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의 용도

페블 타임 라운드를 사용해 보니

by 남기원

애플워치가 출시됐을 때 갖고 싶었다. 많~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더구나 애플워치에 대해 여러 리뷰를 읽어 봤는데 용도가 딱히 와 닿지 않아서 망설였다. 가격이 적당하고 디지털 잉크를 사용하며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된 페블이 좀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페블 스틸 나왔을 때 살까말까 고민) 컬러 화면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컬러 화면에 얇고 가볍고 예뻐 보이는 페블 타임 라운드가 나와서 스마트워치 체험 삼아 구입했다. 그리고 일주일 넘게 사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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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비 스마트 워치의 장점은 항상 몸에 닿아 있다는 것인 것 같다. 나에게 어떤 신호(notification)를 주기 쉽고, 이게 어디있는지 내가 찾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로 글자 입력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화면은 작아서, 스마트워치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매우 매우 불편하다. 정보가 자동으로 스마트워치로 전달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 입력이 필요하거나 다량의 정보가 필요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자동으로 정보가 전달됐다고 내게 알려주고 한눈에 그 정보를 훑어 보는(glance) 것이 (최소한 지금의) 스마트워치의 주된 기능이다.


헬스 기능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별도의 운동용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내게는 와 닿지 않는다. (운동량 측정에 손목은 좋은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박계는 탐나는 기능이지만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모르겠다.


알림(notification)

그렇다면 알림을 스마트워치로 받는 것이 정말 쓸모 있는가?

우선 스마트폰의 진동과 스마트워치의 진동은 많이 다르다. 스마트폰의 진동은 절대 조용하지 않다. 회의 중에 다 들린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알림이 와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다. 반면 스마트워치의 신호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데 거의 놓치는 경우가 없다. 알림이 전달되는 면을 보자면 스마트워치의 압승.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알림을 스마트워치로 받는게 더 좋은 줄은 알겠는데 받는 것 자체가 쓸모 있는 일인가? 에버노트 전 CEO인 필 리빈은, 애플워치를 사용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한다. 혹시 뭔가가 오지 않았는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지 않게 됐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에 혹해서 스마트워치를 사게 된 면도 있다.) 메일이나 카톡이 오지 않았는지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하다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뭔가 검색해보면서 한시간을 후딱 까먹는 일이 빈번히 있던 사람에게는, 스마트폰을 덜 들여다보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럼 일주일동안 나의 휴대폰 사용량은 줄었는가? 지하철에서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뭔가가 오지 않았을까하고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페이스북 읽고 웹툰 읽는 것이니까. 대신 다른 일 하다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줄어들었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 덕분에 휴대폰 배터리가 좀 더 오래갔다.


그런데 알림의 등급을 정하기 시작하면 복잡한 이야기가 된다. 아이폰 기준으로 진동/사운드는 끄고 배너(빨간원에 숫자)는 켜는 경우는, 왔다는 것을 그때그때 신호로 받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확인하고 싶을 때 알 수는 있기를 원하는 정도인 것 같다. (예: 단체 카톡방 메시지) 스마트워치에서 이 신호를 다 받고 싶지는 않은데, 이걸 안 받으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핑계가 된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가...


예쁜 시계?

점점 스마트워치는 예쁜 시계라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워치의 화면이 잘 만든 시계 다이얼만큼 예쁘기가 쉽지 않다. 페블이 사용하는 예쁜 시계가 되려면 밝고 선명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니 무겁고 두껍고 자주 충전해야 하고(애플워치), 가볍고 얇고 자주 충전해야하는 페블 타임 라운드의 디지털잉크 화면은 예쁘지 않다. 화면을 다이나믹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시계 대비 강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움직이는 화면도 몇 번 보고 나면 그닥...

(흔들면 날자를 보여주고 시계로 복귀하는 워치페이스)



그 외 기능

스마트워치를 스마트폰의 보조 기구로 사용할 수 있다. 생각 나는 기능을 나열해 보자면

- 카메라 제어 : 카메라 리모트 버튼으로 사용하면 매우 좋다. 전에 셀카 버튼을 하나 샀는데 필요할 때는 손에 없다. 스마트워치는 항상 내 몸에 붙어 있으니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겠다. 화질이 좋은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로 셀카(특히 삼각대 촬영)를 찍을 때 구도 확인을 할 수 있으면 매우 좋겠지. (이 기능을 위해서는 원형 스마트 워치는 좋은 선택이 아님)

- 음성메모 : 뭔가 떠올랐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찾을 필요 없이 간단히 녹음할 수 있으면 편리하겠다. 손목에 대고 말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 녹음한 메모는 스마트폰에서 확인하면 된다.

- 스마트폰 위치 확인 : 스마트워치에서 스마트폰을 호출하면 벨이 울리는 기능은, 스마트폰이 어디있는지 자주 찾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 아닐까?

- 바코드 보여주기 : 각종 보너스 카드 앱의 바코드를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서 계산원에게 건네주곤 하는데, 바코드를 스마트워치에 띄워서 손목을 보여주는 앱이 있다. 바코드를 얼마나 쉽게 화면에 띄울 수 있느냐에 따라서 편리한 기능으로 보인다.


그리고 항시 휴대한다는 점에서 열쇠, 페이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복잡한 화면 조작이 필요 없다면 말이다. 스마트폰 대비 스마트워치는 분실의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더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인 것 같다.


나는 원하는 스마트워치는

나는 아직 내 마음에 드는 스마트워치를 찾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정리 해 보면

- 반응이 빨라야한다. 잠깐 잠깐 보는 스마트워치인데 반응이 느리다면 스마트폰을 꺼내서 볼거다. (애플워치 분발해야..)

- 화면은 사각형. 동그란 화면은 시계로 쓸 때는 예쁜데, 정보를 보여줄 때는 불편하다. 카메라 리모트로 사용할 때도 불편하고.

- 화면은 번쩍번쩍해야한다. 화려한 색상에 매우 밝아야한다. 그래야 예쁜 시계로 기능을 할 수 있지.

- 다양한 줄을 골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시계잖아.

- 휴대폰과 멀리 떨어져서도 알림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예: 스마트폰은 락커에 넣어두고 운동하러 가서도 스마트워치로 알림을 받음), 알림 내용을 자세히 확인 하려면 스마트폰이 있어야하는데 그럼 알림만 받아서는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건 잘 모르겠음.

그 외에는 딱히 바라는게 없네. 배터리는 하루만 제대로 커버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배터리 세이브 모드에 들어가면 알림은 못 받아도 시계를 하루 정도 보여 줄 수 있으면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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