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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줄 안으로 뛰어들 용기

by 프롬서툰

다 싫은데 더 싫은 것


회사에서 하는 건 뭐든 싫지만 특히 더 싫어하는 게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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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봄맞이 사내 체육대회 소식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이번엔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지시가 있어서 무조건 1종목은 선택해야 한다더군요.




다행히 저처럼 운동신경 없이도 할 수 있는 종목이 있더군요.





'단체 줄넘기하겠습니다.'





그렇게 신청하고도 두 번이나 더 물었습니다.





진짜 체육대회 하는 거예요??







줄넘기 비법


사실 저는 단체 줄넘기 단골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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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줄넘기 잘 하는 비법(!)도 알게 되었어요.




다년간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 쓸모없는 비법을 조금 공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줄을 넉넉하게 잡고 리듬감 있게 돌리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더군요.




줄넘는 사람들 간에 호흡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그렇게 줄을 넘기 시작하면 그 뒤부터는 관성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쳐서 호흡이 흐트러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무서운 관성의 법칙



실상 줄넘기 이외에도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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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철저히 관성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출근을 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죠.




어떤 것에 저항하거나 뭔가를 능동적으로 바꿀 생각을 하기보다는 수비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니까요.




물론 어떤 인간들은 진짜 제멋대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은 그조차 자신만의 루틴이 있을 겁니다.




믿을 수 없지만.







줄넘기



각자 자신의 속도와 패턴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제 눈엔 사무실 동료들이 그렇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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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줄 길이와 속도로, 어떤 사람은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천천히 줄을 돌립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걸어볼 만한 사람은 물론 후자일겁니다.




그럼에도 그 줄 안에 들어가려면 결심이 필요해요.




내가 돌리고 있던 줄을 잠시 멈출 결심 말이죠.






당신에게 점심 먹자고 안하는 이유



그게 무슨
결심까지 필요한 일이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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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같이 먹을래?


저 같은 경우엔 이 말이 쉽지 않아요.




저는 매일 점심을 샐러드나 야채주스로 간단히 때우고, 남는 시간엔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단 10분이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하죠.




그걸 안 하면 오후 내내 피곤하더군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점심 식사를 제안하는 것은 이 모든 걸 포기하고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




차라리 점심을 먹고 말지.




그러면 점심때 못 쉬잖아.




에이, 다음에 하지 뭐.





이것이 제가 돌리고 있는 줄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랍니다.





웃기죠?




정말 별것도 아닌 이유인데 그래서 더 미루게 된다는 맹점이 있답니다.






굳이 굳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
책상 밖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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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엔 자신만의 반경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만의 견고한 루틴에 갇혀있다고 해야할지.




옆자리 동료에게 밥 한 끼 하자는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그 이유를 굳이 꼽아보자면,





'굳이 왜?'





그런 정도려나요?






함께 뛰기


오늘
점심 같이할래?


그럼에도 오늘 저는 저만의 루틴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모험을 해보았습니다.





좋아요!





다행히 반갑게 받아주더군요.





이번엔 제가 살게요.




오,




돈도 굳었고요.




나만의 루틴도 좋지만 조금은 줄을 느슨하게 잡아보세요.




한 명 정도는 더 들어올 수 있을 만큼.




그러면 언젠가 용기를 낸 누군가가 뛰어들어올지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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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쥬 라잌 썸씽 투 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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