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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Oct 27. 2024

중과부적 (衆寡不敵) & 무사안일 ( 無事安逸) I

호색의 여정

"헉헉헉헉".   

"어데고? 여가 어데고?"

숨을 헐떡이며 혼잣말을 되뇌는 이는 최장군 호색이었다     

 

" 어데로 가야 되는 기고?"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하산하는 호색은

산천 (山川)을 헤매다 지금의 상주땅에 다다르게 되었다 .


지나온 여드레... 전쟁 소식에 줄행랑을 친 장군들이 속출하였다.

모든 성문은 열려있고 호색은 전시 상황과 대비책을 설명할 기회조차 없이 여드레가 걸려 상주땅에 도착이 된 것이다.  

  


 " 내 살다 살다 지 목숨 건사할라꼬  장군이란 놈덜이 성을 버린다꼬? 도망칫따꼬?  이 호로자슥들
내 인마들 잡히기만 하몬 직이삘끼라 에이 퉤퉤 "

호색의 거침없는 혼잣말이 계속되었다.

장수 (네이버 발췌)

“ 아이고... 와일로... 배 창새기가 달라 붙은기가? 풀때기만 묵어가꼬 글라.... 아이고 배야...”

호색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살은 열댓 근(10KG 이상)은 빠져 피골이 상접해 이전의 호색의 당당하고 단단한 풍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어~~ 저가 맞나? ”

상주성을 바라보는 호색의 초점 잃은 눈빛은 저물어가는 석양의  붉은빛과 다르지 않았다.  

   

“ 문 쫌  열어 보이소?? 쫌 열어 보이소...”

상주성에 도착한 호색은 굳게 닫힌 성문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  누군교? 소속이 어덴교? ”

같은 경상도라 해도 호색의 남쪽 억양과 상주의 북쪽 억양은 확연이 차이가 나고 있었다.

망루병의 억센 사투리에 호색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 뭐라 카는기고? 똑바로 씨부리야 알 거 아이가 으잉?? “

호색은 전란의 와중에도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는 부산포 최장군입니더 전시상황이 급합니더 .. . 퍼뜩 문 좀 열어 주이소 퍼뜩!!!”

잠시 후 굳게 닫힌 성문이 열리며 호색은 상주성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래~ 부산포 최장군이라 했던가?”

묻는 이는 전란이 터지자 한성에서 급파한 이전 이장군 상관인 북방 절도사 김성일이었다.

전시에 순변사로 급파된 김성일은 망루병의 보고를 받고 최장군 호색과 마주하게 되었다.   

  

“ 그렇습니더 부산진성 박정 절제사 휘하에 있던 최가에 호색이라 합니더...장군

전시 상황을 알릴라꼬 밀양, 갱주(경주), 승주(성주)를  거쳤지만 성은 이미 왜넘덜 수중에 떨어지거나 텅텅 비어가 전시 상황을 전하지 몬했습니더 장군... "   


“ 허허 그럼... 최장군 자네가 부산포서 여기까지 어찌 왔단 말인가? ”

적잖이 놀란 순변사 김성일은 다시 반문하였다. 순변사 김성일은 막중한 전시 상황에 부산포에서 상주까지 구백여리를 달려온 호색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예... 장군.... 지도(저도) 마 목심 배릴 각오로 싸울라 캤습니더...상관의 지엄한 명이 있어가 이래 후방으로 달려 지만서도 갱상도 거반 모든 성이 넘어가... 이래 상주까정 왔다아입니꺼 장군”

호색은 억울하고 울화통 터지는 심정을 순변사 김장군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 아무리  명이 있다 해도 어찌 장군이 숙영지를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여봐라~~ 당장 저놈을 옥에 가두거라~~~ ”  순변사 김성일은 호색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숙영지를 이탈하고 군법을 어겼다는 죄명으로 호색을 옥에 가두게 되는 형색이 되었다.     


“ 장군~~ 내 목심이 아까버가 이래 구백리까정 떨어진 상주까지 왔겠습니꺼?? 내는 목심 따윈 하나도 아깝지가 않습니더 장군.... 전시 상황이 급박해 후방에 알리라 캐가 눈물을 머금고 이까지 왔습니더... 쫌 믿어주이소 장군~~~”


호색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고하고 순변사 김장군은 이전 북방 함경도 녹둔도 때의 이장군을 모함하는 것 마냥 최장군 호색을 깔아 뭉개고 있었다.     


“ 그대 말이 정녕 맞다 해도 군법을 어긴 것은 어쩔 수 없네... 저놈을 당장 옥에 가둬라~~”    

 

“ 장군.... 장군.... 장군.... 지금 이러실 때가 아입니더... 왜놈 덜은 조총이라 카는 신무기로 이만(정확히 18700명)이나 되는 병력덜이 무장을 하고 북진을 하고 있습니더.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됩니다... 작전회의를 해가 막을 방도를 찾아야 됩니다... 장군 제 말을 허투루 들으시면 안 됩니더 장군..."

호색은 계속해서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 적장 소서행장 을 앞세워가 내일이나 모레쯤은 이 짝 상주에 도달할 낍니더.. 방비를 하셔야 됩니더 장군.... ”

끌려가는 호색을 보며 순변사 김성일은 말을 더했다.    

 

“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어찌 2만의 군사가 흘 상간에 부산포서 상주까지 올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망발이 있나... 헛튼 소리 하지 못하게 잎에 재갈을 물리고 옥에 가두어라...”

     

조선 옥사 (네이버 )

“장군~~ 장군~~ 장군~~ 어.... 으윽”

장군을 외치는 호색에 입에 재갈이 물리며 옥사로 끌려가고 있었다.  

   

“ 아무리 전시라 하지만 저런 못된 놈을 봤나.!!..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흐음~~~ 흠”

순변사 김성일의 심기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조방장 석기가 순변사 김성일에게 말을 건넸다

“ 장군 그래도 부산포에서 올라온 최장군이란 자의 말을 한 번은 들어 봐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장군? ”     


“아니? 자네도 내 명을 거역하려 하는가? 석 조방장?”     


“아... 아닙니다.. 장군... 장군이 아닌 것은 아닌 게지요... 노여워 마십시오 순변사 장군”

조방장인 석 장군 석기는 순변사의 한마디에 제압되는 형국이 안따까울 따름이었다.      


  


소서행장 (KBS 불멸의 이순신)

“ 미우라!!!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고니시( 소서행장)는 부관인 미우라에게 진격 상황에 대해 보고를 명하였다.     


“하이~~.. 장군~~”

“현재 태합(도요토미 히데요시) 전하의 장졸들은 부산포 , 밀양, 경주, 성주를 거쳐 사월 스물 사흘 명일이면 상주성에 도착하여 정비 후 공격태세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장군”   

  

“ 흠~~~ 하하하하하하~~~ 조센... 조센 조센이 이런 나라인걸 꿈에도 몰랐음이야~~~ 하하하하하~~~”

고니시의 웃음소리는 작전회의에 참석한 모든 왜장의 웃음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 어찌... 보름도 되지 않아 근 구백 리 길을 진격할 줄이야... 조센 왕은  하고 있는 것인가?? 하하하하하.... 내 이럴 줄 알았으면 태합전하께 더 날짜를 줄여 한성에 도달한다 말씀을 드렸어야 될 것을... 하하하하~~ ”   

  

“미우라!!!”     


“ 하이~~~ 장군!!”     


“ 상주성 수장이 누구라 했나?”

고니시의 목소리가 순간 밑으로 깔리었다.

     

“ 하이~~~ 척후병 보고에 따르면 순변사 김 성일이라 합니다..”  

   

“ 김성일?? 그가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인가? ”


“ 이전 세작들과 척후병의 보고에 따르면 함경도 절제사 시절 녹둔도에서 공을 세운 이신이란 장군을 백의종군시킨 장본인이라 알려왔습니다... 세간엔 인물됨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장군~~~”     

척후병과 조선의 방방곡곡에 세작(간첩)을 심어 놓은 왜의 치밀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 하하하하하.... 조센.... 조센은 하하하하... 어찌 이리 다를 수 있는고... 전방 부산포, 동래는 비록 적장이지만 장군다운 모습을 봤지만 후방은 왜 이리 허술한 것인가? 하하하하하...”

         

“ 미우라!!! 오늘과 내일은  전 장졸들에게 부식을 풀어 배불리 먹이고 정비를 취하게 하라!! ”  

   

“하이~~ 장군!!!”    

 

“ 이달 스물 닷새가 되면... 상주성을 손에 넣게 될 것이야!!!! 하하하하하~~~”

고니시의 입에서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으흠... 으흠... 으흠..... 으흠...”

옥사로 들어가 연신 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재갈이 물린 호색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때 순시를 하던 상주 판관 정관이 호색의 옥사를 방문하였다.     


“왠 놈이 소란을 부리는 것이냐?”     

“예... 판관 어르신... 오늘 순변사께서 옥사에 가두란 호색이란 놈입니다. 장군~~”  

   

“그래?!! 흠.... 어디 한번 자세히 얼굴이나 보자꾸나... 재갈을 풀어 주거라!! ”     


“ 예... 판관 어르신...”

옥사를 지키는 만석 아버지는 난이 일어났다 하여 조직된 의병 중


 한 명이었다.    

 

“ 그래 자네 이름이 호색이라지? 성은 어찌 되는가?”     

“ 예.. 장군.. 해주 최가에 부산진성 박정 절제사(첨사) 밑에 있던 최장군이라 캅니더...”

    

“그래? 어찌하여 부산진성에서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지 구백 리 길이나 떨어진 상주까지 왔단 말인가? 내 얼핏 소식을 들어 자네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순변사 장군의 명을 따르는 것이 지엄한 군법임을 자네도 잘 알 것이네... 하지만 자네도 분명 억울함이 있을 것이니. 소명을 한번 해 보시게..”     


“ 예.. 장군... 왜놈덜... 왜놈덜 보통이 아닙니더.. 화승포 조총으로 무장하고 척후병을 매복 진지에 깔아놓고 이시가루 라고 하는 족병을 앞세워가 순식간에 성을 함락하고 있습니더... 그 조총의 화력은 조선의 활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아입니꺼...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 아입니꺼 장군~~ 이렇게 한가하게 방비할 때가 아입니더.. ”     


“ 자네가 정녕 왜놈들의 실상을 봤단 말인가??”     

“ 예... 장군 그렇다 아입니꺼... 이래 캐가고는 한 시진 아니  몇 각도 (1각 15분) 몬 버팁니더 ... 대책을 강구해야 됩니더.. 시간이 없습니더..장군....지가 하는 이바구는 참 말 입니다 믿어 주이소 장군!!!”     


“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리 태연하게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

상주 판관 정관은 호색의 말과 그의 눈빛을 보며 상황이 심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 맞습니더...진짜 맞습니더... 대책을 세워야 됩니더...장군 예~~? ”

호색의 간절함이 판관 정관을 움직이고 있었다.     


“ 알았네 내 지금 당장 순변사 장군께 보고 하도록 하겠네”

판관 정장군은 옥사를 떠나 순변사 장군의 집무실로 향했다.  

   

“ 장군... 옥사에 있는 부산포 최장군에게 왜군의 전투 상황을 듣게 됐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심각하게 멸 할 것이라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최장군 눈빛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이점은 숙고해서 받아드려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되지 싶습니다 장군....”  

   

 (KBS 징비록 발췌)

“ 정 판관!!! 뭐라 최장군??  자네 누구 마음대로 저 근본도 모르는 작자의 재갈을 상관의 승인도 없이 풀어 줬는가??? 말해보게 정판관!!!”     


“ 예.. 장군 제가 한번 설명이나 들어보고 일리가 있는 말 같으면 장군께 보고하고저 그렇게 했습니다. 장군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순변사 장군...”     


“ 뭐라?? 정판관 당신 제정신인겐가? 어!! 어디 상관에게... 내 비록 상주땅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됐지만 지엄한 나라님의 교지를 받고 온 순변사로 당신의 상관이오 정판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판관도 마찬가지로 나라님의 영을 어긴 것이오.... 알겠는가? ”      


“하시만 장군~~~~” 억울한 듯 답을 하는 정판관을 향해

     

“ 닥치시게~~~ 이유는 필요 없으니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 이 전쟁이 곧 끝나면 이 일은 내 좌시하지 않을 것이야~~~ 알겠는가 정 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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