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못 먹어서
환장했나?
배우자는 분별없이 저에게 그런 누명을 씌웁니다.
당연히 억울하죠.
저는 평소 순대를 싫어하지 않을 뿐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이 순대에 환장하게 되는지 아시나요?
그 별것도 아닌 순대를 오랫동안 먹지 못하면 그렇게 됩니다.
순대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아는데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특히 저는 내장 먹는 맛으로 순대를 시키는데요.
이게 재래시장이 아니면 파는 곳이 별로 없더군요.
대형마트에서 파는 걸 먹어보긴 했는데 너무 맛이 없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최근 제가 사는 아파트 앞에 순대 파는 트럭이 오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사 먹었더니 그 맛은 제가 먹어본 순대 중 상급이었습니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고요.
지난 주말에도 순대 트럭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나갔습니다.
벌써 4번째인 거 같네요.
잡숴봐요.
사장님은 늘 그렇듯 포장하는 동안 맛보라고 시식용 순대를 몇 개 내어 줍니다.
마치 오마카세처럼.
저는 그때마다 집에 가서 먹겠다고 사양하죠.
사장님, 이제 곧 여름 되면 안 오시겠죠?
순대 썰고 있는 사장님에게 물었습니다.
벌써부터 서운해지더군요.
아니요, 계속할 겁니다.
여름에 덜 팔리긴 해도.
너무 추우면 겨울에도 장사 안됩니다.
바람 많이 불면 봄, 여름에도 장사 안되고.
아무튼 안 되진 않아요.
순대 먹는 사람은
계속 찾을 수밖에 없거든.
맞아요 사장님!
그게 바로 저예요.
순대 먹듯
글 써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순대 먹듯 쉽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저는 매번 즐겁게만은 쓰지 못해요.
다 쓰고 난 이후의 일들로 인해 즐거울 때가 더 많죠.
그게 그건가?
아무튼 여러분들이라도 좋아하는 음식 먹듯 제 글을 읽어주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갓 만들어낸 에세이를 드립니다.
순마카세, 한 번 잡숴봐.
https://blog.naver.com/surtune45/223707124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