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백작 2장 3

계속되는 조나단 하커의 일지

by 꿈많은 미소년

5월 8일. 이 일지를 쓸 때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사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세부적인 디테일부터 다루기 시작하니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먼저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는 백작의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뭐 하나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없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어야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질 없는 소망이다. 이 성에서 나가서 내가 안전해질 수 만 있다면. 아마 이 깊은 밤에 이상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 그대로이다! 혹시 이 성에서 내가 얘기를 나눌 상대라도 있다면 견딜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이는 전혀 없다. 한께 얘기할 사람은 백작이 유일하고 바로 그 백작 자신이 이 성에서 내가 유일하게 살아있는 존재라고 느끼도록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좀 지루하더라도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하겠다. 그게 지금 상황을 견디고, 괜한 상상으로 내 정신을 어지럽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마 내가 지금보다 더 정신이 어지러워진다면 나는 분명히 정신이 나가고 말 것이다. 그럼 바로 내가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 최소한 견디고 있다고 보이는 지- 를 써 보겠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몇 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잠을 이룰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일어났다. 창문에 면도용 거울을 걸어두고서는 면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등 뒤에서 "좋은 아침입니다." 라는 백작의 아침 인사가 들려왔다. 이건 내게 너무 놀라운 일이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냐면 분명 면도를 하느라 거울을 볼 때는 내 뒤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내가 거울을 창문에 달았을 때 거울을 통해서 등 뒤의 방 전체를 볼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해 두었고, 면도를 할 때도 이점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놀라서 면도를 하던 칼에 살짝 얼굴을 베었는데,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일단 백작의 인사에 나도 인사를 했고,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금 거울을 쳐다봤다. 이번에는 확실해졌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거울에 백작의 모습은 없었다. 백작이 다가왔을 때 분명히 백작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면서 거울로 몸을 돌리면 거기에 백작은 보이지 않았다. 거울에는 백작이 보이지 않고 방 전체의 모습만 보였던 것이다! 방에는 나 자신만 있었고 그 외는 어떤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성에 와서 경험했던 기묘한 일들 중 이것은 과연 그 중 최고라고 할 만 했다. 백작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내가 모호하게 가졌던 불편한 감정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아까 면도하다가 백작 때문에 놀라서 베었던 상처에서 피가 약간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봤다. 피는 뺨을 타고 가늘게 흘렀다. 면도기를 내려 놓고 반창고를 찾으려 몸을 돌렸다. 백작이 내 얼굴을 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악마와도 같은 격렬함이 불타 오르는 것이 보였고, 갑자기 움켜쥐는 바람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빈 공간에 있던 백작의 손은 그러더니 내 목에 걸려있던 묵주 목걸이로 다가가서는 묵주에 달린 십자가를 꽉 쥐었다. 십자가를 본 백작에게서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그가 격렬하게 분출한 분노는 빠르게 사그라 들어서 나로서는 방금 전에 그가 한 행동이 실제로 존재하였는지 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심하시오."

백작은 다시금 균형 잡힌 자세로 되돌아가며 말을 이었다.

"조심하시오. 이곳에서 상처를 입고 피를 내서는 안됩니다. 이 나라에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 위험한 일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더니 내가 면도하기 위해 창문에 걸어둔 거울을 손으로 붙들고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바로 이게 바로 그 끔찍한 물건이란 말입니다. 이게 있으면 불행한 일이 생기죠. 이건 상스런 결과를 불러오는 크리스마스날의 싸구려 보석과도 같소. 한 남자를 헛된 존재로 만드는 불길한 물건이오.이런 건 없애 버려야 해!" 그리고는 육중한 창문을 마치 종이를 펼치듯 순식간에 그의 끔찍한 손으로 확 밀어서 열어 젖히더니, 거울을 밖으로 던져버렸다. 백작의 손으로 날아간 거울은 저 멀리 아래의 안 마당에 있던 돌들에 부딪히며 수천 개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휙 나갔다. 백작의 이런 행동에 나는 매우 짜증이 났다. 이제 면도를 하려면 다행히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깨지지 않은 면도기 상자의 바닥이나 시계 상자를 보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식당으로 갔을 때 아침은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백작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서 아침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성에 와서 백작이 먹거나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기묘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백작이 특이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말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성 안을 조금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계단 쪽으로 걸어갔더니 남쪽으로 향한 문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 서서 살펴보니 훌륭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백작의 성은 깎아지른 듯한 벼랑의 끝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고, 창문에서 돌을 하나 집어서 던졌더니 돌은 천 피트 이상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떨어졌다! 아래를 쳐다보자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한 저 멀리까지 끝도 없이 나무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사이에 가끔씩 깊은 구멍을 향해서 절벽이 급경사를 이루곤 했다. 숲의 사이 이곳저곳에 깊은 협곡들 속에 강이 흐르면서 은색의 뱀이 지나가는 자국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할 정신이 없었다. 내가 찾는 것은 따로 있었다. 더 멀리 바라보면서 나는 정신 없이 찾았다. 문, 문, 모든 곳에 문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문은 죄다 잠겨있고 경첩이 단단하게 걸려 있었다. 이 성의 어느 곳에도, 성벽이건 창문이건 간에 내가 성에서 나갈 수 있는 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성은 진정한 의미의 감옥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감옥에 갇힌 포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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