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보낸 하루
'하릴없이 보낸 하루'라고 하면 어떻게 느껴지나요?
자칫 허망하기만 할 것만 같지만 의외로 달콤할 때도 많습니다.
가령 평일 직장에서의 시간은 하릴없을수록 좋아요.
사무실에서는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길 바랍니다.
좋은 일엔 반드시 날파리가 꼬여서 피곤하고, 나쁜 일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렇게 무사한 하루가 지나갔구나.'
회사에서 일과의 마무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주말은 그래선 안되지
반면 하릴없이 보낸 주말은 얼마나 허망한가요.
지난 일요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침부터 밀린 설거지를 하고, 근처 공원에 가서 달리기를 했어요.
운동을 마친 뒤에는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그날 구운 빵을 포장해와서 가족들에게 브런치를 만들어줬죠.
잠시 누워서 티브이도 보고, 책과 신문을 보고 나서도 오후 2시 밖에 되지 않았다니.
하지만 방심했던 탓일까요?
그로부터 저녁 8시까지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죠.
시간은 저항 없이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영업의 어려움
'저녁 먹고 들어갈게.'
어느새 해가 질 무렵, 딸과 함께 외출을 했던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렇다 이거지?
저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배달음식을 시키고 주안상을 차렸습니다.
서툰 책방은 순식간에 서툰 주점으로 변신했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사진을 찍고 얼마 후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삐삐삐삐삐ㅡ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도착한 아내와 딸은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고 성화였습니다.
하는 수 있나요. 주점은 일찍 접는 수밖에.
그리하여 이 상을 드립니다.
한 것 없이 끝난 주말 같아서 헛헛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억을 되짚어 보면 의외로 한 게 많더군요.
다만 스스로 어디 내세울 만한 일이 없을 뿐이죠.
특별한 날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트로피가 있다고 해도 그 상을 줄만한 하루는 흔치 않을 겁니다.
당장 생각해 보면 오늘도 별거 없이 보낸 것 같거든요.
하지만 분명히 뭔가를 했을 겁니다.
설거지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가족들 식사도 차려주고,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마시거나, 말귀 못 알아듣는 후배에게 잔소리하는 것 참기 등등.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지만,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해낸 것 또한 충분히 훌륭한 일입니다.
요컨대 오늘도 잘하셨다는 말씀이에요.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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