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타운 여관의 유령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by 꿈많은 미소년

여행으로 지친 순회 판매원들 몇몇이 로비에 앉아 이것저것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이제 로드니 그린의 차례가 돌아왔고, 현명한 사람으로 보이는 로드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말야, 어떻게 해서든 아칸소에서 다들 유령을 믿고 있다고 주장할 맘은 없지만, 몇 년 전 거기서 한 가지 경험한 게 있다구.”


예전의 어느 늦가을이었지. 벅스턴 마을에 갈 일이 생겼는데 말야. 거기는 우리 주 끄트머리 한 구석에 있는 신성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야. 흔히 말하는 기독교적 가치를 모독하는 지역이지. 내가 봐 왔던 어떤 곳보다 작고 더러운 곳인데, 그 마을에 있는 벅스타운 여관도 그 점에서는 하나 나을 게 없는 장소이지.


거기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죄다 멍청한 미신들에 전부 집착하면서 아직 살고 있더군. 그게 전쟁 전이었는데, 인간들, 그러니까 성경에 나오는 식으로 하자면 필멸자 중에서 아마 가장 비열하고 괴팍한 자가 그 여관 주인이었어. 이 늙은 마귀는 그 비열한 정도만큼이나 구두쇠이기까지 했는데, 오래 살 지도 않을 평생 내내 사악한 탐욕으로 지극히도 더러운 돈을 긁어 모아 둔 거지. 소문에 따르면 자기 후원자들을 침대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돈을 강탈하려 죽였다고도 하더구만.


그 소문에서 진짜 사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지금까지 그 여관에는 의혹이 계속 있다는 건 맞아. 공포스런 이전의 내용들이 계속 남아서 기억이 그걸로 덮여 있다고 해야겠지.


지금 그 여관주인은 번크 왓슨이라고 – 내 생각에는 진짜 이름이 벙커인 것 같은데 – 완전 딴판인 녀석이야. 사실 남부 스타일인데 말야. 뭐랄까 인생 살면서 꿈도 야망도 없이 되는 대로 사는 데다, 의욕도 없고 사리 분별도 못하면서 그저 태평스러운 이 작자는 독한 위스키를 달고 살고, 검은 담배를 1 파운드를 한꺼번에.. 아이고 그 엄청난 양을 씹고 있으면서 동시에 옥수수 속대로 만든 파이프를 또 피우고 있는 그런 작자야.


이전 주인이 세상에서 물러나게 되자,” 먼 친척이 그 재산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그게 지금의 여관 주인이야. 부고를 듣자 즉시 이웃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이사해서 그 재산을 차지했지. 이전 주인이 평생 중에서 거기에 몇 년간 머무르던 동안 쌓아둔 엄청난 양의 재산이 있다는 건 유명한 얘기였지만 말야. 다들 그걸 전제로 보물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했는데 물론 모두 실패했지. 그래서 이제는 보물을 찾겠다는 생각들은 다들 접게 되었어.


번크도 그 생각을 해보기야 했었지만, 별로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 이 작자에게는 그런 한량 같은 남정네에게는 과분하게도 아주 열심히 일하는 여편네가 있었단 말이지. 이 여자는 처해진 상황 속에서 더 나무랄 데 없이 집안을 잘 꾸려 나갔는데, 이러니 번크는 때가 되면 어려히 차려지는 밥상을 보면서 살아온 거야.


이러니 더 바랄 게 뭐 있겠어? 그러니 번크야 자기 집에 보물이 묻혀있든 말든 신경쓸 게 뭐겠냐구. 사실 번크는 말야. .. 이 작자는 마누라가 도와주지 않으면 보물이 손에 들어와도 그걸로 뭘 할지도 혼자서는 안될 걸.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벅스타운 여관에는 말야.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령 얘기도 하나 있어. 이전 주인이 죽은 방에서 특이한 소음이 섬뜩한 시간 동안에 들린다는 거야. 한숨, 흐느낌, 그리고 사실 유령의 존재를 딱 가리키는 증거들이 다 있다는 거지. 이 때문에 그 방은 오래전부터 그냥 버려 두고 있었는데 말야.


귀신 나온다는 그 방에 관한 멋진 얘기들을 들으니 꽤 흥미가 생기더군. 그래서 갑자기 그걸 조사해 보기로 결정했지. 바로 섬뜩한 시간이라고 하는 그 밤에 귀신 나오는 방에서 자고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직접 보기로 한 거야.

벅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지. 벅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으쓱이더군. 하지만 경고하거나 막 항의하는 게 아니라, 예상했던 대로, 그냥 입에서 파이프를 빼더니 갈색으로 얼룩진 입술 사이로 1파운드나 그 정도 양의 누런 연기를 뱉어 내고서는, 그 큰 입의 가장자리를 조금 열어서 귀찮다는 듯이 마누라를 부르더군.

“제인.”

마누라가 나타났고, 그 작자는 내가 자신의 늙은 여편네와 이 문제를 결정하라고 협박조로 말하더구만. 숙박 요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가지도록 해서 설득할 수 있었지. 결국 그 나쁜 운명을 가진 방에 내 침대를 정리하러 내려 가더구만.

그날 저녁 9시 정각에, 가족에게 작별을 고하고 양초를 들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낡아빠진 계단을 올라갔지. 그리고는 바로 그 공포의 방에 들어섰다네. 들어가보니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무겁지, 그 이상하게 불쾌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기묘한 냄새.. 하여튼 기분 좋을 만한 구석은 하나도 없었어.

뭐 여기까지 왔는데 더 어쩌겠나. 문을 걸쇠로 걸어 잠그고는 침대로 들어갔어. 베게를 등뒤에 넣어서 내 몸을 받치고는 유령이 나올 것을 기다렸지.

올려다 보니 머리 위로는 먼지가 가득한 서까래가 있었어. 한때는 흰색 도료를 발라서 새하얀 모습으로 사람들이 경탄한 모습이었겠지만, 이젠 뭐 먼지 가득하고 더러운 낡은 나무일뿐이었지. 서까래자체는 거미줄이환상적일만큼 이곳저곳으로 뻗어서 환상적인 미로가 되고 있었고 색깔은 그냥 누리끼리해서 폐허라는 분위기에 딱이었어. 양초 불빛은 깜빡거리면서 벽과 천장을 비추었는데, 천장에는 이건 또 뭔지.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피라미드가 비치는 게 아닌가. 그 괴기스런 모양이 중간중간 거미줄로 끊어지긴 했지만 방이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는 딱 풍기더군. 하긴 그렇게 상상하고 있다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긴 했겠지만 말야.

거기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말야. 유령은 나타나지 않더군. 양초 불빛때문일까 싶어서 촛불도 꺼버렸다네. 불을 끄고 침대로 다시 들어갔지. 딱 그러자마자 문에서 하얀 손이 슬금슬금 나오더군. 그리고 유령의 전체모습이 보였어. - 아 마침내 유령이 나왔다. 흰색으로 테이블보 같은 거 하나 뒤집어 쓴 유령이!

유령은 문을 통과해서 딱 나타났어. 그 문은 잠겨있었는데 말이지. 그리고는 침대로 다가오더군. 하얀색의 긴팔을 들더니 그 뼈다귀 손가락으로 떠억하고 날 가리키는 거야. 그리고는 명령하더군.

“따라오라!”

그러고는 곧 문쪽으로 몸을 돌리더군. 나도 동시에 침대에서 튀어나와 유령을 따라나섰지. 뭔가 눈에 보이지않는 힘때문에 유령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어. 강요된 것이라고나 할까.

문이 훅하고 열리고 유령에게 이끌려 계단으로 향했어.지하저장고로 향하는 긴 홀, 기괴한 지하복도,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그리고 이렇게 낡고 되는 대로 지어진 여관에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들, 이 모든 곳들을 통과해서 걸어갔지. 마지막으로 작은 문을 통과해서 그 여관밖으로 나서게 되었어. 나는 잠옷바람이었는데 말야. 하지만 무슨 상관이라고. 옷을 갈아 입을 정신따윈 없었어. 그냥 유령을 따라갈 수밖에.

그 흰색의 형체는 느리고도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게 마치 죽음과도 같이 고요 그 자체였어. 그러면서 과수원으로 걸음을 옮기더군. 과수원에 들어가서 반대편 끝까지 가서는 나무 아래에서 땅을 가리켰어. 그러더니 예의 그 유령답게 똑같은 어조로 말했어.

“여기서 땅에 묻힌 보물을 발견할 것이니라.”

그러고는 유령은 사라졌고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나는 유령이 사라진 후에도 멍한 채로 덜덜 떨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정신을 차리고 나서 땅을 파기 시작했어. 하지만 추운 밤 공기를 맞으며 잠옷 차림으로 계속 그 짓을 하는 건 영 아니었지. 그래서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하는 그 장소를 표시해 두고 일단 방에 들어갔다가 낮에 와 보기로 했어. 손을 뻗어서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뜨려 두었지.

한밤중에 이렇게 격렬한 활동을 한 탓에 아침 늦게까지 잠이 들었어. 아침에 깨어나 보니 시끄럽게 내 방문을 쿵쿵하고 두드리면서 꺽꺽하는 느낌의 거친 목소리로 정오라고 막 떠들고 있더구만.

원래 하룻밤만 머물고 그 다음날에 벅스타운 여관을 떠날 계획이었어. 그런데 호기심이 동하게 되었던 거지. 그래서 좀 더 조사하기로 했어. 우선 여행가방을 풀어서 본격적으로 머물기로 했어. 머무는데 불편한 게 없도록 여러 준비를 했지.

그게 내가 유령을 만난 건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또 다시 유령과 만날 경험을 못할까 봐서 겁이 났어.

아침을 먹는 동안 여주인은 조용하게 기다리고 있더군. 한데 그녀의 눈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어. 밤을 즐겁게 보냈는지 물어보고 싶어하는 눈치이긴 했는데 먼저 말을 꺼내서 흡족한 대답을 해줄 수는 없더라고.

반대로 담배만 줄창 피던 여관주인은 막 큰소리로 떠들어 대더구만.

“잠을 별로 못 잔 것 같소만.”

말을 하면서 괴상하게 웃었어.

“뭔가 들었습니까?”

“아 뭐.. 뭐랄까 그렇다는 거지요.”

왠지 말을 빼더라고.

“뭐 밤중에 별로 시끄럽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놀라서 나한테 뛰어오거나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그 방에 자러 들어갔을 때 말이오. 뭔가 문제가 있긴 하다는 걸 알았다오.”

“그날 오후에 그 나무로 다시 갔었는데 말입니다. 참 신기한 일도 다 있지 뭡니까. 밤중에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뜨려 두었는데, 낮에 가니 그게 없어졌더군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띄게 비틀어서 떨어진 나뭇가지가 사과나무 그루터기 아래 공터에 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과수원의 사과나무란 사과나무는 모두 가지가 비틀어져 흠이 나 있더군요.”

“지금까지 봐 왔던 일들 중 가장 신비롭군요.”

“…”

“하지만 오늘밤에는 결론을 내리고야 말겁니다.”

하고 주인에게 단호하게 말했어.

맹세하건데 그날 밤은 너무나 피곤했어. 그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것 같지 않았었지. 그래서 일찍 자리에 들었지.

“가서 또 시도할거요?”

“그래요. 그 유령에게 답을 얻기만 한다면 겨울 내내라도 머물 겁니다.”


그날 밤에는 자정이 될 때까지 촛불을 켜 두었어. 그리고는 후 불어서 촛불을 껐더니 바로 방에는 약한 빛이 들어왔고, 유령이 침대 켠에 서 있더군. 지난 밤의 바로 그 동일한 유령이었어.

다시금 그 뼈다귀 손가락이 손짓하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속삭였어.

“따라 오라!”

나는 용수철이 솟구치듯 침대에서 튀어 나갔지만 유령은 내 앞으로 쏜살같이 휙 달려갔어. 방문 출입구를 통과해서 바로 계단 아래로 순식간에 날아 갔고, 나도 그 뒤를 쫓아 갔지. 실내 계단에 발을 디디자 보이지 않는 손이 앞에서 나와 내 발을 휘어챘고 나는 거꾸로 곤두박질쳐서 대자로 누워버렸지.

하지만 순식간에 다시 서서 그 유령을 추적했어. 유령과의 사이는 몇 야드 정도의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더 빨랐고, 바깥걸이 문에 도달할 무렵에는 유령의 로브를 거의 붙잡을 정도가 되었지. 내 뼛속까지 쌀쌀한 냉기가 느껴졌고 그 상태로는 거의 추적을 포기할 것만 같았어.

유령이 방문을 넘어갈 때 한 번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유령의 그 악의에 찬 눈빛을 볼 수 있었던 거지. 그건 내가 지난 밤에 본 것과 같은 바로 그 눈빛이었어.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지.

과수원 공터에서 유령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하지만 유령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지. 도저히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안 생기더구만. 역겹게도, 내 뒤로 휙 하고 날아가서 집으로 향했어. 아니? 그리고는 문으로 내 얼굴을 쾅하고 쳐버리던 거야.

격분해서 그 오크나무로 된 문으로 달려가서 낡은 경첩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힘을 실어 쾅 하고 몸으로 돌진했어. 그리고는 여관의 큰 응접실 안에 뒹굴었지. 바로 그 타이밍에 시간이 딱 맞았던 거야. 유령의 흰색 스커트가 계단 위에서 나풀거리는 게 보이더군.

계단 위로 유령의 스커트를 쫓아 날아갔어. 오래된 방으로 따라 들어가서 보니 모퉁이에 붙어서 웅크리고 있더군. 내가 방에 들어가자 잠깐 움찔하더니 바로 양초의 불을 꺼 버리더군. 그리고는 뼈다귀 팔이 높게 치솟더니 다가왔어. 어찌나 겁이 나던지. 하지만 곧 양팔을 뻗어서 유령을 붙들면서 외쳤어.

“잡았다!”

그리고 유령의 실체를 보려 잡아 당겼어. 휜색 로브가 떨어졌고, 유령의 정체를 드디어 보았어, 바로 벅스타운 여관의 여주인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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