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은 수요일일 뿐
굿바이,
2025년.
저희 회사는 언젠가부터 한 해의 마지막 날, 종무식을 하는 문화도 사라졌어요.
12월에 접어들자 오히려 내년 계획을 세우라며 어서 2026년으로 넘어가라고 재촉 당했던 것 같습니다.
알고 있어요.
12월 31일이 지나도 똑같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찝찝해
2025년산은 다 갖다 버려.
지금은 2026년이라고.
해가 바뀐다고 해서 그렇게 모든 걸 칼로 무 베듯 자를 순 없는 일입니다.
어제까지 꼬여왔던 일들이 리셋되는 것도 아니죠.
저만해도 지난주에 뜻하지 않게 생긴 일들을 처리하느라 머리가 아프답니다.
찝찝하고 무거운 몸을 하고 2026년으로 넘어가야 하는 기분이 썩 상쾌하진 않네요.
복을 누린다.
오늘은 딸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외식을 하러 나갔습니다.
돈가스 가게에 대기를 걸어두고 근처 인형 뽑기 가게에서 인형도 뽑았답니다.
강아지 인형의 메달에 한자가 적혀 있어서 뜻을 검색해 보니 '재복을 누린다'는 의미더군요.
기분이 썩 괜찮았습니다. 내년이 시작되자마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아트박스에서 배스 밤을 샀답니다.
오늘은 욕조에 들어가서 그렇게라도 2025년의 묵은 찝찝함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었거든요.
안심해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뭐가 달라질 리는 없습니다.
'자, 여기서부턴 2026년이야.'
그렇게 간단히 지난날을 칼로 무 베듯 자를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럼에도 칼을 휘둘러 보려 합니다.
좋은 운세가 적힌 인형의 펜던트를 보면서, 아카시아 향기가 나는 거품 목욕을 하면서 말이에요.
안심해.
내년에도 잘 될 거니까.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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