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하커의 일지
5월 7일.
다시금 이른 아침이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휴식을 취했고 지난 24시간을 즐겼다. 나는 그날 늦게까지 잠을 잤으며,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 잠이 깰때까지는 계속 잠을 잤다. 내가 혼자 옷을 입고 백작과 저녁을 먹었던 방으로 들어섰을 때, 차가운 아침 식사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난로 부근에 놓여 있던 커피 포트가 커피를 따뜻하게 데워둔 상태였다. 식탁 위에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잠시동안 집을 비워야 합니다. 기다리지 마시오 - D." 나는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푸짐하게 즐겼다. 다 먹고 나서 하인들에게 내가 식사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벨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벨은 없었다. 확실히 이 저택에는 이상한 결점들이 있었다. 내 주변의 부유함을 나타내는 비범한 증거들을 고려한다면 더욱더 그랬다. 식기들은 금제였고, 대단히 아름답게 세공되어져 있어서 엄청난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커튼과 의자, 소파의 덮개, 그리고 내가 누워 잠을 잔 침대에 장식된 천들은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직물로 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만들어졌을 때는 엄청난 가치가 있었음에 틀림없었고, 훌륭한 상태로 정돈되어 있었지만 수세기가 지난 물건이었다. 나는 햄튼 법원에서 이것들과 비슷한 것을 봤었는데, 법원에 있던 것은 낡았고 나방이 이곳저곳 갉아먹은 자국이 있었으며, 상당히 헤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가장 이상한 것은 이 성의 어느 방에도 거울이 없다는 점이었다. 내 탁자 위에는 화장대용 소형 거울조차 하나 없어서 나는 면도를 하거나 머리를 빗기 전에는 가방에서 면도용 소형 거울을 꺼내야만 했다. 이 큰 성의 안에서 아직 어디에서든 하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으며 늑대들이 울부짖는 것을 제외하면 하인들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잠시 동안 - 나는 그게 아침인지 저녁인지 어느쪽으로 불러야 할 지 모르겠는데, 내가 식사를 한 시간이 오후 5시와 6시 사이였기 때문이다. - 백작에게 허락을 받기 전에 성 안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뭔가 읽을 거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방에는 완벽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책이건 신문이건 뭐가 없었다. 아니 심지어 쓸 수 있는 필기도구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문을 열어 보았더니, 오 거기에 도서관이라고 불릴 만한 장소가 있었다. 내 방 맞은편의 문도 열어보려 시도해봤는데, 거기는 잠겨 있었다.
도서관에서는, 기쁘게도, 엄청난 숫자의 영어 책들이 있었다. 서가 전체가 영어 책들로 가득차 있었고 잡지와 신문들의 합본들이 또한 꽂혀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는 영어 잡지와 신문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들을 살펴보았더니 어느 것도 최근 날짜의 것은 없었다. 책들은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마다 다 갖춰져 있는 듯 했다. - 역사학, 식물학, 지리학, 지질학, 정치학, 정치 경제학, 법률 - 영국과 영국인의 삶, 관습들과 예절 등에 관한 모든 분야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런던 사전의 참조 문헌인 책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신사인명록" 과 "대학시험답안", 휘태커 연감, 육군과 해군의 리스트, 그리고 - 어느 정도인가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 법률가 리스트.
내가 책들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에 문이 열렸고, 백작이 들어왔다. 그는 나한테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어젯밤에는 편안하게 잘 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이 여기서 길을 찾았다는 것에 기쁘다오. 확신하건데 흥미로운 것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 동료들은" - 그리고 자신의 손을 몇 권의 책들 위에 놓았다. - "내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지요. 몇 년인가 전에, 내가 런던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때 이래로, 많은 시간 동안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이 책들을 통해서 내가 당신의 대영제국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나라를 알게 되면서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웅장한 대도시 런던의 붐비는 거리들을 통과하며, 사람들이 서로 섞이고 바삐 달려가는 그 곳의 한 가운데에 있으며, 런던에서의 삶, 변화, 죽음, 그리고 런던이 해내는 모든 것을 갈망한답니다. 그러나 아아! 이를 어찌할까요. 아직 나는 영어를 책을 통해 배운 정도밖에는 할 수가 없답니다. 친구여, 당신에게는 내가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걸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백작님. 이미 영어를 아주 깊이있게 이해하고 또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는 엄숙하게 고개 숙였다.
"고맙소, 내 친구여, 너무 과찬의 말씀을 하시는군. 하지만 나는 내가 여행해야할 도로 위의 약간이라도 있는 어려움이 두렵다오. 사실, 난 단어와 문법은 알지만 아직 그것들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정말로! 훌륭하게 영어를 말씀하고 계세요!"
"그렇지는 않아요. 뭐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소만, 내가 당신의 런던에 이사해서 말을 하면 그곳의 아무도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모르긴 할거요. 하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여기서 나는 귀족이오. 난 보야르 (루마니아 계 국가에서의 군주) 입니다. 평민들은 나를 알고 나는 그들의 주인이지요. 하지만 이방의 나라에서 나는 이방인이고, 아무 것도 아닌 자가 되어버려요. 아무도 나의 존재를 모르고, - 모른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나머지 사람들과 마찬가지라면, 그리하여 아무도 나를 보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가 말을 멈추고 내 말을 듣고서는 '하, 하! 이방인이군!' 이라고 한다면 만족합니다. 나는 오랬동안 주인이어 왔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러할 것입니다. - 최소한 아무도 나의 주인이 될 일은 없을 테지요. 당신은 홀로된 존재로서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내 친구 엑세터의 피터 호킨스의 대리인으로 왔습니다. 나에게 내가 런던에서 구입한 새 부동산에 관한 모든 것을 얘기해 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당신은, 내가 믿는 바와 같이, 여기서 나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고, 그래서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영어의 억양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내가 범하는 오류를 지적해 주기를 바래요. 오늘은 너무 오랫동안 내가 집을 비워서 미안하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너무 많은 일들이 앞에 닥쳐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당신이 용서해 주리라 믿습니다."
물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고, 내가 선택했을 때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지를 물었다. "물론이지요." 그는 대답하고서는 한 마디 덧붙였다.
"성 안에서 원하는 어디에든 갈 수 있지만 문이 잠겨 있는 방은 제외됩니다. 물론 거기에 가고 싶어하지는 않으시겠지만요. 그리고 내가 보는 눈으로 보고 내가 가진 지식으로 안다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더 잘 이해할 테지요." 내가 그렇게 확신한다고 말하고 그는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지금 트란실바니아에 있습니다. 그리고 트란실바니아는 영국이 아닙니다. 우리의 방식은 당신의 방식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에게는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을 수가 있어요. 아니, 당신이 이미 이곳으로 오는 여정 동안에 경험한 것을 나에게 말해 준 것으로 보면, 당신은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더욱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가 말을 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리고 대화라는 것에 관해서라면 나는 이미 나에게 일어났거나 내가 인지하는 안에서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관해서 많은 질문을 백작에게 퍼부었다. 때때로 그의 말은 주제를 빗나가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척 가장함으로써 대화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내가 묻는 모든 내용들에 관해서 가장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는 더욱 대담하게 되어서, 전날 밤에 있었던 이상한 일들 중 몇 가지를 백작에게 물어보았다. 즉 예를 들면 왜 마부는 그가 파란 불꽃을 보았던 장소로 갔던 걸까 하는 것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자 백작은 내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일반적으로 믿어지는 바에 따른다면 일 년 중에서 특정한 날 밤에 보물이 숨겨진 장소 위에 파란 불꽃이 목격된다는 것이었다. - 그리고 지난 밤이 사실, 모든 종류의 악령들이 제지를 받지 않고 밤을 장악하는 바로 그 때였던 것이다. - "그 보물들이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내가 들으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백작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당신이 지난 밤 통과해 온 바로 그 지역에, 거의 의심의 여지 없이, 보물이 있었을 수가 있어요. 그곳은 수 세기 동안 왈라키아인, 색슨인, 그리고 터키인들과 전쟁을 해 왔던 장소입니다. 이 지역 전체에 남자들, 즉 이 나라의 애국자들과 이 나라로 들어온 침략자들의 피가 이 땅의 흙을 적시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될 정도입니다. 더 오래 전에는 오스트리아 인들과 헝가리 인들이 무리를 지어서 이곳으로 왔는데, 그 때 나라의 애국자들이 그들을 맞이하러 갔습니다. 남자건 여자이건, 노인이건 아이이건 모두 말입니다. 그리고 산길들 위의 바위 위에서 그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는데, 과연 마치 돌풍과 함께 거대한 눈사태가 나듯, 이민족들의 무리가 들이닥치면서 곳곳을 파괴하고 쓸어 버렸답니다. 하지만 침략자들이 이 땅에서 승리를 거둔 것 같아 보여도, 곧 자신들이 어디에서도 평안을 얻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딜 가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어째서 그렇게 오랬동안 알려지지 않고 남아 있었을 수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조사하고자 한다면 힘들어도 이렇게 확실한 자료가 있는데 말입니다."
백작은 미소 짓더니 입술을 잇몸에서 살짝 열어서 대답했다. 그때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기묘하게 보였다.
"왜냐면 이곳 농부들이 본성적으로 겁쟁이이자 바보이기 때문이오! 그 불꽃들은 딱 하룻밤에만 나타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에 이 나라의 어떤 누구도,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 선생, 심지어 어떤 농부가 집을 나서려고 시도를 했다고 합시다.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필요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데 말입니다. 불꽃의 위치를 표시했다고 당신이 말한 그 농부도 낮에 일을 하면서 햋빛 아래에서 어디를 쳐다봐야 할 지를 모를 겁니다. 내가 감히 맹세하건데, 당신이라면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군요. 맞습니다. 그것들을 찾으려 어디를 봐야할 지에 대해서는 죽은 자들보다 하나 나을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내용으로 화제를 돌렸다.
"자."
마침내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당신이 날 위해 어렵게 구한 집과 그 집이 있는 런던에 대해서 말해 보시오." 나는 주의 깊게 자료를 챙겨서 함께 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사과를 하고서 가방에서 서류를 챙겨 오기 위해 내 방으로 갔다. 내가 순서대로 자료를 정돈하는 동안 옆방에서 도자기와 은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방을 통과할 때, 탁자 위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램프의 불이 켜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벌써 어둠이 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램프는 책상만 있었던 작은 방과 도서관에서도 켜져 있었다. 돌아오니 백작이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 모든 것에 관한 영국 브래드쇼의 가이드북을 읽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백작은 테이블에 있던 책과 서류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모든 종류의 도표들, 계획서들, 그리고 소유권 증서들에 대해 자세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백작은 모든 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들었고, 나에게 그 집의 위치, 주변 환경 등에 대해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했다. 분명히 사전에 집이 위치한 마을에 관해 모든 분애에 걸쳐 할 수 있는 조사를 전부 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따라서 백작은 결국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게 명백했고, 백작에게 이 점을 지적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말이오. 친구여. 이런게 내가 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오? 내가 어딘가에 갈 때 말입니다. 거기서 내가 혼자서 죽 머물러야 한다면, 그러면 내 친구인 하커 조나단 - 아 죄송. 용서해 주시오. 우리나라에서는 부칭을 먼저 얘기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만 무례를 범했군요. - 내 친구인 조나단 하커는 내가 하는 말을 고쳐주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내 곁에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는 수 마일이나 떨어진 엑서터에서 있으면서 아마도 내 다른 친구인 피터 호킨스와 함께 범률에 관련된 문서를 처리할 테니까 더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퍼플릿에서의 부동산 구입 건에 관해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관한 설명을 하고서 필요한 서류들에 백작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호킨스 씨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하고 서류들을 함께 동봉해서 우체국에서 부칠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하고 있을 때 백작은 내가 어떻게 그렇게 딱 알맞은 집을 구할 수 있었는 지를 묻기 시작했다. 내가 그 당시에 썼던 메모들을 그에게 읽어 주었고, 그 내용을 이 일지에 쓴다.
"퍼프릿에서 길가에 면해 있는 집. 딱 이러한 장소가 알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집이 팔기 위해 내어 놓았다는 공지가 매우 낡은 채로 붙어 있었다. 무거운 돌들을 쌓아서 고대 구조로 된 높은 담장이 집을 둘러싸고 있었고, 오랜 세월 동안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단히 오래된 떡갈나무와 쇠로 만들어진 문들은 완전히 녹이 슨 채로 닫혀 있었다.
카르팍스라고 부르는 이 저택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집에 붙은 네 개의 얼굴상이 완전히 마모되어 있었다. 집은 컴파스의 가장 끝 점으로 정확히 그려서 네 개의 면을 가진 정사각형이었다. 집의 면적은 대략 이십 에이커 정도로, 앞서 언급한 단단한 돌들로 상당 부분 둘러싸여 있었다. 많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그 탓에 분위기가 더 우울해 보였다. 그리고 깊고 어둡게 보이는 연못, 그보다는 작은 호수가 있었는데, 물이 깨끗하고 꽤 큰 크기의 물줄기를 형성해서 흘러가는 걸로 보아 명백하게 물이 솟아나오는 샘들이 몇 개인가 있음에 틀림없었다. 집은 매우 컸고, 이전 모든 시기를 되돌아볼 때, 이 점만은 말해야 할 것 같다. 중세 시대에는, 돌로 만든 부분이 엄청나게 두꺼웠고, 높게 난 창문 몇 개만이 쇠로 두껍게 만들어진 창살 속에 보였던 것이다. 어찌 보면 군사 요새의 한 부분이었을 수 있고, 선 안의 오래된 예배당이나 교회와 가까이에 있었을 것이다. 집에서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문을 열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여러 곳에서 내 코닥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집을 찍기도 했지만, 이쪽저쪽 돌아다니며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가지 장면을 찍었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내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집의 주변 풍경도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에 있는 집들은 거의 없었고, 단 한 채만이 최근에 지어진 매우 거대한 집으로 이 풍경 속에 더해져서 사적인 광기의 소굴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메모를 다 읽고 나자 백작이 말했다.
"집이 크고 낡았다고 하니 기쁘군요. 나 자신이 오래된 가문 출신이고, 새 집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건 나보고 죽으란 얘기가 될 것입니다. 집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 만에 거주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결국에는 하루하루 모여서 며칠이 되고 이게 한 세기를 구성하게 되는 거지요. 거기다가 예전 시대의 예배당이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크게 기쁘군요. 트란실바니아의 귀족인 우리들은 우리 뼈가 평민들의 주검 사이에 누워 있게될 거라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나는 흥겨움도 기쁨도 어느 쪽이든 찾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태양빛이 가득하고 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곳에서 관능의 만족에 젖어 있는 상태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난 더 이상 젊지 않아요. 그리고 내 마음도 죽은 자들에 대한 애도를 수십 년째 듣다 보니 이제 몹시 피곤하고 지친 상태랍니다. 난 더 이상 즐거움과 조화되지 않아요. 게다가 내 성의 벽은 부서졌습니다. 부서진 총안구들과 여닫이창들을 통해서 바람이 차갑게 숨을 쉬고 그림자들이 많이 드리워져 있는 상태이지요. 난 어둠을 사랑한다오. 어둠은 내가 할 수 있을 때면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내 옆에 함께하는 존재랍니다."
백작이 하는 말과 표정은 어느 정도인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 탓에 그의 미소가 음침하고 악의에 찬 것으로 느껴졌다.
이내 백작은 사과의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그러면서 내가 모든 서류를 함께 챙기도록 요청했다. 백작은 잠시 동안 멀리 가버렸고, 나는 내 주변에 있던 책들 중 몇 권인가를 보기 시작했다. 하나는 지도책이었는데, 책을 열었을 때 영국편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마치 그 페이지의 지도만을 계속해서 쳐다본 것 같았다. 그 페이지를 보고서 나는 영국의 몇몇 장소에 작은 원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표시들을 검사해 보니, 한 곳은 런던의 동쪽 경계 근처였는데, 분명히 그가 새로 구입한 부동산이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나머지 둘은 엑세터와 요크셔 해안의 휘트비였다.
백작이 돌아 왔을 때
"아이고! 아직도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습니까? 좋아요!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 일만 해서는 안됩니다. 오세요. 저녁이 준비되었다는 걸 알려 드리려 왔습니다." 백작은 내 팔을 붙들었고, 우리는 이웃 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식탁 위에 훌륭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또한 백작은 다시금 그가 집에서 먼 곳에서 식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함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지난 밤에 그랬던 것처럼 백작은 내가 먹는 동안 옆에 앉아서 같이 말을 주고 받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전날 저녁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백작은 나와 자리를 함께 하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에 관해 얘기하고 질문을 던졌다. 사실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그 점에 관해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존경받는 신사이자 직업인이 되도록 가르침을 받은 나로서는 내 주인이 원하는 바에 맞춰 어떤 식으로든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많이 잤기 때문에 잠이 오지는 않았다 확실히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벽녘이 될 때 다가오는 오한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뭐랄까, 어떤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경험하는 것만 같았다. 누구든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묶여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지쳤을 때 이러한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해 본 사람은 잘 이해할 것이다. 맑은 아침 공기를 뚫고 수탉이 소리 높여 외치는 울음소리가 초자연적으로 쩌렁쩌렁하게 우리 귀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은 즉시 바뀌었던 것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펄쩍 뛰듯이 일어나서 바로 서면서 말했다.
"아이고, 또 아침이 왔습니다. 이렇게 늦게까지 잠도 못 자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영국에 대한 당신 얘기가 좀 더 재미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되었을텐데, 내가 새로이 가서 살게 될 영국에 대한 내용이 너무 재미 있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났는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군요." 백작은 예의바르게 절을 하더니, 방을 나갔다.
백작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내 침실에 들어와 커튼을 내렸다. 사실 커튼을 치치 않아도 창을 딱히 보이는 건 없긴 했다. 침실의 창문은 안마당을 향해 나 있었고, 거기서 보이는 거라고는 빠르게 저물어 가는 하늘의 따뜻하고 희끄무레한 회색빛 뿐이었다. 그래서 커튼을 다시 당기고는, 오늘의 일에 관해서 일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