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 이 글은 일주일 전에 쓴 글이므로 이 글의 '오늘'이란 '3월 14일'을 가리킵니다.
라디오 디제이가 오프닝을 하면서 그렇게 묻더군요.
저는 듣자마자 정답을 맞힐 수 있었습니다.
기념일을 병적으로 챙기는 아내 덕분이죠.
여러분도 혹시 정답을 알고 계시나요?
맞아요, 오늘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입니다.
'기대할게.'
며칠 전 아내와 딸은 저에게 다시 한번 '그날'을 상기시켜주었더랬죠.
적당히
사실 저는 제 생일을 챙기는 것조차 낯부끄러운 일로 여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정반대의 성향의 아내를 만나고 나서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각자의 생일 이외에도 기념해야 할 날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 적당히 좀 하면 안 돼?
- 이게 적당히야. 많이 줄인 거야.
놀랍게도 아내는 자제하고 있었던 거예요.
개수작
그러나 12월만큼은 아내도 혀를 내두릅니다.
케이크 먹느라 바쁜 달이거든요.
아내와 제 생일이 모두 12월에 있고,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까지 모두 기념해야 하기 때문이죠.
- 그래도 우리 생일이 보름 이상 차이가 나서 다행이야.
혹시 원한다면
당신 생일 땐 파티를 하지 않아도 좋아.
아내는 그렇게 제안하더군요.
솔직히 제 생일을 기념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별 시답잖은 날에도 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판에 제 생일을 지나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더군요.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피워라.'
가스라이팅
저는 이제 아내가 시키지 않아도 기념일을 챙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론 아무 날도 아닌데 퇴근하며 꽃을 사들고 들어가기도 하죠.
가스라이팅이 제대로 되었기 때문에?
아니요, 저 역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소소한 기념일 덕분에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특별한 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요.
이게 가스라이팅 당한 건가요?
생각나는 사람
디제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뜻 아닐까요?
화이트 데이에 누군가를 떠올리고 사탕을 주는 일 말이에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딸이 환장하는 에그타르트를 2개 포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누가 생각나셨나요?
병적으로 기념일을 챙기는 저희 집과는 가풍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from su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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