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또 그래 버렸네
집에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 갑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책꽂이에 이미 읽어본 책들만 꽂혀있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숙제가 늘어나는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아요.
그래놓고 또 충동적으로 책을 빌려 버렸습니다.
이해하지?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미터>.
모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소설화 한 책들입니다.
'이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집어 들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의외로 주말 동안에 모두 읽어 버렸답니다.
게다가 감동한 나머지 그의 책을 몇 권 주문했습니다.
주머니 사정 탓에 중고책으로요.
진심으로 감동받아서 소장하고 싶다면 새 책을 사야 하지 않나?
그런 자문을 했지만 신카이 마코토 정도 되는 사람은 이해해 주리라 믿었죠.
그의 갑작스러운 사정
하루 뒤 모르는 번호로 장문의 문자를 받게 되었어요.
'책방? 갑작스럽게? 건강상의 사정? 주문 물량이 많아?'
무슨 소린가 싶더군요.
몇몇 단어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는데 단번에 떠오르는 게 없었거든요.
스팸 문자인가 했다가 한참 뒤에야 전날에 주문한 중고책들이 생각났습니다.
중고책 판매자의 문자였어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내용.
건강 문제까지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안심하라는 뜻으로 답을 드렸습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전투 중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혼이 뼈와 만나는 저 안쪽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중
그때 마침 읽고 있던 책의 한 구절입니다. 책을 깨끗이 보는 제가 형광펜을 집어 들게 한 문장이에요.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거죠.
물론 타인에 대한 지나친 연민에 빠져 정작 나 자신을 챙기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그날 다른 판매자를 통해 다시 같은 책들을 주문했는데 가장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이 재고 부족으로 또 취소됐더군요.
그곳에선 또 어떤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모든 곳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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