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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y 21. 2024

분리불안

3. 신혼 생활     

 신혼집이 있는 본리동이 훤해졌다고 소문이 났다. 규혁과 현주가 결혼하고 두 사람이 길을 걸어가면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인물이 그만큼 좋다는 것이다. 신성일과 엄앵란이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의 신혼은 신이 부러워할까 봐 겁이 났다. 신혼살림이라야 그릇 몇 개 밥솥 하나가 전부이다. 현주는 음식을 하여 본 적이 별로 없다. 한번은 칼로 무를 썰다가 손을 베어 반찬 하는 것을 중단해야만 했다. 보다 못한 규혁이가 음식을 도맡아 했다. 그래도 규혁이는 행복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새벽 6시에 출근하고 저녁 8시에 퇴근했다. 그래도 현주를 위해 아침저녁을 준비했다. 규혁이는 현주가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로 착각하여 천사는 부엌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제가 생겼다. 규혁이 누나와 동생이 집들이하자고 한다. 형님 둘은 객지와 외국에 나가 있어 올 수 없는데 대구에 누나 둘이 있고 동생도 대구에 있어 신혼집을 구경하고 싶어 했다. 둘은 아무것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 등살에 신혼 생활이 어렵고 헤쳐 나갈 일이 첩첩산중이다. 음식도 문제지만 가재도구가 하나 없는 신혼집을 공개한다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현주는 기가 막히는 노릇에 자기 신세를 한탄하고 싶었다. 신은 왜 자기에게 행복함을 주지 않을까?

 규혁의 순발력이 돋보였다. 청소가 안 되었다고 둘러대고 주변에 식당을 잡고 누나 둘 자형 둘 동생과 함께 신혼집 방문을 완벽하게 차단하였다. 현주는 시간이 갈수록 규혁이가 사랑스러워졌다. 현주는 결혼한 지 3달이 지나자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임신을 한 것이다. 규혁의 참사랑에 임신까지 하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이래서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배가 점점 불러와도 행복감은 두 배로 더해 갔다. 결혼 전보다 규혁의 월급으로 가정 경제가 안정되자 학원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석이조(一石二鳥)란 말이 이래서 생겼구나, 생각했다.     

 규혁의 장모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신랑이 있어도 신랑의 필요성이 없었고 딸이 곁에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데 딸이 결혼하고는 신랑에 빠져 어머니 보기를 지붕 위에 닭 보듯 하니 속이 아주 불편했다. 장모는 신랑과 살면서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 남자와 사는 것이 그리 행복함도 모르겠고 특히 남자와 부부관계를 하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럽고 느낌도 없었다. 첫날 밤도 남편이 투쟁하다시피 하여 겨우 첫 관계를 맺었지만 아프기만 하고 신비함이 없었다. 결혼 하여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아들을 임신했다. 실제로 부부관계를 맺은 것은 첫날 밤과 두 번 정도 관계를 맺었는데 신비하게도 임신이 되니 남편을 가까이 못 오게 하여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10개월이 그리 기쁠 수가 없었다. 아들 낳고 애 양육하며 1년 가까이 남편과 관계를 외면하다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현주를 임신했다. 또 천국 같은 날이 이어졌다. 이러다가 아이를 10명쯤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과는 정이 거의 없으면서 아들 두 명에 딸 1명을 낳고 남편이 도저히 참을 수 없던지 머리 깎고 절에 스님이 되어 들어가 버렸다. 아이들에게는 아버지가 학부모회장 보증으로 절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남편은 스님으로 있으며 매달 애들 양육비를 보내 주었다. 현주가 고3 때 엄마가 주변 아줌마의 돈을 떼먹어 전셋집이 풍비박산이 나고 경찰서에 연행되었다가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겨우 석방되자 대구로 야반도주하였다. 남편이 마련해 준 돈으로 월세방을 얻어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주는 자세히 보면 고졸이 아니라 고등학교 자퇴가 최종학력이다.     

 현주 가족은 현주를 제외하고는 무능력자들이다. 두 살 터울의 오빠는 전국을 떠다니며 허풍을 떨며 다니는데 다행히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집에 올 때마다 직업이 틀리고 사업 내용도 틀렸다. 맨날 사장이고 운전기사 있는 자가용 타고 다닌다고 거짓말하고 다녔다. 돈 이야기하면 어음을 받아 있는데 조금 있으면 현금이 생긴다고 뻥 친다. 현주보다 1년 먼저 여자 한 명 데리고 와서 결혼했다고 한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이 결혼은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부부행세를 하고 다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현주에게 경제적 구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살 어린 남동생은 중학교 졸업할 당시 대구에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보통의 부모라면 자식을 위해 몸을 바쳐 돈을 벌게 되는데 현주 엄마는 경제적 관념도 없고 돈을 벌 생각도 벌 능력도 없다. 오히려 주변 아줌마에게 또 사기나 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현주였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나자 아기가 태어났다. 아빠를 좀 닮고 엄마를 닮아 피부가 아주 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태어나면서 미남이 되었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손자 태어남을 기뻐하시면서 쌀 한 포대기를 들고 왔다. 시골 노인 수준을 벗어나 돈 봉투도 만들어 며느리에게 축하 선물을 주었고 ‘창명’이라 작명하여 주었다. 현주는 결혼하여 친정 식구들은 진절머리가 나는데 시집 식구들은 하나 같이 자기에게 호감을 느끼며 잘해 주었다. 창명이도 시집 식구 닮았는지 머리가 영특하고 총명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엄마가 학원 방에서 신혼집으로 올라와 정착한다. 이유는 애를 키우기 위해서란다. 현주는 규혁과 신체접촉도 자주 하고 규혁의 사랑 표현을 잘 받아주어 남부럽지 않은데 좁은 공간에 어머니가 밀고 들어와 버린 것이다. 창명을 핑계 삼아 부부방에서 자주 자곤 한다. 현주는 엄마가 정말 싫고 미웠다. 그렇다고 규혁의 월급으로 친정 식구들을 챙기기 애는 너무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라 피아노 학원을 접을 수가 없었다. 창명이 양육이란 명목으로 엄마가 안방을 차지하다시피 하니 규혁이 갈 곳이 없었다. 오히려 규혁이가 학원 방을 자주 이용하였다. 학원 방에서는 세면대도 변변찮아 부부가 사랑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아주 많았다.      

 결혼식 피로연에 온 친구들이 많아 현주는 걱정이 많았다.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가거나 술을 먹고 월급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규혁은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먹으러 거의 가지 않았다. 규혁이 술을 먹으면 현주가 굶어 죽을까 봐 걱정이 앞서 모든 친구 관계도 정리한 모양이다. 거기다가 전자 회사에 봉급이 적다고 퇴직하고 상수도 사업하는 곳으로 전직(轉職)했다. 기계라면 못 다루는 것이 없는 규혁은 굴착기 면허를 받아 작은 굴착기를 하나 구매하여 상수도 사업체에 들어간 것이다. 일만 있으면 봉급쟁이보다는 훨씬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결혼 10년째 접어들 때 규혁이 현주에게 돈이 얼마 저축되어 있는지 묻는다.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

동생 군대 갔다 와서 7년째 재수한다고 돈을 꼬박꼬박 가져가니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현주는 이실직고 규혁이에게 현실을 이야기한다.

규혁도 약간의 짐작은 하였지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규혁은 퇴직금이 있었다. 현주에게 주려다가 굴착기를 사려고 통장에 그냥 두었다.

굴착기는 할부로 구매했기에 어느 정도 돈이 있어 아파트라도 하나 구매해서 이사할까 물어본 것이다. 규혁은 월급 통장을 통째로 맡긴 것을 약간의 후회는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생활비 얼마를 챙겨주고 자기가 경제권을 가져오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현주에게 한 달 생활비 얼마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사실 생활비라 해도 밥도 해 주지 않는 생활비라 규혁은 그것조차도 아까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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