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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y 22. 2024

분리불안

4. 갈등(葛藤)     

 규혁이 돈을 줄여 현주에게 주니 현주네 엄마와 동생이 야단이 났다. 장모는 사위 면전(面前)에서 불쾌감을 표시하고 동생도 자형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규혁도 자기 부모에게 효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부모의 교육인지 몰라도 규혁의 형제들은 부모에게 지극정성이다. 자기도 부모에게 잘하려고 해도 현주가 뒷받침해 주지 않아 늘 고민이 많았다. 규혁이 동생이 장가가서 제수씨와 제사나 설, 추석 명절이면 일찍 와서 엄마가 평소 하던 일을 대신하는데 자기는 현주가 능력도 없지만 협조해 주지 않아 동생에게 늘 미안함을 느끼는 규혁이다. 규혁이가 맏이는 아니지만, 막내에게 너무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월급 통장 꼬박꼬박 줄 때는 다정다감하던 현주도 생활비를 줄이자 현주의 태도도 확 바뀐다. 추석 일주일 전에 저녁을 먹는데 장모가 창명이에게 ”너희 애비는 성질이 왜 저리 더럽노“ 하며 대 놓고 저격한다.

규혁이 장모를 쳐다보자 장모는 벽을 쳐다보는 척하더니

”가정 교육을 우에 받아 어른에게 눈 까리를 꼴아 보느냐? “한다.

참던 규혁이도 더는 참을 수 없어 숟가락을 놓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평소 같으면 현주가 뛰어나올 만도 한데 뛰어나오지 않는다.

규혁은 거리를 배회했다.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처신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한다.

왜 대부분 결혼한 사람들이 신혼 초에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하는지를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너무 장애 없이 모든 것을 다 들어주어 생긴 일이라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힘이 든다.

누나와 동생에게 푸념이라도 해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밤늦게 학원 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집에 가니 아침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규혁이 했던 것인데 아침상이 있을 리기가 없다.

규혁은 그냥 출근했다.

마음이 뒤숭숭하여 온종일 일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큰 사고가 날뻔했다. 굴착기로 인부의 머리를 칠뻔했다. 아주 아슬하게 빗나갔다.

천만다행이다.

저녁에 퇴근하니 처남이 짜장면과 짬뽕을 시킨다고 뭘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

먹기 싫은 규혁은 아무 말 없이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장모가 큰 소리로 ”생활비를 그따위로 주는데 짬뽕도 감지덕지하지. 뭘 더 바라느냐?

창명아, 너희 애비는 도저히 안 되겠다. 저런 애비를 애비로 생각하지 마라”

도저히 참기 힘든 규혁이 “장모님 독립하소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무슨 애한테 그런 막말을 합니까”

“자네가 우리 식구 굶어 죽으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나?”

“내 없을 때는 우째 살았십니까?”

“그때는 동생도 없었고 오빠도 기대지 않으니 살았지.

지금은 동생 학원비도 많이 들지 오빠 생활비도 줘야 하는데 생활비를 줄이면 우리 식구는 어찌 살아야 하는데. 막돼먹은 놈같이”

이판사판이다.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아니다.

규혁은 방에 들어가 속옷 몇 가지 가방에 넣고 문을 탁 닫으며 밖으로 나와버렸다.

여관방으로 가서 씻고 소주 한 병을 마셨다.

좋아하는 술인데 참 오랜만에 마시니 목울대가 짜릿하다.     

추석에 혼자 집에 가니 규혁이 엄마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엄마 걱정하지 마이소. 아무 일 없심더. 창명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혼자 왔서예”라고 변명하고 차례를 지내고 바로 여관으로 왔다. 현주에게 전화가 발바리 온다. 가만히 보니 생활비 주는 날이다.

규혁은 그렇게 열흘을 버티다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간 규혁은 현주와 진지하게 앞일을 이야기한다.

첫째 처가 식구와 분리하는 것이다. 분리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하나를 마련해 주는 것을 제시했다. 둘째는 생활비 지급은 안 하기다. 당장은 어렵지만, 차츰차츰 줄여나가는 것이다. 셋째는 창명이를 할머니와 분리하는 것이다. 3가지 안건으로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주는 실행 불가능이라 생각하고 엄마와 오빠 동생과 논의 해 보겠다 하고 대화를 끝냈다.     

현주 가족이 모였다. 현주 엄마가 “당장 이혼하라”라고 큰소리부터 친다.

그러자 큰아들이 “엄마 우리 어디서 무엇을 먹고살 건데”

그래도 창명이 아빠 때문에 10년 동안 걱정 없이 인간답게 살고 있는데 그런 소리 한다고 핀잔을 준다.

그러자 현주가 규혁이 제시한 조건, 아파트 33평짜리 장만해주기, 생활비 줄이기, 창명이와 떨어져 살 것을 제시한다.

그러자 큰아들과 며느리는 대찬성이라 이야기하고 엄마와 동생은 반대라고 한다.

반대해도 돈줄은 규혁이가 갖고 있기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장모는 걸판지게 규혁을 성토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규혁의 조건에 동의한다. 

그것이라도 받아 내야 아파트 팔아먹고 살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주에게 전해 들은 규혁은 미국에서 건너온 형님에게 3천만 원을 빌리고 저축한 돈과 은행에 대출하여 아파트를 사주고 자기 식구 3명은 학원 방으로 이사했다. 옛날 행복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장모 없는 세상이 너무 좋았다. 아이 키워준다는 덫에 걸려 10년이란 세월을 헛세월로 보낸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규혁은 집에서 집안일을 전부 맡아서 하고 밖에서도 정신없이 일했다. 형님에게 빌린 돈을 우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6개월이 흘러 설 명절에는 가족이 함께 부모님에게 가니 부모님이 이제는 마음이 놓이는지 좋아한다. 특히 할아버지가 창명이를 너무 이뻐 해 주시며 용돈도 두둑이 주셨다.

형제들도 반겨주니 규혁도 사람 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설 명절 보내고 집에 오니 장모가 방에 앉아있다. 규혁은 보기 싫었지만, 세배부터 했다.

장모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한다.

“너희 오빠하고는 죽어도 같이 살 수 없어 여기로 왔다. 나를 죽이든지 맘대로 해라.

창명이를 못 보니 내가 죽을 것 같더라.

내가 십 년 동안 키워 정들은 아이 안 보니 밤에 잠이 오지도 않아 안 되겠다.” 

창명이를 방패 삼아 엄포를 놓는다.

학원 방은 세 사람이 누워 자기도 복잡은 방인데 그리로 밀고 들어 온 것이다.     

규혁의 인내가 끝까지 왔다.

그래도 참아야지 한다.

설에 부모 형제가 보여 준 따뜻한 애정 때문에 이혼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장모의 행패는 계속되었다.

창명이를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너희 애비는 개망나니고 할머니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다.

커서도 너희 애비를 닮아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다.     

갈등이 커져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5월에 규혁이 사촌 여동생이 시집가는데 삼촌 집에 일 도우러 가자고 하는데 삼촌 집 앞까지 간 현주가 규혁이와 말다툼하다가 택시 타고 집으로 와 버린 것이다. 그 후에 규혁은 생활비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 그리고 8월에 할아버지 제사 지내는데 과일 준비하라고 아침에 30만 원을 주고 일하러 갔다.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집이 텅 비어있다. 현주가 창명이와 장모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성질이 머리끝까지 난 규혁은 전화하려다 말았다. 그리고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와도 사람이 없다. 다음날 일하고 오니 학원이 텅 비어있다. 피아노도 없고 규혁이 옷가지 몇 개만 놓여있다. 건물 주인이 오더니, 오늘 계약해지하고 보증금도 찾아갔다며 짐을 치워 달라고 한다. 학원 보증금 2천만 원도 규혁이 돈이다. 계약한다기에 현주에게 하라고 시킨 것인데 결말이 말이 안 되게 끝나가고 있다. 옷을 들고 여관으로 갔다. 부아가 치민다. 옆에 있으면 칼로 모두 죽여 버리고 싶었다. 결혼 10년 만에 모든 것을 앗아가고 아이도 빼앗아 갔다. 아파트로 찾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규혁의 회사가 영업을 그만하려고 한다. 사장이 나이가 많아 청산하고 싶은 모양이다. 규혁이가 돈만 있으면 자기가 인수하고 싶었지만 현주에게 너무 많은 돈이 가고 현주와 헤어진 몇 년은 생각만큼 일이 없어 돈을 모으지 못하고 겨우 생활만 연명했을 뿐이다. 그런데 현주가 회사에 규혁에게 줄 돈을 자기에게 주라고 법원에 소장을 낸 모양이다. 창명이 양육비를 청구한 것이다. 세상에 상식 없는 사람이 있어도 이렇게 상식 없는 사람은 첨 보았다. 규혁이가 생활비 끊으면 못 산다고 아우성치더니 몇 년간 소식이 끊겨도 살아는 있는 모양이다. 싶었다. 규혁이 누나가 이사한 아파트에 규혁이 장모가 보이는데 살이 쪄서 피둥피둥하다는 소식은 들었다. 규혁은 창명이 나이가 들면 아버지를 찾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만, 대학 갈 나이가 되어도 아버지를 찾지 않자 그쪽은 완전히 단절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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