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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wnangle Feb 25. 2024

EP.1 화제작 <가여운 것들> 소설로 먼저 읽어봤다!

영화 개봉 D-10 준비운동 시작

#0.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들


[프롤로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C와 A. 일 욕심이 강한 탓에 각자의 팀에서 가장 늦은 퇴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틈틈이 책과 영화를 사랑하며 삶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는 한 권의 책 혹은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고 썰을 풀어보자는 담대한 결정을 이뤘다.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즐기면 좋겠다. (다음 편은 영화 '킬링디어'랍니다)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대화를 그대로 담았다. 
 #직장인 #주말에뭐했어? #영화봤어요 #책봤어요 #대답하기좋음^^  


[등장인물]

C : 글을 좋아하지만 말을 더 잘한다. 올해 목표는 낭만적인 사람 되기. 시와 소설과 친해지는 게 첫 번째 미션이다.

A : 6년째 데이터를 만지고 있다. 틈틈이 책과 영화 사이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영화를 20배 더 좋아한다.




#1. 영광적인 첫 시작


C :  영광적인 첫 프로토 타입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A : 오 그거 하기 전에 이것도 보여주고 싶었어. (말하다가 말고 노트북을 여는 A)

C : 나한테 마음대로 하라며..

A : ^^

C : 일단 <가여운 것들>을 선택한 이유부터 말해볼까? 나는 낯선 소설이나 그런 것들을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어. 그것에 딱 걸맞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A : 나는 sf를 진짜 좋아하니까 그런 상상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 이 작품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니고. 대다수가 올해 개봉할 요르고스 란티모스 작품* 때문에 이 원작 소설을 알지 않을까 싶은데 거기에서 묘사되는 콘셉트가 너무 좋았던 거지. 죽었던 사람을 되살려서 그 사람과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해서 읽었지.

*<가여운 것들>은 3월 6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영화로 개봉 예정이다.  



#1. *스포주의* <가여운 것들>은 구조가 핵심이다?


C: 책 읽으면서 어땠어? 어떤 점이 흥미로웠어?

A: 구조가 되게 독특했어. 어떤 사람이 무언가 파일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파일철에 대한 내용을 하나하나하나씩 보여줄 터이니 네가 한번 알아서 판단해 보라는 식으로 세팅이 되어 있잖아. 그 구조가 되게 독특했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어찌 보면은 남성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항목이잖아. 맨 마지막에는 여기서 묘사했던 여성의 시선으로 보여주는데 그게 톤이 약간 다르단 말이지. 그래서 나 스스로 받아들일 때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떤 사람의 시선이 더 맞는 걸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측면이 굉장히 재밌었어.
 

 그리고 보통 새로운 거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구조에서 빠뜨리기 쉬운 부분이 성적인 부분인데, 그런 부분을 되게 잘 다룬 것 같아. 가령 <15 소년 표류기> 나 <파리 대왕> 같은 데에서 새로운 경험이 이뤄질 때 가장 본능적인 영역인 성적인 부분이 언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어. 근데 여기서는 장치적으로 굉장히 많이 활용하고 있어서 되게 신선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C는 어떤 점이 좋았어?


C: 나도 이 책은 구조가 핵심이라고 봤어. 여성 캐릭터 벨라가 중심인 이야기지만 이거를 대부분 남성의 시선에서 풀어나가잖아. 근데 그 중간중간에 여자 주인공이 쓴 편지라든지, 이 여성이 자기의 진짜 할 얘기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쓴 주석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보면 이게 얼마나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남성 중심의 시각이 얼마나 주인공의 마음을 못 담았는가가 보이거든. 그래서 그 구조가 되게 주제랑 잘 맞았던 것 같고.



A: 나는 왜 이 책을 그렇게 구성했을까 궁금했어. 이 책은 누가 봐도 정치적이고 여성주의적 서사를 담았는데 왜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많이 서술했는지, 여성주의적인 입장을 적게 할애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


C: 나는 그렇게 느꼈어. 여성 캐릭터 벨라가 지능이 새로 생기잖아. 이게 어떻게 보면 되게 큰 시대적 관점에서 페미니즘 혹은 여성주의가 만들어지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봤거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 대한 해석을 남성들이 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서사를 이 책은 분량 자체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 시기적으로 뒤늦게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거지. 벨라의 서술이 책 전체에서 후반부에 등장하고, 그럼에도 전체에서 적은 분량 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인거지.
 

A: 좋은 해석인 것 같아.
 

C: 그래서 내가 세 번째 질문으로 벨라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를 얘기해보고 싶었거든.


A: 그러니까 나는 벨라에게 의미부여를 하기 위해선 백스터가 남성이 아닌 절대자적인 존재로 빠져야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벨라는 결국 남성이 만든 존재야. 근데 사실 벨라는 남성이 만든 존재라기보다 비어 있는 스케치북을 채워가는 과정이잖아. 그러면 스케치북을 만든 사람이 남성이라는 게 강조돼서 난 안 된다고 봐. 그래서 나는 백스터의 무성, 절대자적인 존재를 더 받아들여야 되지 않나 생각을 했던 거고. 벨라의 의미는 C가 얘기했던 딱 그걸로 이해를 했어.
 
C: 근데 나는 벡스터라는 존재가 무성이 되기보다는 그냥 남성적 존재라고 받아들였어. 여성들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한 좀 더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거든. 물론 세상을 여성과 남성만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이런 부분에 인식을 계몽을 빨리 한 남성들이라고 봤어.

 

A: 그러니까 그러면 나는 이 책이 여성주의자 입장에서 썩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거지. 왜냐하면 여성성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깨뜨려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아직 환경이 안 갖춰져 있는 거라고 보거든.

 

C: 나도 그거에 너무너무 동의를 하는데 어쨌든 소수의 목소리가 세상에 퍼지려면 그걸 함께 확산시킬 수 있는 수많은 조력자들이 필요하잖아. 기존의 정치권이라든지 언론계라든지 기득권의 다수는 남성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같이 동조해 줄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백스터가 표현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어.



#2. 편집자는 신이 났고, 삽화는 더 신이 났다!


A: 이  <가여운 것들> 책의 황금가지 편집자가 조금 과하게 손을 댔다고 봐. 설명해 주겠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조금 선을 넘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 이렇게 안 하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데. 각주를 읽다 보면 얘는 사실 이런 생각이니까 넌 이걸 알아야 돼라는 식으로 조금 푸시하는 경향이 느껴져서 그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C: 맞아. 이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까지 다 적혀 있잖아. 이러한 해설형 각주가 한두 번이었으면 난 오케이였을 것 같아. 근데 주요 장면마다 자주 등장을 하니까 내가 이 편집자의 강연을 듣고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


A: 물론 페미니즘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분명히 다른 감정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잖아. 그런데 이러한 각주는 그것을 차단해 버리는 역할을 하니까 좀?


C: 책의 주목할 만한 요소 중에 하나가 삽화라고 봐. 텍스트 속의 편집자가 이 삽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많이 썼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 근데 그게 이 책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 표지 삽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중간에 헤어졌다가 만났을 때의 이 자세이기도 하고 벡스터가 죽을 때의 자세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되게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돼서 좋았어.


A: 중간중간에 소설의 이해를 돕는 집의 모습이라든지 혹은 그 집이 전체 도시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런 것도 들어가면서 적재적소에 잘 쓰였고. 스타일리시하다 보니까 전체적인 감상의 폭을 넓혀준 효과를 준 것 같아.

 
C: 맞아. 특히 벨라가 사창가에서 일을 할 때 전후에 들어간 삽화가 있는데, 여성의 골반뼈에 태아의 목이 걸린 모습이거든. 나는 그 삽화를 보면서 이게 어쩌면 이 작품 전체를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A: 어떤 점에서?

 

C:  이 존재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데 여러 가지 억압 때문에 막혀 있는 거야. 근데 그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오는 막막함을 벨라도 느낀 게 아니었을까 싶었지.



#3. 영화관에서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C: 이 작품이 3월 6일에 영화로 개봉을 하는데 이 많은 장면들 중에서 영화관 스크린으로 꼭 보고 싶다 하는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해.


A: 나는 백스터가 묘사되는 부분이랑 백스터가 벨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으면서 입이 커지고 기괴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궁금해. 그런 부분은 정말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많은 크리처를 다루다 보니까 이런 기괴함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감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과연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어떻게 표현해 낼까라는 게 염려?(웃음)


 그리고 전체적인 구조가 본인 서재-서재에서 본 편지 이렇게 옴니버스형이다 보니 이런 구성은 또 굉장히 웨스 앤더슨스럽거든. 책을 보는데 여기서 뭐가 나오고 거기서 여러 공간을 이동하고. 그래서 이 스토리는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과 굉장히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것도 과연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 예고편을 봤을 때는 웨스 앤더스 느낌이 들어.


 근데 워낙 란티모스는 기존에 봤었던 작품에서 서늘한 이미지가 있거든. 직접적으로 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모든 이미지에서 뭔가 날 선 느낌? 그래서 쓸쓸하면서도 음울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을 이 <가여운 것들>에서 어떻게 표현해 낼지 기대가 돼.



C: 나는 그 웨더번과 벨라가 쉼 없이 성교를 하고 웨더번이 지쳐서 침대에 널브러져 있을 때 벨라가 자신이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돈을 주고 떠나잖아. 이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 되게 궁금하거든. 그동안 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진, 남성이 여성에게 화대를 지불하고 떠나는 그 장면처럼 그려질지 궁금해. 역전이 되게 재밌게 느껴졌거든. 물론 벨라는 그런 의미로 돈을 주기보다는 선의로 마지막 선물처럼 주고 떠났지만 그동안 미디어에서 그려진 그 장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반전되었을 때 카메라는 벨라를 어떻게 잡을까 보고 싶어.


 그동안처럼 벨라를 밑에서 위로 찍을까 아니면 A가 말한 것처럼 벨라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대등하고 평평하게 잡을까 궁금했어. 그리고 지중해를 지나면서 벨라랑 호퍼박사가 아침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잖아. 그때 세상이 어떠한 정치경제학적 논리로 이뤄지는지를 배우는데, 사실 나는 이 부분이 지루했거든.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모습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할까.



C: 자 그러면 우리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작품을 A가 선정해 줘.


A: 다음 작품은 <킬링 디어>로 하면 어떨까 싶어. 오늘 다룬 <가여운 것들> 작품을 영화화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전작이 바로 <킬링 디어>거든. 고른 이유는... 일단 소설을 했으니까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영화가 단순히 영화적인 것보다는 문학적인 콘텍스트를 가지고 있는 거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  영화를 보면 왜 문학 얘기를 했는지 알게 될 거야.



별첨. C가 밑줄 친 책 속 한 줄


-신체적으로 작고 억압이 있을 때 체득하게 되는 비겁함을 배우지 않았기에, 단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언어능력을 사용한다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위장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말일세.


-선함은 신비스럽지 않아. 햇빛, 공기, 그리고 빵처럼 그것들은 인생에서 갖아 평범하고 갖아 명백하고 가장 본질적인 사실들일세. 값비싼 교육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사람들만이 진리, 아름다움, 선함을 진귀한 사유 사유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빅토리아 시대에는 남성들이 아내와 정부 사이에서 자유로운 성생활을 영위했다면, 벨라는 거꾸로 약혼자의 존재를 핑계로 웨더번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그를 결합 상대자, 즉 한낱 섹스 파트너 수준으로 떨어뜨림으로써 빅토리아 시대의 성 도덕률을 전복시킨다. 웨더번이 자신을 웨더(거세된 숫양)이라고 부르는 벨라와 함께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남성성을 위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길 러시아는 미국만큼이나 젊은 나라래요. 한 국가는 그 문학의 나이만큼만 나이를 먹기 때문이라나요.


-나라가 부유해지는 데는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따른다고 애스틀리 씨가 설명했을 때 나는 그 애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밀리 크롱크빌의 호텔에서 약하고 외로운 여성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는 차라리 그 애가 죽었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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