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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by 석정

꽃밭에서


숨도 쉬지 않은 들풀 사이로

바람결에 햇살 한 줌 놓고 가니

설렘의 보랏빛

선명하게 신선하게

흙 속 창백함에 고개를 내민다.

전봇대 앉은 늙은 까마귀

꽃이 져도 슬퍼하지 않는 것은

따뜻한 여름이 오면

더 많이 더 풍성하기 때문이다.

나그네가 필요한 것은

강물이든 냇물이든 옹달샘이든

목을 축이는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우리에게

꽃 한 송이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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