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엄마로그
올해 고2 딸아이의 '시험기간'은, 엄마인 나에겐 '수행의 시간'이다.
공부할 양에 압도되어 소리치고 울며 난리치는 딸아이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만 봐야 했다.
섣불리 위로의 말을 하거나 “진작에 하지 그랬어” 같은 듣기 싫은 소리를 내뱉으면,
곧바로 짜증과 화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딸의 잘못된 행동을 호되게 혼내려고 했을 때, 더 큰 전쟁같은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이젠 안한다. ^^::)
참는 게 답일까?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까?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뒷목이 당기고, 엄마로서 너무 무능력한 건 아닌가 싶어 절망감이 밀려들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미성숙했던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거울 같은 딸의 모습을 보면서 이 불편한 상황을 더욱 자책하며 마음이 무너진다.
온갖 부정적이고 자기 저주적인 내면의 소리까지...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
'내가 왜 감당도 안 될 자식을 낳았을까.'
'나 같은 사람에게서 왜 저런 유전인자가 나왔을까.'
내 자신도 아이도 미워졌다. ㅠㅠ
그런데 사실, 이건 내 진짜 마음은 아니다!
단지, 버겁고 지치고, 아프고, 벗어나고 싶은 순간에 튀어나온 절규와도 같은 나의 감정들일 뿐이다.
이 감정들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아이가 자신의 존재와 삶을 불행하게 살지 않도록 하려면,
엄마인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젠 딸의 폭풍 같은 감정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싶다.
거칠고 거센 바람에 나뭇가지와 잎이 흔들리고 떨어져 나가도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소나무처럼,
말없이 옆을 지키며, 아이가 감정을 이기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때론 내 안의 감정조차 다스리기 힘들다. 사실이다. 삶은 녹록지않다.
그 속에서도 아이에게 따뜻한 공기, 단단한 땅, 나무 그늘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수많은 감정과 마주한다.
딸아이의 시험기간 덕분에, 나도 분기별 극기훈련을 받는것 같다.
더 깊이, 더 단단히,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P.S. 우리나라 고딩생 수험생 둔 부모님들 함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