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는 걸 알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모든 것에 대해 순수하게 실용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확실히 이러한 자질은 내가 웨스트포드 경찰서의 수사과에서 20년 동안 현역으로 지내오면서 더욱 키워져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웨스트포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 지대 안에 있는 상당히 큰 마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쉽게 믿고 있는 바와 같이 경찰관이라고 하는 존재는 실용적인 자질을 가질 수 밖에 없기는 하다. 직업의 특성 탓에 세상의 미신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실재하는 존재를 더 믿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적이 한번은 있었다. 한때 모두들 잘 아는 빈집털이범의 유령이 내가 생명의 위협에 처했을 때 살아날 수 있도록 크게 도왔다는 것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그 유령 덕에 생명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이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계속 해 왔고 여러 방식으로 거기에 대한 의견을 말한 것을 들었다. 그게 비꼬는 것이든 실용적인 것이건 간에 큰 상관은 없었다. 나는 그 때에 일어난 일에 관한 내 이야기의 진실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18년 전에 나는 웨스트폴드 경찰서에서 사복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23살이었던 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초초해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승진을 갈망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결혼하고 싶어 했다. 물론 후자를 전자보다 더 열렬하게 바라고 있었기는 한데, 당시 내 사랑인 앨리스 무어는 그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똑똑한 소녀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 전에 승진을 해야만 했던 단순한 이유로 당시 승진을 우선시하고 있었다. 이점을 알기 때문에 나 자신을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만큼 돋보이게 할 기회를 항상 주시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임무에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서 상관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헸고 경찰관으로서 의 앞날이 전도유망하다고 넌지시 알려주는 정도는 되었다.
1873년 9월 마지막 주의 어느날 저녁에 하숙집 한 켠에 앉아서 진정으로 소망하는 승진을 하려면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워스트포드의 상황은 별 사건이 없이 조용했고, 유감스럽지만 뭔가 일어나면 거기서 나도 한몫 잡을 수 있도록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으면 하고 반쯤은 바라고 있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속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갑작스레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쇼, 경찰관 나리.”
급히 몸을 돌렸다.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했다. 생각에 잠겨 있느라 아직 등불을 켜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 창문 사이에 있는 서랍장 옆에 앉아 있던 남자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서랍장과 문 사이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다는 건 조용하게 내 방에 들어와서 얘기를 걸기 전에 혼자 앉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녕하세요! 방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는데요.”
내가 대답하자 웃었다. - 낮고 키득거리는 소리, 차라리 음흉한 비웃음이라고 할까.
“아니오. 나는 그.. 경찰 양반. 나는 꽤 조용한 인간이라서 말이오. 아마 이렇게 말해야 할 거요. 소리 내지 않고 들어왔다 라고 말요.”
그가 옆에 와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각진 얼굴과 억센 빰을 가지고 두툼한 몸의 사내였다. 코는 작았지만 뾰족하게 앞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눈은 작았고 짙은 눈썹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그 눈썹은 말할 때 찡그리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에 관해 말하자면 얼굴 생긴 것과 완전히 마찬가지였다.
그냥 모직인지 원래 보풀을 세운 모직인지 분간하기 힘들정도로 낡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마치 동성애자들이 저런 걸 입는 건가 싶은 짙고 화려한 청색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가 있는 목수건을 황소같이 억센 목에 두르고 있었다. 또 소도둑 같이 큰 손 안에는 모피 모자가 들려 있었는데 이걸 계속 돌리고 꽉 쥐고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모피이긴 한데 어디 집에서 키우는 개를 잡아 가죽으로 만든 것임이 확실했다. 이런 작자가 의자를 들고 와서 앉아서 아무말 없이 날 쳐다보며 웃고 있는 동안 매우 불편한 기분일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용건이죠?”
“그냥 뭐 일 문제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사무실로 가셨어야지요. 집에서 일 문제를 논의해서는 안되지요.”
“맞는 말을 하시는 구만, 총독 나으리. 그렇지만 말이오. 댁을 보고 싶었다오. 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바로 댁이거든. 만약에 경찰서에 찾아가서 댁의 경찰서장을 만난다고 칩시다. 십중팔구 당신이 아니라 누구 다른 사람을 그 문제에 배정할 것 아뇨. 그건 내 기분에 맞는 일이 아니거든. 뭐 보다시피, 경찰 나리, 댁은 젊지 않수. 당연히 승진하는 걸 무지 바라고 있겠지. 안 그렇소?”
“대체 무슨 용건이죠?”
그의 말은 무시하고 사무적으로 동일한 질문을 반복했다.
“승진하려고 엄청 열정적이지 않소? 댁은?”
지지 않고 다시금 강조하면소 동일한 말을 했다.
“지금 그러하지 않소? 경찰 나리?”
아무래도 그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었다. 갑자기 낯선 방문자로부터의 질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승진을 열망하고 있노라고 인정했다.
“아!”
그제서야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걸 듣고나니 기쁘구만. 이제 댁에게 완전한 곡꾼 (아일랜드에서 과거에 돈을 받고 고용되어 장례식에서 통곡을 해 주는 사람) 이 되어 드리지. 그럼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경찰 양반. 이제 댁이 아주 멋진 사건을 하나 담당하게 해 드리겠소. 아! 내가 말하건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댁은 경사로 승진할 거요. 댁은 이번 사건에서의 훌륭한 임무 수행으로 칭찬을 받고 승진될 거요. 내 말을 잘 명심해 두시오.”
“그렇게 진행합시다.”
그 작자가 뭘 말하고자 하는 지에 끌려서 승낙했다.
“댁은 패거리들 중 몇 명인가를 일러바치려고 하는 모양이군. 내가 보기에 딱 그런 것 같은데, 여튼 거기에 대해서는 보상을 원하겠지. 말해 봐요.”
그랬더니 이게 원 걸.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보상이라.”
예상과 달리 그 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 몸한테 그건 전혀 쓸모가 없소만. – 뭐 한 천 파운드 정도면 됀찮을지도. 아니, 이건 보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라오. 하지만 경찰 나리, 그것 보다 댁은 날랜 발가락의 짐이라는 자를 들어본 적이 있소?
날랜 발가락의 짐! 내가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나는 분명히 멍청하고 무능한 형사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 별명으로 알려진 자는 영국에서 가장 영악한 빈집털이범이자 도둑 중 한 명으로 그 이름이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일 정도로 도둑질이라는 전문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바로 그런 때에 그 자에게는 다른 일로해서 관심이 더욱 모아지게 되었다. 즉 1871년에 노스민스터 순회재판에서 절도죄로 유죄로 결정되고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는데, 대략 2년 정도 복역한 후에 예의 그 영악한 방법으로 포틀랜드에서 탈출에 성공한 후 잡히지 않고 멀리 도주해 버렸다. 그 이후로 누구도 그 자를 보거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시점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두들 바로 그 날랜 발가락의 짐이 여전히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쪽으로 혐의를 두고 있었다.
“날랜 발가락의 짐!”
그가 한 말을 다시 반복하면서 외쳤다.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자에 관해서 뭔가 알고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날랜 발가락의 짐. 그 자는 우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시대에 바로 이 곳, 웨스트포드에 있다오. 잘 들으시오, 경찰 나리. 날랜 발가락의 짐은 어.. 오늘, 밤. 구유통을 부술 거요. 내가 구유통이라고 한 건 그러니까 미스 싱글턴의 저택을 얘기한 거요. 거 왜 매플턴 로에 살고 있는 부유한 할망구 하나 있잖소. 댁도 잘 알 텐데. 더럽게 부유한 양반이지 않소. 거기서 하녀들과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아무 것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있다만. 그런데 그 집에 진짜 돈될만한 접시가 하나 있다는 거요. 그리고 날랜 발가락의 짐이 바로 그걸 노리고 있소. 그 작자는 오후 1시에 거기 부엌방으로 침입해 들어갈 거요. 그리고는 주방들과 식료품 저장실을 지나갈텐데, 거기는 집사가 있긴 하오만 남자 집사는 전혀 없소. 여자 집사만 한 명 있으니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게요. 그래서 이 도둑놈은 아주 안전하게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오. 포틀랜드 감방에서 그 작자와 함께 있던 다른 죄수들 몇몇이 이러한 정보를 제공했고 그걸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 거 아니겠소.
“이런 얘기를 어떻게 듣게 된 건가요?”
“신경쓰지 마시오, 총독 양반. 말해봐야 이해 못할 게요. 그럼 댁은 말했다시피 오늘밤에 그 저택에 가서 날랜 발가락의 짐을 현행범으로 붙잡으시오. 그러면 댁은 승진할 것이고 나한테는 딱 맞는 일이 될게요. 거기서 잘 준비하고 있다가 그 자가 들어오는 걸 보거든 따라가서 덮치도록 하시오. 총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오. 그 자의 기선을 먼저 제압하지 않으면 마치 호랑이처럼 거세게 달려들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