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 와 이리 되노!!!! 으잉~~~"
새재 (문경새재)에 상주한다는 도순변사 (都巡邊使) 구좌를 찾아가는 이는 호색이었다.
" 내 전생에 무신 잘못을 캐가 이래 싸우도 몬하고 이 산만디까지 넘어야 되는 기고? 기가 찰 노릇 아이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호색은 본의 아닌 방랑자 신세가 돼버린 자신을 한탄하고 있었다.
" 이게 모꼬?... 인간 최호색이... 이래 살아가 되겄나? 아이고 무시라 무시라~~~"
오직 호색의 허기를 달래는 것은 소나무 속껍질, 칡뿌리, 골짜기에 흐르는 물이 전부였다.
지천에 깔린 것이 소나무요 칡뿌리라 그나마 호색은 연명할 수 있었다.
" 어 저기 아이가?"
주흘산과 조령산의 험준한 산맥을 따라 만들어진 새재에는 도순변사(都巡邊使 ) 구좌가 진을 친듯한 성안의 막사가 보였다. 새재 정상에 도착한 호색은 이제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여가 거가? 맞나? 맞제?"
호색은 긴가민가 살포시 다가가 보았다.
" 어 여가 맞네!! 맞다 아이가!!! 조선 군영 깃발 대기치(大旗幟) 아이가?
호색은 상주성 마냥 새재에서도 성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 요새와 같은 조령 막사 산중에는 이상하리 만치 적막함이 흘렀다.
" 어? 여가 분명히 맞을낀데? 와이리 개미 새끼도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기고? 으잉?"
너무도 조용한 주흘성곽 안으로 들어간 호색은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으잉??!! 이게 뭐꼬??? 허쌔비(허수아비) 아재 들만 있노?? 이게 몬 일이고??!! 조선~~조선~~ 후방은 와이라노?? 내 진짜로 복장 터져 디비진다 (뒤집히다) 안 하나 으잉???!!! "
호색은 성주위에 허수아비만 군데군데 서있는 성을 보며 이 천혜의 요새인 문경새재를 버리고 개미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무방비로 남겨둔 조선의 장수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 내카 마 은제까정 이런 속 디비지는 꼴을 봐야 되는 기고?? 뭘 전할라캐도 전할 사람이 있어야 뭔 이바구를 해도 씨부리 쌓는기지?!! 내 여 왜 왔노??"
호색은 더 이상 할 말을 잊고 텅텅 빈 성 안을 둘러보며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
처음엔 낮은 웃음을 짓다 점점 자신을 책망하듯 웃음소리는 괘성으로 바뀌꼬 있었다.
"아아아 악~~~~~~으아~ 으악~~~~~ 으악~~~~~~"
호색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왜 조선이 이리되어야만 되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 아이 이 천하의 요새를 마카 다 주 떤지삐고 가뿔면(도망치면) 우얀단 말이고? 으잉~~~"
호색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남(南)으로 돌아가야 되나? 아니면 달천(達川)이 있는 충주 쪽 북(北) 쪽으로 계속 올라가야 되나.... 호색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왜 조선이 이리되어야만 되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호색은 결정을 내린 듯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 내는 등신인 기라 등신~~~!!!! "
호색은 자신을 책망하며 발길을 다시 산아래 남(南)이 아닌 북(北)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부산포 박 절제사의 추상과 같은 령을 따르기로 마음먹은 호색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산아래 북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 미우라!!!"
부관인 미우라를 부르는 고니시 ( 소서행장)의 목소리는 근엄함을 넘어 차가운 얼음장과 같았다.
" 조령 척후병은 어떠한가?"
" 하이 장군!!!"
" 척후병의 보고에 따르면 조령이 있는 새재는 경상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산세가 험악하기로 유명한 곳이므로 매복을 특히 경계해야 될 것으로 알려왔습니다. 장군~~"
보고를 전하는 미우라의 눈빛은 마치 정찰을 한 후 보고를 전하는 척후병들과 다르지 않았다.
보고를 받는 적장 고니시의 눈에도 경계의 눈빛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곳 새재는 태합전하의 장졸들에겐 특히 조심해야 할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 미우라!!! "
" 매복에 대비한다!!! 본진은 좌우경계를 두배로 늘리고 진군 속도를 가능한 느리게 하여 사주경계(四周警戒 )를 강화한다 알겠는가?"
산전수전(山戰水戰 ) 다 겪은 고니시 (소서행장)도 새재가 있는 조령을 오르는 것에 특히 경계를 하고 있었다.
' 이 요새만 잘 넘기면 되는데.... 흐흠.....'
적장 고니시도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한양까지 빠르게 진군을 할 수 있음을 알았다.
또한 어느 정도 군사의 손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 장군~~~ 이상합니다 장군~~~ 아직까지 조센의 매복이 한 건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장군~~"
새재 정상을 거의 다 오른 왜적의 부관 미우라의 보고가 이어졌다.
" 이제 반나절만 오르면 새재 정상입니다 장군~~~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장군~~"
" 칙쇼~~~!!! 미우라!!!"
고니시 (소서행장)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 교토 무로마치 때를 잊었는가? "
약종상(藥種商)을 하며 상인 시절을 보내던 고니시는 지금의 태합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신수길)의 눈에 들어 다이묘(大名 영주를 지칭함 )가 되었다. 당시 고니시와 그 부관 미우라는 주로 사신의 역할을 하고 항상 적진애 투입할 때 매복을 경계하는 치밀함을 보여왔었다.
매복에 당하면 초장부터 전세가 꺾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산전수전 다 겪은 고니시( 소서행장)는 허술함을 보인 부관 미우라를 꾸짖고 있었다.
"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야 알겠나??!! 미우라!!!"
" 하이!!! 장군... 소장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다시 한번 이런 무례함을 보인다면 제 피로서(할복) 장군께 용서를 빌겠습니다 장군!!! "
" 흐음.... 흠..."
선봉장 고니시( 소서행장)는 아무 말 없이 흠 소리만 내며 " 이랴~~~ 이랴~~" 말 채찍질로 그의 불변함을 대신하고 있었다.
" 아니 여기는 어딘겐가? 구장군님이 계신 곳일 건데? 아닌가?"
새재 정상 성 앞에서 벌거벗은 한 사람이 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상주성에서 줄행랑을 친 순변사 김성일이었다.
" 여봐라!!! 여봐라!!!"
옷은 갈기갈기 다 찢겨 흡사 나체인 사람과 같이 살빛이 다 보이는 몸뚱이를 가졌지만 거들먹거리는 것은 매 한 가지였다.
" 순변사 김장군이 왔다 전하거라~~ 여봐라!!! 여봐라!!!"
며칠을 굶었는지도 모를 행색(行色)에 뼈는 앙상하고 추위에 떨었는지 피부는 쪼그라들어 장군의 풍모는커녕 마치 비렁뱅이 보다도 못한 상거지 중에 상거지인 풍모를 지닌 김성일은 가관(可觀 )도 보통 가관(可觀 )이 아니었다. 어찌 자신을 순변사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 어? 여기 분명 있어야 되는데? 도순변사(都巡邊使 ) 장군?! 장군?!"
좀 전 의기양양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도순변사 구좌를 찾는 순변사 김성일의 목소리는 차즘 작아지고 있었다.
" 장군?! 북방에서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김성일입니다~~ 장군!!"
아무리 외쳐도 댓 구가 없는 성을 향해 문을 열어 보았다...
" 어? 성문이? 왜 열렸지? "
의아한 듯 순변사 김성일은 성문을 다시 올려 보았다.
순변사 김성일은 변방인 함경도 북방에 시절 당시 이장군을 모함하여 가로챈 공으로 지금의 순변사 자리까지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권모술수(權謀術數 )에 능하고 사리사욕(私利私慾 )을 일삼는 김성일을 본다면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어?"
성 안으로 들어간 김성일은 바로 상황을 읽기 시작했다.
' 여기가 아닌가 보네? 달천이 있는 충주땅이로구만~~~ '
이재와 눈치가 빨랐던 순변사 김성일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성안 곡식 창고부터 찾아보았다...
곡식창고는 텅텅 비어있었고.... 주위는 불을 질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것으로 봐서는
남아있는 곡식창고에 불을 지르고 장졸들이 떠난 지 오래되지 않음을 순변사 김성일은 알아차렸다.
' 에이~~~~ 뭔 불을 지르고 난리를 부렸냐? 좀 남겨두고 가지~~'
순변사 김성일은 오직 본인과 자신의 애첩 '향월'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아주 아주 개인주의로 똘똘 뭉친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 아하~~~ 성에는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하지? 설마 그것까지 어찌했지는 않았겠지? "
기대반 근심반 성안 축사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
" 헉~~~!! 이건??"
축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돼지똥, 닭똥, 큼직한 소똥이 순변사를 반기고 있었다.
" 아니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짐승들은 남기고 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투덜투덜 대며 순변사 김성일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돼지가 먹던 사료통을 뒤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돼지 사료통에 찌꺼기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을 보며 순변사 김성일은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있었다.
그 당당하고 오만하던 순변사는 어디 가고 거랭뱅이 보다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 그는
바로 벌거벗은 김성일이었다.
바닥에 있는 돼지 사료통의 짬통을 다 비운 순변사 김성일은 그제야 트림을 하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 꺽~~ 잘 먹었다~~~"
" 이제 달천 (충청도 충주) 갈 힘이 쫌 생겼네.. 어서 가야겠구먼~~"
순변사 김성일은 도순변사 구좌장군이 있는 달천땅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장군~~~ 성이 텅텅 비었습니다. 장군~~"
미우라의 들뜬 목소리가 적장 고니시(소서행장)의 귀를 의심케 하였다.
" 뭐라? 성이 빈 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미우라?"
" 하이!!! 장군~~~"
" 으 하하하하하하하~~~ 으 하하하하하~~~ 조센 조센 조센~~~ 정녕 조센이 나라이기는 맞는 것인가?
이 천하의 요새를 두고 개미새끼 한 마리 없이 철수를 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믿기지가 않아~~~ 조센의 왕과 장수들은 합바지란 말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수천의 병력 손실을 계산하고 있던 선봉장 고니시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 내 조센의 왕 수급은 반드시 내손으로 거둘 것이야 반드시!!!! 반드시!!!! 하하하하하~~"
새재 정상에서 흐르는 고니시(소서행장)의 웃음소리는 달천이 흐르는 북쪽을 향해 멈추지 않고 메아리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