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거대 공룡'의 탄생을 바라보는 어느 게이머의 우려

by 만화가 이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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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인수의 단독 협상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02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소식이었습니다. 당시 독점 우려로 인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소송까지 갔으나, 결국 법원의 기각으로 합병이 승인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명실상부 업계 최고의 게임사가 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되는 듯했다'라는 과거형 표현을 쓴 이유는 명확합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합병 당시의 장밋빛 기대와는 한참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게임 시장은 합병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다소 매니악한 '엑스박스'에 더 큰 애정을 쏟았던 게이머로서, 이는 뼈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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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넷플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정은 다릅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업계의 포식자가 탄생하여 초거대 기업이 되었을 때, 소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나마 게임 시장에는 소니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있었지만, 지금의 넷플릭스에게는 견줄 만한 경쟁자가 전무합니다. 견제 없는 독주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독점 플랫폼들처럼 변질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이머로서 가장 가슴 뛰었던 시기를 꼽으라면,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스위치, 그리고 스팀까지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던 몇 년 전이었습니다. 이제 영화와 OTT 시장도 그런 행복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라는 초거대 공룡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독과점이 가져올 미래가 발전일지 퇴보일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이 인수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용자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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