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선 생긴 대로 살아보는 거야.

by 프롬서툰

꿀 먹은 벙어리


최근 딸아이의 시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한 달 동안 안약을 넣으며 관리한 뒤 다시 와보라더군요.


그날이 바로 어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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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 시력은 나빠지지도 않았지만 좋아진 것도 아니었어요.




지난 한 달 동안
어떤 노력을 했어?


의사는 딸에게 그렇게 물었고, 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안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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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보는 걸 좀 줄였어?



아니오.



공부는 똑같이 했니?



네.



그럼 안약 넣는 거 말고 한 게 없는 거네?



끄덕끄덕.




그렇잖아도 낯선 사람은 불편하는데다가 떳떳할 수도 없는 질문이었으니 딸의 목소리는 더 기어들어갔습니다.






목소리 작으면 손해


목소리 크게 해야지.
자, 다시 한번 크게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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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종종 손녀인 딸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그때마다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저 역시 아빠에게 그런 얘길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당시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지 못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손해 봐야 할 부분이 꽤나 크기 때문이죠.






그게 네 볼륨이라면 뭐



이번엔
세 달 동안 관리해 보자.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할 거니?


몇 가지 검사를 마친 의사는 딸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멀찌감치 서있던 저에겐 딸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들리지 않더군요.


솔직히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땐 큰 소리로!




그러나 그렇게 다그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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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 딸의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킵 고잉


네 인생의 문제는
네가 네 방식대로
풀어나가도록 하렴.


자기가 살면서 불편하다고 느끼면 고치겠죠.


만약 저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몰라도 그전까지는 굳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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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돌고대대로,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물범은 물범대로 사는 거니까요.


일단 생겨먹은 대로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꿔보기도 하면 되죠.


요즘엔 식당 테이블마다 호출 벨이 있어서 음식 주문할 때 큰소리로 '저기요!' 할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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