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제 팔자에 해외로 갈 수 있나요

신점과 사주를 보다

by 슈슈슈

불안한 마음은 유혹에 취약하다

이민 관련 글을 연재하다가 뜬금없이 사주와 신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당황스러울 독자들을 위해..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25년 10월인데, 문득 깨달아보니 작년에 유네린씨의 유투브를 이맘때 보았고, 영어 시험 접수를 2024년 12월에 하였다. 그런데 벌써 10월이라니!!


그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단계의 일들을 하였고, VIC 나 NSW 주의 Invitation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그리고 사실을 부정했지만 올해 10개월 동안 어렴풋이 느꼈던..) 나는 Invitation을 빠른 시일내로 받지 못할 것 같다.


올해부터 호주 이민 단톡방에 가입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SW Engineer 189 점수컷을 보면 알겠지만.. 점수가 거의 100점까지 올라가버린 상황이라 호주에서 학교를 나오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점수를 올릴 곳이 없다(경력으로 올릴 수 있지만, OffShore의 한계 + 나이 점수가 차감 될 가능성).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어 점수를 더 올리고' 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데.. 후.. 저는 이미 그 조건은 다 맞추고 심지어는 통번역 시험까지 봤다구요 ㅠㅠ


그래서 네이버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인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DM을 보냈다.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봤는데, 총 3명 중 1명은 나보다 경력이 적어서 경력을 더 쌓을 것이라 얘기했고 2명은 대학원 진학을 한다고 하였다(점수가 부족할 것을 예상). 사실 나도 올해 법무사랑 상담을 하면서 유학을 가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최근 몇 년간 유학 없이 이민 간 케이스 없음)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갈등을 하였지만 우선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것이다.


하.. 이제 경력이 만 5년이 겨우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도 영주권을 근시일내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심지어 Invitation을 당장 받아도 grant 까지 시간이 1-2년 가량 소요), 그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왜냐하면 호주를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ex - 연애 / 결혼 / 집 구매 등)


이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나는 신점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친구 한명과 신점을 보러 갔다.




신점 고르기

신점 및 사주에 대한 경험이 좀 더 많았던 나의 친구는.. 잘 맞지 않는데 비싼 돈을 냈다면 돈이 아까우니.. 인당 5만원 이하를 선호하였고(10만원이 많다), 나도 동의하였다. 그래서 신점 및 사주 관련한 무속인들 리뷰 사이트가 있어서 후기가 100개 이상, 별점이 높고, 5만원 이하인 곳 중에 빠른 시일내에 볼 수 있는 곳을 골랐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보니 생각보다 필터링에 빡세서 ㅋㅋㅋ 2곳을 추렸고, 그 중에 시간이 가장 잘 맞는 미아리 쪽의 어떤 남성 무속인을 찾았다. 카카오톡으로 예약을 하였고, 3일 뒤에 가는 일정을 잡았다


신점 후기

신점은 이번이 2번째인데.. 하.. 정말 돈이 아까웠다 ㅋㅋㅋㅋㅋㅋㅋ

우선 친구랑 같이 신점을 보러갔다는 점에서 신점을 보는 행위를 타자화해서 보는 기회가 되었는데, 질문을 애매하게 하고(서술형으로 답할 수 밖에 없는 것), 그 대답에 따라 말을 끼워맞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내가 해외로 갈 수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아니? 해외에 갈 수 있는 사주가 아닌데? 가 봤자 잘 못살고 돌아와. 거기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뭐 하고 싶은데?) 닭꼬치 팔고 싶어요. (거기서 닭꼬치 팔아서 어떻게 해. 그 외에 딱히 재주도 없고 거기서 잘 못 살아. 뭐 거기서 차라리 공부해. 영어 공부) 뭐 이런 대화를 하였다.


또 나한테 결혼 사주가 있고, 아이가 있을 것이며 지금 직업을 유지한채로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40 정도에는 은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하여..

음..? 그런데 제가 지금 이 벌이로 그 계산을 하면 40에 은퇴 못하는데요? 실제로 내가 계산을 했을 때에는... 53세에 은퇴를 하면 잘하는 선방한 것이고, 심지어 이것은 부양가족이 하나도 없이 싱글로 벌이가 계속 올라갔을 때가 조건인 계산이었다.


비논리적인 일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이 모든 행위 자체가 비이성적인 행동의 끝판왕이자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 그러자 갑자기 무속인이 화를 내며 그럼 믿지 말던가! 하면서 화를 냈다.. 진심으로 그 때 그냥 일어나고 싶었다.


예전에 본 신점에서 내 남편감은 어떻게 생겼나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금발머리에, 호리호리한 체형, 키가 큰 연하' 이렇게 말을 했었다. 이번에는 '키가 작고, 근육질의 땅땅한 체형' 이라고 말을 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 내 남편 2명인거로..


부동산 강의를 하고, 그 강의로 사람들한테 매물을 소개시켜준 뒤 수수료를 챙기는(약간 선생님 덕에 좋은 매물 얻었습니다 - )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이상한 매물을 소개시켜준 경우도 있지만, 당장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신점도.. 당장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아무말이나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주는 좀 다를 것이야

신점에 대해 실망을 하고(나의 것 + 친구 것도..), 그 실망감과 허탈함에 일상을 보내고 있던 무렵 청첩장 모임을 하는 친구를 만났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점을 보고 온 얘기를 하였는데, 그 친구가 자기가 소개 받은 매우 괜찮은 사주집이 있다고 하였다!

그 분의 얘기를 자세히 할 수는 없지만, 들으면 놀랄법한 가정사를 맞추었고(본인도 몰랐던), 그 용함에 놀라.. 그래!.. 신점은 사기꾼이 많지만 사주는 통계학(?)이니까 다를거야 하며 친구와 같이 예약을 하였다.

그리고 두둥! 2개월이 지나고, 대망의 당일이 되었다.



사주 후기

사주를 보는 당시에는... 제법 잘 맞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였다. 우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날짜와 시를 정확히 적어서 어떤 종이에 휙휙 엄청난양의 한자를 적으셨다(하나도 못 읽음)

그리고 나에게 질문을 시작하셨다.


예를 들어

Q ) 교육 / 공무 직을 가려고 한 적이 있지 않느냐?

A ) 생각은 있었는데 안 그랬어요

Q ) 음 왜 안갔지? 그러면 연구 / 개발직을 했어야 했는데?

A ) 어 저 개발자에요.


그러자 아까 적었던 종이의 일부를 갑자기 보여주며, 자 여기 봐바 여기에 뭐라고 적었어 'IT' 라고 적었지? 이러면서 본인이 요함을 자꾸 확인 받으려는 행위를 하였다. 이것은 마치.. 아이가 반찬을 야채를 먹을때마다 엄마한테 입을 보여주면서 '다 먹었지? 봐바' 라고 하는.. 하는 느낌이었다.


또 구체적으로 사생활에 대해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대답은 해야 하는 질문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Q ) 집안에 남자가 있느냐?

Wrong Answer ) 아니요 언니 한명 있어요

Right Answer ) 아니요 없어요


이렇게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없다고 대답을 하면, 그래 없을 팔자야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니 ㅋㅋㅋ 반대로 있다고 얘기를 해도 그래 1명 있겠어. 이런식으로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 심리가 본인 얘기를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내 정보를 많이 줄 수 밖에 없다. 그냥 그 정보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지어내는 스토리텔러에 가깝달까?


그리고 같이 본 친구를 옆에서 보니, 계속 틀렸다.. 특히 결혼과 연도에 관련된 것들이 계속 틀렸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종이에 무언가를 잔뜩 적고(그리고 맞춘것을 확인할 때는 종이에서 그 단어만 보여줬다), 그 정보가 맞을 때만 그 종이를 보여줬던 것 같다.


여기서도 해외로 나갈것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해외로 나갈 사주가 아니라며 여행은 모르겠지만 이민을 갈 수는 없다고 했다. 간다고 해도 빠른 시일내에 돌아올 것이라고. 하하하.. 어차피 틀리거면 듣기 좋은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듣지 못하는..





운명과 숙명의 차이

이렇게 호주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신점과 사주를 보았고 그 둘의 결론은 내가 기대하는 바와는 달랐다. 하지만 사주 말미에 역술인이 운명과 숙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숙명이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고,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다. 즉 운명을 숙명이라고 여긴다면 개척할 수 없을 것이고, 앞으로 남은 인생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 그런 철학적인 말을 하셨다. 사실 지금 본인이 말한거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둔 것.


사실 해외를 가고 싶은 것은 나이고, 그 행동도 내가 하는 것인데 왜 자꾸 갈 수 있는지를 남에게 물어보냐. 지금 하는 행동에 확신이 없으니 그것을 자꾸 누군가에게 확인 받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이다.


무속인의 행위의 법리적 해석은 아래와 같다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반드시 어떤 목적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 즉, 그들이 내 미래를 예측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얻는 정신적 만족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나는 불만족했으나! 이번 사례를 통해 얻은 결론은 앞으로는 역술인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과 ㅋㅋㅋ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호주 이민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지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06화06. 기술 이민 비자 톺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