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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Jul 28. 2024

7.28일 일요일 아침 10시 30분

우리 함께 잘래요?

요즘 매일 잠을 설친다. 일찍 잠에 들려고 저녁 10시면 이불에 몸을 뉘인다. 모든 불을 끄고, 눈을 감고 있으면 그때부터 머릿속에선 지금까지 잊고 있던 생각들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새벽 1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거리다 겨우 잠에 든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2~3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깬다. 더워서 평소보다 더 자주 깨는 것도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잠에서 깬다. 그러면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잠에 들 때까지 뒤척인다. 이렇다 보니 내 수면의 질은 가면 갈수록 나빠졌고, 무더위와 컨디션 난조로 이번주 미술, 캘리그래피, 스페인어 수업을 모두 취소하고 내 몸 챙기기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자니 심심해서 넷플릭스를 켰는데, 거기서 내 눈을 끈 영화가 있었다. 로버트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주연으로 출연한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영화였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이야기할 수 없지만, 홀로 된 노년의 외로움에 대해 잔잔하게 펼쳐주는 영화였다. 밤에 잠을 못 자던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해서 본건 필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비록 아직 난 그들과 같은 노년의 나이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은 지금 나의 삶과 너무 비슷했다. 배우자를 하늘에 보내고,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해 뒤척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투영됐다.(물론 난 배우자를 하늘로 보내지 않고, 이혼했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제인 폰다의 대사로 정리될 수 있다.

"우리 함께 잘래요?"


영화에서 나오는 노년의 남녀는 자신의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살면서 외로움에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잠자리를 공유하면서부터 이들의 삶이 변해갔다. 잠도 잘 자고, 그들의 삶에 활기가 불어넣어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에는 조금 맞지 않지만, 난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됐다. 나 또한 이혼 전부터 지금까지 혼자 잠을 자면서 외로움에 잠을 청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에게 제인 폰다와 같은 제안을 하면 흔쾌히 허락할 것 같다. 


"밤에 우리 영혼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외로움이 죄가 아니라 인간이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임을 담담히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젠 마음속 알 수 없는 죄의식을 조금 털어버리고, 내가 맘에 드는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상대에게 제인 폰다처럼 제안하고 싶다. 


"우리 함께 잘래요?"라고


(이미지 출처: IMDb, 202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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