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9.7.4. 목.
여름에 만나는 숲은 특별하다
특히 제주에는 사려니 숲이 늘 보듬어주니 행복한 걸음걸음을 누리게 된다.
탁 트인 숲길을 마냥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의 결과 숲이 뿜어대는 향에 저절로 묵상이 되니 행복한 숲길이다.
남편의 마지막 휴가일로 다음날의 육지행을 위해서 무난하게 하루일정을 잡았다.
총길이는 15킬로 되는 쭉쭉 뻗은 숲길이지만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면 되어서 좋은 장소이다.
숲길 양쪽으로 엄청난 종류의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엄마는 하나하나 나무들을 만지며 이름을 척척 알려주는데 놀라웠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도 엄청 많이 들려주시는데 남편은 동영상으로 남겨두고 다큐처럼 보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걷기 순탄한 사려니숲길을 걷고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엄마의 자연사랑으로 앞으로 앞으로 걷다 보니 사려니숲과 맞닿은 한라산 둘레길까지 가게 되었다.
80대 노인의 체력이 염려되어 커다란 평상에서 엄마와 까마귀들과 휴식하기로 하고 남편만 다시 역주행하여 주차해 둔 차를 가져오기로 하였다.
엄마는 같이 간다고 고집을 피웠으나 내가 힘들다며 평상에 누워버렸다.
다행히 무난하게 넘어갔고 숲길 사이를 충분히 드라이브한 후 성산집에 들어와서 휴식을 하고 엄마의 애정하는 핫 스폿이며 나의 비밀 스폿인 해변가에 가서 채집 활동을 하며 힐링을 채웠다.
남편이 떠나는 마지막 밤이니 치킨과 제주 에일 맥주를 배달시켜서 송별회 겸 치맥파티를 즐겼다.
그때 80대 치매 노인인 엄마의 인생과 철학을 맘껏 나누던 추억은 생생하다.
지금도 가끔 남편과 그날 밤의 몽글몽글한 수다를 떠올리며 우리의 기억이 잘못 장착된 건가 이야기하곤 한다.
2019년 여름에는 가능했는데 이제는 엄마의 대화 내용은 사건의 나열이나 현재 진행형의 발언과 같은 말 대잔치로 나는 그냥 그 수준으로 응대하는 대화를 이어가는 게 현재의 시간이다.
역시 모든 것은 그때의 할당된 색상으로 채색할 수 있는 그때의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할당된 색채로 열심히 채색해야 된다는 다짐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