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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단톡방에 알림이 떴다. 들어가 보니 사무실 총무의 투표공지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다음 주 수요일, 팀장님 생일 축하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팀원들 찬조금을 모아 케이크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무기명 투표를 올리니 자유롭게 찬반 의견 주세요.
요지는 돈을 낼지 말 지 입장 표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평소 저런 악당이 어딨을까 싶은 팀장인지라 팀원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또 챙길 건 챙겨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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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총무는 이런 제안을 누가 거절할 수 있다고 투표까지 올리는 것인지, 원.
휴직을 하는 동안 심리상담을 통해 배운 것은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복직한 뒤, 어느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먼저 챙기겠다고 결심했었다. 물론 잘 되진 않았지만.
아무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나아가고자 결심했었던 나였다. 하지만 이걸 거절하긴 쉽지 않았다.
넵!
돈을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투표를 마쳤다. 그리고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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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잊었어도 그날은 반드시 온다. 그 증거로 또다시 사무실 단톡방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총무였다.
투표하지 않은 분은 저에게 와주세요! 당장 오늘 케이크 사야 하는데 의사표현을 해주셔야죠.
확인해 보니 일주일이 지나도록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총무는 투덜거렸지만 누가 불편한 거절을 대놓고 하겠는가. 사실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우리 사무실에서 매일 바쁜 척하는 사람 1명, 단체 활동에는 단 한 번도 끼지 않은 1명.
그런데 이거 익명투표 아니었나?
허나 총무는 총무대로 찬조금을 받아서 집행해야 하니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배신 아니, 반대했는지를 알긴 해야 하겠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익명 투표를 하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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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바꿔 말하자면 팀장 생일날은 아침부터 탕비실이 시끌시끌했다.
웬만큼 둔한 사람도 탕비실에서 사람들이 뭔가 벌이고 있다는 사실 쯤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팀장도 어느 시점에서는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체 뭔데 그래요?
나 회의 준비해야 된다고.
어?
이게 뭐야??
떠밀리듯 탕비실로 끌려온 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테이블 위의 케이크를 발견했을 때엔 진심으로 감격한 눈치였다. 과연, 감정기복이 큰 팀장다웠다.
곧이어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깐, 노래까지 불러야 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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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팀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나에게 수 차례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인간의 얼굴에 케이크를 날리진 못할 망정, 촛불 꽂아서 생일축하 노래까지 불러야 하다니.
내가 과거의 수치를 곱씹고 있는 동안, 팀장은 거의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제가 이유 없이 의욕이 떨어져서 <갱년기가 왔나> 하는 의심까지 했었는데. 여러분들이 준비해 준 너무 멋진 케이크를 보니까 갑자기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다시 에너지 넘치게 달려보겠습니다!
섬뜩했다.
힘이 솟아난다고? 에너지 넘치게 달려보겠다...?
기분 탓이었을까? 슬쩍 둘러본 몇몇 팀원들의 표정에서 낭패감이 읽혔다. 그래, 맞아. 그냥 이런 거 하지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