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과의 거리를 점진적으로 좁혀가는 편입니다.
마치 지뢰를 탐지하듯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그렇게 가까워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어? 뭔가 있네?
그러면 바로 멈춰 서죠.
그리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습니다.
보통은 거기까지가 그 사람과 나와의 적정 거리가 됩니다.
물론 거기서 더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다만 아직은 그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뜻.
한 번 가까워졌는데 아니다 싶어서 다시 멀어지기는 힘드니까요.
맞아요.
저는 사람 사귀는 데 있어서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에 걸쳐 친해진 사람과는 그만큼 더 오래갈 수 있지 않냐고요?
아뇨.
저는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친구가 바뀌었거든요.
요즘 많이 하는 말로 시절 인연이라고 하죠?
저에게는 거의 다 그런 인연들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저 사람은
나처럼 모나지 않은 사람이겠다.
그 사실에 울적해질 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해도 잘 지낼 자신이 없는걸.
지금 제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제 시절 인연인 셈이죠.
이 시절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의 시절 인연이라면?
바로 지금
가장 적절한 시기에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제철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식도, 인연도
제철인 게 가장 좋습니다.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기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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