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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Jun 30. 2024

6.30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YOLO--> YONO

몇 년 전까지 YOLO가 인기를 끌었다. 욜로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되고 있으며, 난 "인생은 단 한 번뿐! 후회 없이 즐기며 살자!"라고 해석한다. 30대 중반의 내 삶은 욜로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모았던 돈을 전부 털어서 외국에 있는 대학원을 가는데 썼으며, 대학원을 마치고 나서는 태국 비영리 기관에서 무료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일을 했다. 집에서는 돈을 모아서 집도 사고, 미래를 준비하라 다그쳤지만 내 귀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욜로의 삶에 충실한 삶을 살았으며, 그 시절은 나에게 몇 안 되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는 결혼을 하고, 가정에 충실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아내의 공부를 위해 집과 아이를 갖는 것도 미룬 채, 아내의 공부와 꿈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아내의 꿈이 이뤄진 순간, 내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혼했을 때, 난 수중에 돈도 없고, 머리를 뉘일 집도 없는 상황이었다.


욜로의 삶을 살다, 가정을 위해 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끝나버린 삶이었다. 절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절박한 심정으로 욜로의 삶을 다시 살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욜로의 삶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한번 경험한 욜로의 삶이 40이 넘은 내 삶과는 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매주 가던 카페와 맛집, 디저트와 영화. 모든 것들이 더 이상 나에게 도파민을 주지 못 했다.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에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요즘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았다. 처음엔 새로운 도전을 통한 성취나 새로운 만남 등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건 표면적인 것들이었고, 본질이 아니었다. 더욱더 심연의 동기를 돌아보니, 한 가지가 나왔다.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한 삶"이었다.


욜로와 비슷한 결이지만 다른 개념이었다. 후회 없는 삶은 맞지만, 나의 욜로는 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의 후회 없는 삶은 공생의 개념이 컸다. 예전엔 내가 가진 재화와 시간을 오직 나만을 위해 투자를 했다면, 지금의 삶은 나의 시간과 재화를 다른 이와 함께 하기 위해 쓸 때, 도파민이 나온다는 걸 발견했다. 욜로에서 요노의 삶으로 진화한 것이었다.


요노. You Only Need One(YONO). "내 삶에는 오직 한 가지만 필요하다"는 뜻으로, 나에게 오직 필요한 한 가지는 공생이란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나의 체력이 쇠약해져 가는 지금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 판단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그림, 캘리그래피, 스페인 수업이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나를 가르쳐주는 이들에게도 다양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그런 만남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내가 더욱더 취미부자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욜로나 요노나 다 말장난이다.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이런 말장난이 내 삶의 등대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란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해 봤다.


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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