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

by 프롬서툰

강한 사람



아빠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실제로 누구에게도 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죠.




어떤 때엔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엔 진절머리가 나게 해서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간에 아빠는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죠.



언제나, 반드시.






아빠의 생존법


그것이 아빠의 생존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아빠의 승리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때때로 탐욕스러워 보였고, 때때로 품위 없어 보였기 때문이죠.




서툰아, 여기 자리 났다.
어서 와서 앉아.




만원 버스에서 자리가 났을 때 큰소리로 저를 부르는 아빠가 창피한 적도 많았습니다.



아, 괜찮다고. 나 신경 쓰지 말라고.






난 약해 빠졌어


취업이 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루는 아빠가 저를 앉혀놓고 묻더군요.



왜 자꾸 약한 생각하고 그래? 네가 대체 뭐가 못나서?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몰라, 그냥 무서워.
전부 다.



아빠는 강한 사람이니까 모르겠지만 난 다 무섭다고.



자신 없어.






허락해 주면 조퇴고,

안 해주면 무단 외출이겠지


여느 월요일과 다름없는 오전 일과였습니다.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짜증 나고.



이제 점심시간만 지나면 가장 힘든 시간도 끝이겠구나.



그런 한가로운 생각을 할 때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딸이 갑자기 아파서 조퇴를 했다는 거예요.



저는 전화를 끊자마자 부서장 방으로 들어가 휴가 보고를 한 뒤, 곧장 사무실을 뛰쳐나왔습니다.






넌 좋겠다. 아빠가 아빠라서


서둘러 집에 도착하자 딸은 거실 소파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더군요.



이불 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딸을 봤는데,




너, 얼굴 좋아 보인다?




보건 선생님이 잠을 많이 못 자서 그런 거래. 집에 와서 딸기 먹으니까 나았어.



그러면서 '아빠 손에 들고 있는 거 샌드위치냐'라고 묻는 딸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저녁 무렵, 퇴근해서 돌아온 배우자가 딸에게 그러더군요.





넌 좋겠다. 아프다는 소리 듣자마자 출동하는 아빠 있어서. 그래서 나은 걸 거야.






무섭지 않아


아빠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
가족 말고는.



어릴 적 아빠가 저에게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이해할 것 같더군요.



미처 몰랐었는데 저도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가족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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