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쓰24] 도두봉 이별 방식

by 리단쓰

ㅡ2019.7.15.월ㅡ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2박의 시간을 꾸려서 제주로 온 큰딸은 마무리를 하고 제주와 안녕의 시간을 맞이했다.

어차피 성산에서 제주까지 나갔다가 바로 다음날은 막내딸도 2박의 끝자락이라 육지로 떠나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달살이 집의 숙소를 두고 공항부근 이호 해수욕장의 야경도 즐길 겸 그곳에서 1박을 꾸리게 세팅하고 세 여자는 총총 길을 나섰다.

역시 큰딸의 조식메뉴는 단호박 수프와 삶은 계란을 챙겨주었다.

오전 비행기를 탄 큰딸을 공항에서는 급히 내려주고 정차할 수 없으니 바로 도두봉으로 막내딸과 도착했다.

도두봉에 오르면 제주 공항 활주로가 보이고 가족의 비행기 종류를 알고 이륙시간을 헤아리면 그 타이밍에 떠나는 가족에게 손을 흔드는 게 나름의 이별 방식이었다.

탁 트인 뷰도 즐기고 활주로 광경도 보면서 가족을 배웅하는 맛을 알게 된 곳이었다.

막내딸과 이별 의식을 마치고 1박의 숙소로 정해둔 이호해수욕장 부근으로 향해서 체크인을 한 후 제주 별미인 김만복 전복김밥을 포장해 온 것으로 식사를 마쳤다.

김밥에 전복을 넣은 것인데 얼핏 사진으로 봤을 때 가운데 노란 고명이 전복인 줄 알고 역시 전복 김밥이라고 놀랐는데 실상은 그것은 계란이었고 전복은 밥에 잘게 다져서 버무린 것으로 끝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걸어서 이호 해수욕장을 가보니 화려한 포장마차의 행렬과 불꽃놀이에 축제 분위기였다.

방파제를 거닐다 보니 그곳은 삼겹살 파티를 하는 인파들이 많아서 특이했다.

바닷가를 쌩으로 내려다보며 각자 준비해 온 휴대용 가스 레인지와 불판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로 왁자지껄 수다의 향연이 넘쳐났다.

막내딸과 거닐며 바다 내음을 이겨내는 삼겹살 냄새에 배고픔도 느끼고 부러움도 안으며 언젠가 도전해 보자고 이야기하며 멀리서 반짝이는 이호 등대의 불빛을 누렸다.

밤바다 분위기에 젖어 모래사장 위에서 하트 그림자도 만들고 각자의 상념의 시간으로 모래사장도 밟으며 제주 속의 일탈로 1 박의 밤을 보냈다.

막내딸은 아쉬운 제주의 마지막 밤이라 늦도록 바다를 거닐었던 7월의 어느 날이 저물고 나 역시 제주 한달살이의 중간에 이른 시간의 빠름이 아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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