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by 프롬서툰


왜죠?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과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선생님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오늘부터
한 명씩 노래를 부르고
듣는 시간을 가져보자.
누구부터 시작해 볼까?

서툰, 나와봐. 한 곡 불러봐라.





왜 나예요?


어쩌면 토요일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기분 좋은 오전 수업 정도로 기억하거든요. 무슨 과목의 어떤 선생님이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선생님은 어째서 저를 지목한 것일까요?


평소 튀지 않고 조용한 성격이었을 저를.





마법의 성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너무 착한 동요 같지 않나?


발라드도 아니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같은 유행가도 아니라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웃음거리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말이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마치고 자리에 들어오자 몇몇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노래 너무 좋다. 제목이 뭐야?



매일같이 주먹질로 서열 정하는 게 일이었던 녀석들에게도 일말의 감성은 있었나 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렇게 단 한 번뿐인 노래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처음 선생님이 했던 말씀과는 달리 이후로 그런 시간은 다시없었거든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 앞에서 노래했던 그날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러면 피식 웃음이 나오곤 하죠.



그때 선생님은 왜 그랬을까?


그런 의문도 함께 듭니다.





추억이 될 거예요.


조용하고 소극적이게 보였을 저를 자극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선생님도 별다른 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켜본 것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것이 수십 년 동안 저를 웃게 하는 추억이 되었네요.


오늘 제가 혹은 여러분이 대수롭지 않게 했던 말과 행동도 추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도 그렇고요.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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