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밤이면 할 말 많던 사춘기 소년 서툰은 몇 장이고 편지를 써 내려가곤 했습니다.
집 밖으로 달려나가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오곤 했죠.
그러고 나면 며칠 뒤, 그녀로부터 답장이 오곤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올바르게 이해해 주는 사람은
오로지 너뿐이야.
뭐, 그런 걸 느끼곤 했었죠.
만약 밤에 썼던 편지들을 다음 날 다시 퇴고라도 했다면?
아마 많은 편지들은 부쳐지지 못했을 겁니다. 밤의 감성은 확실히 낮의 그것과는 다르니까요.
지금도 그렇게 글을 쓰고 있어요.
가령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문득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글로 옮기진 않습니다.
그 작업은 '밤의 서툰'에게 맡기는 거죠.
저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밤의 분위기가 묻어 있는 게 좋거든요.
그것은 오직 밤에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향한 플러팅인가?
밤에 글을 쓸 땐 감정 과잉이 되지 않으려 주의합니다. 물론 그게 지켜지지 않을 때도 많아요.
술주정보다 더 못 봐줄 것이 바로 '밤주정' 같다는 생각조차 들죠.
그렇다고 해도 웬만하면 글을 수정하거나 지우진 않습니다.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법이니까요.
때때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저의 진심.
우리,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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