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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욕망을 잡아채는 일"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물로 뜨거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by myownangle

배우를 할 때도, 출판사 대표를 할 때도 박정민이라는 사람은 참 뜨겁게 일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으로는 어딘가 심드렁해 보였는데요. 그런데 궤적을 보면 매 순간 멋진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어왔더라고요. 회사 업무 때문에 박정민 대표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를 검색하다가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있는 곳에서 뜨겁게 일하는 사람에겐 어떤 동력이 있을까.


박정민 대표의 인터뷰에서 슬쩍 그 힌트를 찾아봤습니다. 폴인 인터뷰인데, 출판사에서 <첫여름 완주>라는 책을 출간하고 마케팅을 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니 꽤 간명하더라고요.


뭘 만들고 싶고, 왜 만들고 싶은지가 확실하니까
'어떻게'는 자연스레 살이 붙은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 뭘 만들고 싶은지, 그걸 왜 만들고 싶은지 분명하기 때문에 어떻게는 자연스러웠다고. 일이라는 것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봤을 때, 결과물이 뜨겁다는 건 그 앞에 있는 질문들이 굉장히 선명하고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시력을 잃어버린 아버지께 좋은 소설을 읽어드리고 싶다. 거기서부터 오디오북이라는 형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2차 콘텐츠들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욕망이 선명한 사람은 일도 뜨거웠습니다. 내 안에서 흐릿하게 떠오르는 욕망의 실마리를 잡아채는 기민함, 그 욕망을 다듬어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용기. 이 두 가지가 자신만의 궤적을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뜨거운 사람들을 볼 때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지쳐버릴까? 자문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을 기획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세상은 압력이 너무 강해서, 내 압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금방 외부의 압력 때문에 길을 잃고 쪼그라들기 마련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자칫 방심하면 일이 쏟아지니까요. 번아웃은 삶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것, 다르게 표현하면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욕망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출근을 하고, 출근길에 인간 혐오가 쌓이고, 출근해서 8시간 일을 하고, 돌아와서 기절하듯 잠을 자고. 그 쳇바퀴의 반복 속에서 지쳐버렸는데 또 다른 인생을 도모할 에너지가 사라지는 거죠. 그런데 최근 좋은 책과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어쩌면 지금의 저는 제 인생을 마음껏 살아본 적이 없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기획할 용기, 그 기획을 응원해 줄 에너지. 공부도, 일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게 제 마음에서 100% 우러나왔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남은 하반기에는 최대한 경계를 넓혀보는 일들을 해볼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압력을 잡아채고 삶을 다른 모양으로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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