. 그들의 말에서 이익은 자신들이 취하고, 업무는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협력 기업과의 미팅 이후에 난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내가 이상한 건지, 그들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을 못 하는 것이고, 지금 나의 생각이 꼰대가 하는 생각이라고 한다면, 난 그냥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면, 난 그냥 변화하는 세상에 뒤쳐진 꼰대로 살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 하루였다.


내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포토샵으로 편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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