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 시간
초등학생 시절, 고학년이 되자 특별활동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명 '특활'.
저는 당연하다는 듯 독서반에 가입했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몸을 쓰지 않아도 됐고, 준비물도 간편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특활 시간이 되면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소속된 반으로 이동했습니다.
저 역시 준비한 책을 챙겨 정해진 교실에 가서 책을 읽었죠.
팝송듣기반
니 영어 잘 하나?
아마 사투리로 그렇게 물었을 겁니다.
어느 날인가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노트에 영어를 열심히 쓰고 있더군요.
저는 아직 영어를 배우지 않았을 때라서 그게 굉장히 놀라워 보였어요.
더구나 그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 아니, 이거 팝송이다.
- ...쏭?
- 팝. 송. 내 팝송반이다 아이가. 특활반 숙제다. 이거 다 써가야 한다.
아하, 그런 반도 있었구나.
그전까진 평범해 보였던 녀석이 왠지 비범해 보이더군요.
스키드 로우를 아시나요?
얼라가?
내 가요 안 듣는다.
(번역: 애냐? 난 가요 안 들어.)
중학교 시절에는 한 친구가 그럽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 니 스키드 로우(Skid Row) 아나?
- 아니.
- 본조비(Bon Jovi)는?
- 모른다.
- 그럴 줄 알았다, 짜식. 들어볼래?
참 시끄러운 음악이더군요.
하지만 그 친구가 평소 풍기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어른스럽고, 터프하고.
록 음악 좀 듣는다고 으스대는 모습이 재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멋있어 보였습니다.
나의 조각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취향은 숨길 수 없는 그 사람의 조각이기도 하니까요.
학창 시절엔 특활반을 통해 그 조각들을 슬쩍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복 안에 숨겨뒀던 혹은 가둬둘 수밖에 없었던 정체성 말이에요.
어떤 특활반에 가입하셨나요?
교복을 벗은 지금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하루 중에 또는 일주일 중에 자신만의 특활 시간이 있나요?
그렇다면 무슨 반에 가입하셨나요?
아직 없다면 꼭 가입해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활동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바로 나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저는 블로그 반, 글쓰기 반, 그림 그리기 반, 음악감상 반, 육식 탐구 반, 해산물 섭취 중급 반.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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