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 순변사 장군!!! 최장군 말에 일리가 있지 싶습니다. 전시엔 여러 상황을 대비하셔야 됩니다 장군~~~ 저와 최장군의 충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순변사 장군~~”
“ 이런.. 이런!!!... 정판관!!! 그대도 군법을 어길 셈인가? 내 추후 문책하려 했건만.... 여봐라 정판관도 옥사에 가두거라~~”
“ 장군~~~ 이런 일은 없습니다... 왜적이 코앞에 다가온 전시에 이런 일은 없습니다.. 장군 부디 명(命)을 거두어 주십시오 장군... 죄가 있다면 이 전장이 끝나면 문초(問招 )를 하십시오 장군...”
“ 뭣들 하는 게냐? 당장 정판관을 끌어내거라?”
분노에 찬 순변사 김성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 장군~~~ 장군~~~”
끌려 나가는 정판관도 호색과 마찬가지로 옥사로 끌려가며 억울함을 표했지만 고집불통에 안하무인(眼下無人 )인 순변사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 흐... 흐어 흐어..... 흐어......”
옥사로 끌려오는 정판관을 보며 호색은 ‘아니 어찌 정장군께서도...'라 말하듯. 재갈 물린 잎 밖으로 놀람과 당혹의 눈빛을 보내며 뜻 모를 말이 흘려지고 있었다.
순간 정판관도 재갈이 물린 상태라 그렇다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 큰일 났심더~~ 크일(큰일)~~~ 어마무시한 왜 넘들이 움직인다 아입니껴
내 살다 살다 그런 건 첨 봣심더 “
놀라 불이 나게 다가오는 청석골 돌석 아배의 외침이 상주성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러했다... 적장 고니시는(소서행장) 정비를 취한 후 대군을 이동하여 상주성 인근 왕산에 병력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었다.
“아니 그걸 말이라 지껄이는 것인가? 부산포서 어찌 열흘 상간에.... 어찌 부산포 호색, 정판관과 똑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흠~~~ 저놈도 똑같이 재갈을 물려 옥에 쳐 넣어라!!!"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현실을 보고 하여도 상주성 수장인 순변사 김성일은 조금도 믿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 장군~~ 이게 뭡니껴~~ 실지 상황을 알리주도 대비를 안 하면 어쩝니껴?”
이게 나랍니껴? 조선이 나라는 맡습니껴?? ...윽....흐흠....흐흠...."
청석골 돌석 아배도 호색, 정판관과 마찬가지로 재갈이 물려 옥사로 끌려가고 있었다.
“ 미우라!!!~~ 모든 장졸에게 명하라~~~”
지금 이 시각부터 상주성을 접수한다...
신속, 정확하게 성을 포위하고.. 북쪽 왕산과 맞닿은 쪽문을 집중 공략한다"
이미 척후병들의 사전 보고로 성 전체를 꽤 뚫어 보듯 말하는 고니시( 소서행장)의 통찰력은 대단할 따름이었다.
“ 하이~~ 장군~~”
“ 공격하라!!!! 이시가라(족병) 앞으로!!! 오늘 상주성을 접수한다!!!! ”
“ 조총 부대 앞으로!!!”
“ 조총 부대는 진을 형성하라!!!”
미우라의 칼 같은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조총부대는 살상력은 좋으나 근거리에서만 발사가 되고 연속해서 격발이 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다. 이것이 조총의 제일 큰 단점이었다.
단발 시간은 이각( 30초)이나 걸리므로 총을 쏜 후 대기하고 있는 조총부대 1진, 2진이 번갈아가며 격발을 하는 형세가 펼쳐졌다.
“ 와~~~ 와~~~ 와~~~”
왜적의 함성 소리와 조총소리는 상주(尙州)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상주성에는 순변사 김성일이 상주로 급파 시 급조된 농민 60명과 관군포함 800명이 고작이었다.
왜적이 상주에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순변사 김성일은
상주성곽 북쪽 북천(北川)에서 모집한 오합지졸 장졸들에게 상주성곽 진법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소리와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이 소리가 무엇인가?”
왜적의 함성소리와 조총소리에 놀라 황급히 망루에 다다른 이는 순변사 김성일이었다.
“ 아니!!!! 저 소리는? 저 소리는 무엇 이란 말인가??!!
당황한 순변사 김성일은 소리가 나는 쪽을 둘러보았다.
“ 아니 저것은?? ”
개미떼처럼 줄을 지어 끝이 없이 보이는 왜군을 목격한 장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포에 떨어 도망가기 바빴다...
“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여봐라!!! 모든 장졸(將卒) 들은 성으로 복귀하고 성문을 닫고 공성전을 대비하라!!!!”
순간 상주성 서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아니!! 저것이 무엇인가? 부관!!! 연기의 실체를 파악하라!!!”
순변사 김성일은 부관인 정장군을 성으로 급파했다.
“ 예~~ 장군”
부관 정명성이 말을 타고 성을 진입하는 순간
“ 탕~~~”
소리와 함께 잠시 후 정명성의 목이 성곽에 대롱대롱 매달린 광경이 목도되었다.
“ 저건!!!! 어~~~ 어~~~~ 정장군 목이다!!!!!!! ”
정장군의 목을 본 장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혼비 백산 하여... 달아나기 바빴다.
“ 뭣들 하는 게냐~~~~ 성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성 안으로!!!! ”
상주 성 안으로 복귀를 명하는 순변사 김성일은 정작 자신은 장졸들을 뒤로한 채 타고 있던 말과 갑옷까지 벗어던지고 뒷걸음치고 있었다.
“ 장군~~~ 장군께서 먼저 성으로 복귀하셔야.... 장졸 들이 따를 것입니다... 장군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
“ 소장군~~~ 나는 이 급박한 상황을 빨리 문경새재 조령에 진을 치고 있는 구장군께 알릴 것이니... 소장군이 마무리를 부탁하오~~~”
삼도 도순변사(三道都巡邊使) 구장군 구좌가 있는 곳에 상황을 전해야 된다며 순변사 김성일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까지 버린 채 새재가 있는 문경 방향으로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고 있었다....
“ 장군~~~~ 어찌...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장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장군!!!!”
“ 이런 호랑말코 같은 **야!!!! 내 죽어서도 너는 기필코 찾아가 사지를 갈기갈기 짖어 놀 것이야 이 짐승 만도 못 한 **야!!!”
소장군 소정수는 달아 나는 순변사 김성일을 향해 쌍욕을 해대고 있었다.
“ 내 이럴 때가 아니지!!!... 모든 장졸은 성안으로 복귀하라!!! 복귀하라!!!”
소장군의 명이 있자... 달아나던 개중의 장졸들은 성곽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성으로 복귀한 소장군은 즉시 옥사에 갇혀 있는 정판관 쪽으로 향했다...
“ 정장군님!!! 그간 옥고(獄苦)가 많았습니다 장군!!! ”
소장군은 옥사에 갇혀있는 정판관 정장군과 부산포 호색의 재갈을 풀었다.
“ 소장군~~~ 이게 어찌 된 것인가? ”
옥사에 갇혀 있던 정판관은 성 밖에서 들리는 함성소리, 총소리가 무엇인지 묻고 있었다.
“ 예... 장군 지금 왜적이 상주성 코앞까지 다다랐습니다. 일단 성문은 닫고 있으나 아군의 숫자가 워낙 적어 개미떼 같은 왜적을 막기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인 상태입니다 장군...”
“ 그 순변산가 뭔가 하는 김성일 그 쳐 죽일 놈은 상주성 장졸들을 버리고 삼도 도순변사(三道都巡邊使) 구장군님이 있는 곳에 상황을 전해야 된다며 달아 나 버렸습니다. 장군.
“ 흠~ 흠~~~ 알겠네~~~ 어서 내 갑옷을 가져오시게!!!”
정장군 정판관의 눈매가 매서웠다. 그의 눈에선 죽기를 각오한 필사즉생(必死則生 )이 보이고 있었다.
“ 정장군님요!!! 내도 여서 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낍니더~~~ 더 이상 내 말릴라 카지 마이소~~ 내도 이자 지깁씁니더~~~ 내도 상주 이 짝서 죽을 때까정 싸울낍니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최장군 호색은 이번만큼은 상주가 자신의 마지막이 될 것임을 정판관 정관에게 애원하고 다짐하고 있었다.
“ 이보게~~ 최장군!!! 최장군 자네는 그대의 상관이신 박 절제사의 명을 지켰는가?”
“ 어서 말씀해 보시게??”
“ 장군님요!!! 그건 지가 상주 이 짝에 전달을 칼라 캐도 무주질(먹히지) 아으이(않으니) 그렇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 그렇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소임을 다 해야 되는 것이 먼저 가신 부산진성 박 절제사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최장군? ”
" 여기는 나와 소장군이 마지막까지 시간을 벌 것이니 최장군은 지금 즉시 도순변사(都巡邊使 ) 장군이 계신 새재로 빨리 이동하시게!!!! 이건 여기 상주성의 상관이 내가 최장군에게 영을 내리는 것이니.... 왜적들의 상황과 실체를 낱낱이 도순변사(都巡邊使 ) 장군님께 상세히 전하시게~~~ 어서!!!!! “
“ 그치만서도 장군님요~~~~”
호색에게는 다시 한번 상주 정판관 상관의 추상(秋霜) 같은 명이 떨어지고 있었다.
“ 시간이 없소!! 어서 새재로 가서 구장군님께 이 전시 상황을 낱낱이 전하시오!!! 어서!!! ”
“ 으~~~ 으~~~ 으~~~ 으~~~”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는 호색이 말을 이어나갔다.
“왜? 왜? 내는 이라고 삽니꺼? 왜~~~!!..... 마...알겠습니더~~ 장군... 내 이 사실을 마카(전부) 구장군께 씨부리도록 하겠습니더 내 이번만큼은 마지막이라 생각카코 전할낍니더... 장군~~ 지도 쪼매만 더 있다 장군님덜 먼저 가시는 저짝 세상서 꼭 꼭.... 만나겠습니더 장군님요~~~”
“ 그렇게 하시게~~~ 내 조금 먼저 가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 전세가 급박하니~~~ 얼른 서두르시게 최장군~~”
“ 으으으으으~~~~ 예 장군님요!!!!”
흐느끼며 부산포와 동래에서 했던 것 마냥 정판관 정광에게도 삼배를 한 후 호색은 새재 문경새재로 발길을 돌렸다.
“ 하하하하하~~~ 조센 조센~~~~ 하하하하하.... 상주도 마찬가지인가?
조센의 후방은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게 만드는구나!!!! 하하하하하~~"
적 선봉부대 수장인 고니시(소서행장)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하이~~ 장군~~ 상주성의 수장인 김성일은 태합전하의 군사를 보고 지레겁을 먹고 상주성에 입성도 않고 장졸들을 남겨두고 도망쳤다는 척후병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장군~~~”
부관인 미우라의 보고는 고니시를 더욱 웃게 만들었다.
“ 하하하하~~~~ 미우라!!! 작전을 바꾼다~~ 북쪽에 병력을 집중할 필요 없이 전체 성주성을 에워싸고 사방에서 동시에 입성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보이는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짐승이든 남녀노소(男女老少)든 모든 보이는 것은 도륙을 내어라!!!! 알겠는가??!!”
“ 하이~~~ 장군~~~”
“ 모두 공격하라!!!!! ”
고니시(소서행장)의 공격개시 명령과 함께 사방에서 상주성을 압박하며 화승포 조총과 함께 시뻘건 불기둥이 이어지며 서서히 상주성을 압박하고 있었다
“ 장군~~~ 정장군님!!! 적이 사방에서 대열을 좁히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장군!!!”
소장군의 상황보고가 정판관에게 전해졌다.
성안에 남은인원은 성 밖에서 훈련을 하다 도망친 장졸들을 제하면 군관 모두 합쳐 삼사백이 전부였다.
“ 모두 듣거라!!! 상주성, 상주성이 그대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의 수급을 벨 수 있는 만큼 많이 베도록 하거라!!! 내 이승이서는 비록 못하지만 저승에서는 그대들의 공을 꼭 보답할 것이니라... 죽음을 무섭다 말고 조선을 짓밟는 간악한 저 왜놈들을 한 놈이라도 같이 저 세상으로 데려가길 바란다!!! 알겠는가???!!!”
결의에 찬 정판관 정관의 령을 듣는 남아있는 장졸들은
“ 예!!! 장군님여!!!! ”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 아닌겨~~~ 오늘 무덤이 여기 아닌겨~~”
일제히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 남아있는 농민과 장졸들은 오늘이 제삿날임을 말하고 있었다.
순간 동쪽과 서쪽 성문이 열리며
“ 와~~~ 와~~~ 와~~ ”
함성 소리와 함께 철갑을 두른 왜군이 성안으로 입성하며 보이는 생물 들은 모조리 일본도(카다나)로 도륙내고 있었다.
“ 으윽!!! 아악~~~ 억~~~~”
남녀노소, 개, 돼지, 가축 가릴 것 없이 조총과 일본도(카다나)가 소리를 내는 순식간에 주위는 검붉은 피로 늪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정장군과 소장군이 서있는 곳을 향해 “ 탕, 탕.....” 총성이 울리며
정장군과 소장군은 망루에 쓰러지며 생을 다하고 있었다.
“ 으흐.... 으흐.... 내 왜놈들의 목을 베고 가야 하는데~하는데~~ 으으윽....”
정장군은 마지막까지 왜놈들을 베지 못함을 한탄하며 북천(北川)을 건너게 되는 망자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채 이각(30분)도 지나지 않아 주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곳곳에서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 비린내가 합쳐져 지옥 불구덩이 속과 다를 바 없는다.
상주성에 무혈 입성하다시피 한 고니시( 소서행장)는 부관인 미우라에게 령을 전했다.
“ 미우라!!!”
‘ 하이 장군~~“
“ 상주성을 정리하고 명일 조령 새재로 진격할 것이다!!! 알겠는가? ”
“ 하이~~~ 장군~~”
“ 하하하하하~~~~ 조센.... 조센.... 조센.... 이렇게 허술할 줄이야~~~ 내 반드시 조센 왕 수급을 따서 태합전하께 바칠 것이야 반드시!!!! 반드시!!!! ~~~~ 하하하하하~~~”
호랑이가 포효하듯 고니시 (소서행장 )의 웃음소리는 경상과 충청을 사이에 둔 소백산맥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