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항상, 사랑받고 있어요

아직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충분히 조용할 뿐이죠

by 산호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은 용의자 서래에게 끌립니다. 용의자가 아닐 거라 믿고 싶으면서도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며 해준은 절벽에 서있는 서래에게 다가가버려요. 자신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밀치고 눈을 질끈 감으며 성큼 다가가요. 이 장면이 오래 남은 이유는, 사랑과 두려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면 믿어야 한다고 마찬가지로 발을 내디뎠던 저의 모습들이 겹쳐졌죠.


이 영화에는 이런 장면도 있어요. 해준은 한 번도 서래에게 고백한 적이 없어요. “제가 언제 고백했어요? 언제요?”라고 묻자 서래가 답해요. “저 때문에 무너지고 깨어졌다고 했잖아요.” 사랑한다는 국어의 어색함을 참 잘 만져줬더라고요. 말로 고백하지 않았을 뿐, 서래는 마음을 알아들은 거죠. 그런데 저는 당신이 한없이 사랑받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영화에 나오는 무너지고 깨어지는 붕괴 같은 사랑이 아니라, 넓어지고 이어지는 탄생 같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요.


Nerd라는 사람과 친해진 적이 있어요. 지금은 가물거리는 마음인데 당시 저는 사랑에 몹시 목말라있었어요. 그런 제게 그녀가 말했죠. ‘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아요. 그들은 당신이 이미 당신 안에 가지고 있는 기쁨을 더해줄 뿐입니다.’ 이 말이 너무 좋았어서요. 응용해 보려고요. 당신은 이미 항상, 사랑받고 있어요. 아직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충분히 조용할 뿐이죠. 우리 안의 사랑을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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