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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나를 망가뜨려요.

by 프롬서툰

눈 오는 날, 저배속 풍경


누가 허락없이
모닝콜 하랬냐?


오늘은 폭설로 인해
길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운전 조심하시고,
도로가 막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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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회사 단톡방에 뜬 메시지였습니다.



과연,


창밖을 보니 오늘 출근길이 만만찮을 것 같더군요.




이렇게 눈이 오는 지방이 아닌데.



도로 위의 차들은 저배속 영상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위험하니까 좀 늦게 출근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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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폭설로 인해
길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운전 조심하시고
도로가 막힐 수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조심히 출근 바랍니다. ^^


응, 어림없지.




약 올리냐?






오늘을 어제처럼 살았듯

내일도 오늘처럼 살겠지


조금 늦었어도 좋았을 텐데.



운 좋게(?) 정시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늘 일찍 오는 사람들은 오늘 같은 날에도 늦지 않았더군요.



매일 출근 시각에 임박해서 뛰어들어오던 사람들은 역시나 지각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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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사는 대로 살고,


하던 대로 할 수밖에 없구나.




새삼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더군요.



그런데 오늘 정 대리는 휴가인가?





마음 같지 않은 날



3중 추돌 사고??


정 대리가 차를 몰고 출근하다 사고가 났다더군요.



언덕길을 내려오다가 앞차를 들이 받았고, 자신도 뒤차에 받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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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위에서는 웬만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야 한대요.



멈춰지지도 않을뿐더러 엉뚱한 방향으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죠.




평지에서도 그렇게 조심해야 하는데 하물며 비탈길에서는 말 다 했죠.






접촉사고도 일잘러한테만 생기네


정 대리는 출근하자마자 눈코 뜰 새 없었습니다.



한가한 사람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정대리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싶어 했지만 대답해 줄 상황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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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받으랴,



부서장이 지시한 데이터 준비하고 보고하랴.




오후엔 휴가를 올렸더군요.



자동차 범퍼가 완전히 박살 나서 정비소에 가야 한다고.



부서장 결재가 끝났는데도 잡일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냥 나가봐.



여기 더 있는다고 뭐가 되겠니? 실수나 하겠지.



그래야겠어요.



주말에 야근 올렸고?



아, 올려야 해요. 감사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비단 심각하고 큰일이 아니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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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어제의 저처럼 글을 써야 하는데 쓸만한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거나!



앞으로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려고요.



아, 지금 내가
눈 쌓인 길 위에 있는 거구나.





애쓰지 않아도 되요


눈길 위에선 브레이크를 아무리 세게 밟아도 차가 멈추지 않습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미끄러져 갈 뿐 노력할수록 수렁에 더 깊이 빠지게 되는 거죠.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뜻.




그럴 땐 힘 빼고 잠시 체념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노력이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니에요.



눈이 녹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대로 작동할 테니까요.




한 주 동안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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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토요일에도 출근해요.




괜찮아요.




눈길 위에 있을 땐 용쓰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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